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중독 물질‧혐오 몰이…한국서 게임하기 힘드네
[디지털데일리 문대찬 기자] 묻지마 범죄를 일으키는 중독 물질로 지목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젠더 갈등을 촉발하는 혐오 몰이 집단으로 몰렸다. 게임하기 어려운 나라다.
게임사 넥슨은 앞서 자사 온라인 역할수행게임(RPG)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에 나온 ‘집게손가락’으로 홍역을 치르는 중이다. 한 이용자가 영상을 초 단위로 확인했는데, 연결 동작에서 캐릭터가 다소 동떨어진 맥락으로 해당 손가락 모양을 한 것을 발견해서다.
집게손가락은 과거 여성우월주의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남성 성기를 비하하는 목적으로 사용됐다. 이에 최근 인터넷상에선 일종의 남성 혐오 표현으로 여겨진다.
해당 손 모양은 이번 넥슨 사례에 앞서 정부, 기업 홍보물에 간간이 등장해 논란이 된 적도 있다. 당시도 일반적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손 모양이 잡음의 원인이 됐다.
은근히 작업물에 메시지를 넣는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과거 정치적 신념을 작업물에 녹여내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일간베스트(일베)’ 사태와 궤가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넥슨이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고, 해당 작업물을 담당한 업체가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던 사태는 뜻밖의 암초를 만나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넥슨이 남성 이용자의 억지 주장에 굴복해 사상 검열에 나섰다는 일각의 목소리가 힘을 얻어서다. 한국여성민우회·민주노총 등 9개 단체는 지난달 28일 판교에 모여 “혐오 몰이를 멈추라”며 넥슨을 규탄하기도 했다.
의도하지 않은 작업물을 받아 피해를 입은 넥슨이 도리어 가해자가 되고, 혐오 표현에 불쾌함을 느낀 게임 이용자가 ‘반페미니즘’ 집단으로 매도당한 형국이다. 과거 고의 여부와 상관없이 작업물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발표했던 일베 사태와는 다른 잣대가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공교롭게 게임은 영화‧만화와 달리 아직까지도 ‘폭력성의 원천’이라는 누명을 쓰고 있기도 하다.
사태 본질은 납품 과정에서 불량품이 나왔다는 데 있다. 주요 소비층이 불쾌감을 느낀 혐오 표현이 드러났으니 영상을 즉각 내리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대처다. 누가, 어떤 성별이 해당 표현을 넣었는지, 또 그것이 의도적이었는지는 넥슨 입장에선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검수 단계에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며 넥슨에 책임을 전가하는 일각의 주장도 납득하기 힘들다. 넥슨과 해당 업체는 지난 9년간 함께 일을 해왔다.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넥슨이 초 단위로 검수했다면 도리어 이러한 신뢰에 금을 내는 행동이었을 터다.
넥슨 사옥 앞에서 기자 간담회를 연 이들 중 하나는 당시 ‘인셀남(연애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남성)’이라는 혐오 표현을 입 밖에 냈다. 페미니즘의 본질을 흐리고, 기회를 틈타 혐오 몰이에 나서는 이들은 진정 누구인지 묻고 싶다.
다만 넥슨이 사태가 채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경 대응 메시지를 전한 것은, 마찬가지로 정황 수습이 되지 않은 업체에겐 강압처럼 여겨졌을 가능성이 높다. 향후 상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선 기업들의 내부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필요성이 있다. 아울러 사회적으로 만연한 혐오‧차별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 각계의 신중한 논의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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