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취재수첩] 직원 앞에 서는 카카오 김범수, 보여 주기식 그쳐선 안 돼

이나연 기자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 카카오]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 카카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경영쇄신위원장)이 약 2년10개월 만에 직원들과 대면한다. 카카오는 오늘(1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오프라인·사내 온라인 채널을 통한 임직원 간담회 ‘브라이언(김범수 창업자 영어이름)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간담회는 김 창업자가 경영쇄신위원장으로서 회사 상황에 대해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한 자리다. 김 창업자가 직원들과 대화에 나서는 것은 카카오 창사 10주년 행사가 열렸던 지난 2021년 2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김 창업자는 ‘사내 직원 평가 논란’으로 문제가 됐던 지난 2021년 2월에도 ‘브라이언톡 애프터’를 열고 직원들과 직접 대화를 나눈 바 있다.

카카오는 올해 상반기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주가 시세조종 혐의로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을 맞았다. 경영진이 구속되고, 김 창업자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까지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여기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 고가인수 의혹까지 더해져 다각도로 검찰 수사를 받는 중이다.

최근 카카오 컨트롤타워인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과 외부감시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을 맡은 김정호 브라이언임팩트재단 이사장이 임원 회의 도중 욕설했다는 논란이 알려지며, 경영 실태 폭로전으로 상황이 격화하기도 했다. 관련해 노조까지 사내 시위를 벌이다 사측으로부터 온오프라인 활동에 제한을 요구하는 대표 명의 공문을 받는 등 노사 간 갈등 골도 깊어졌다.

쇄신 지휘봉을 잡으며 사실상 경영 일선에 복귀한 김 창업자가 거의 3년 만에 직원들 앞에 서는 것도 이러한 내홍을 잠재우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김 창업자와 직원들 간 만남은 내부에서 꾸준히 요구돼왔던 사항이다. 특히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은 ‘SM 사태’ 이전부터도 김 창업자가 직원들과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카카오 계열사 곳곳에서 나타나는 문제 상황을 타개하려면 경영진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견제가 가능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데, 이는 창업자만이 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카카오 노조는 지난 7월 말 카카오판교아지트가 있는 판교역 광장 일대에서 경영진에 책임 경영을 촉구하는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당시 노조는 카카오 CA협의체(전 CAC) 인사 담당자를 통해 김 창업자에 항의서한까지 전달했지만, 회사로부터 답변을 듣지 못했다. 약 3주만에 2차 행진 집회에 나선 노조는 김 창업자와 동명이인인 가수 김범수 노래 ‘보고싶다’, ‘나타나’, ‘제발’을 틀고 그의 등판을 촉구한 바 있다. 산학계 전문가들도 카카오가 추진하는 쇄신 작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그간 지적받은 김 창업자 측근들을 대폭 물갈이하는 인적 쇄신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 카카오는 지난 2021년 ‘카카오페이 스톡옵션 먹튀 사태’부터 카카오엔터프라이즈·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계열사들이 단행하는 구조조정과 희망퇴직, 법인카드로 1억원 상당 게임 아이템을 결제하는 식의 경영진 도덕적 해이 등 SM 사태 전후로 위기 징조는 여러 차례 나타났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도 담으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빠르게 점검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경영시스템을 갖출 때까지 뼈를 깎는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김 창업자 선언의 시작은 내부 구성원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일 테다. 이번 임직원 간담회가 보여주기식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벌써 카카오 내부에선 이번 간담회가 계열사 소속을 제외한 본사 직원만 참여가 가능한 것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김 창업자가 이번 자리를 통해 그간 누적된 직원들 불신을 해소하고, 구체적인 쇄신안을 공개할지 업계 이목이 쏠린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