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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종로에 뜬 카카오 노조 “합법적으로 경영쇄신 촉구 지속할 것”

이나연 기자
8일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이 이날 오후 12시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 건물 앞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비위 관련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8일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이 이날 오후 12시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 건물 앞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비위 관련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카카오 노조가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경영 쇄신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진행한 지 나흘 만에 또다시 피켓을 들었다.

결연한 표정으로 피켓을 잡은 이들 옆에 자리한 스피커에선 ‘바람아멈추어다오’, ‘바람의노래’, ‘바람기억’ 세 곡이 연이어 흘러나왔다. 이는 최근 카카오가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는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 고가 인수 의혹을 겨냥한 선곡이다.

8일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이하 카카오 노동조합)은 이날 오후 12시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 건물 앞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비위 관련 피켓 시위를 20여분 간 진행했다.

카카오 노조는 지금껏 기자회견과 집회 등 공식 활동 장소로 늘 카카오판교아지트가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를 택해 왔다. 하지만 이번 시위는 카카오엔터에 불거진 의혹을 주제로 하는 만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입주해 있는 종로구를 찾았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할 당시 주가 시세조종 혐의를 들여다보던 중 바람픽쳐스 고가 인수 혐의에 대한 정황을 포착, 수사를 확대 중이다.

카카오는 지난 2020년 바람픽쳐스를 200억원에 사들였다. 당시 이 회사는 자본금 1억원에 수년째 영업 적자를 보던 상태였음에도 카카오가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게 의혹 핵심이다.

특히 검찰은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이 아내인 배우 윤정희가 투자한 바람픽쳐스에 시세 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김성수 카카오엔터 대표와 공모한 것으로 의심한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피켓 시위 이후 취재진과 만나 “카카오엔터의 제작사 고가인수 의혹에 대해선 사실 확인이 더 필요한 상황이나, 이와 별개로 노조는 계속해서 올해 희망퇴직을 진행한 엔터의 경영 위기를 지적해 왔다”며 “경영 실패 원인이 무엇인지 회사 측이 밝혀야 한다고 생각해 이렇게 피켓 시위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이 8일 오후 12시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 건물 앞에서 개최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비위 관련 피켓 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이 8일 오후 12시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 건물 앞에서 개최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비위 관련 피켓 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승욱 지회장은 오는 11일 오후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열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경영쇄신위원장)과 임직원 간 간담회에 직원으로서 참석한다.

이번에 오프라인·사내 온라인 채널을 통해 진행될 임직원 간담회 ‘브라이언톡’에서 김범수 위원장은 경영쇄신위원장으로서 회사 쇄신 방향성을 직접 임직원과 논의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이 직원들과 대면하는 것은 카카오 창사 10주년 행사가 열렸던 지난 2021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서 지회장은 “다음주 진행될 임직원 간담회에 앞서 직원들 의견을 모으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지금껏 노조에서 제기해 온 기존 회사 경영 문제점들에 대해 경영진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 입장을 물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노조 측은 회사가 계열사 곳곳에서 촉발된 사법 리스크 등 여러 위기 상황을 타개하는 과정에서 내부 직원들 참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 지회장은 “지금까지 카카오에 벌어진 문제 대부분은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따랐기 때문”이라며 “향후 쇄신 작업에 있어 직원들이 어떤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야 할진 문제 진단 후에 고민해야 하지만, 노사 간 소통 통로가 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카카오는 지난 4일 오전 노조가 사내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한 이후 건물 내 피켓 시위 금지와 온라인 게시물에 대한 사전협의를 요구하는 대표 명의 공문을 보냈다. 노조는 공문을 받은 이튿날 곧바로 전단지를 배포하고, 회사 사내망에도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게시글을 올리며 더 적극적인 행보로 맞섰다.

서 지회장은 “직원들을 대표해 합법적인 방식으로 의견을 내고 있어 절차에 대한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제한적인 활동을 요구하는 회사 태도와 관계없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목소리를 계속 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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