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현장경영 박차…미국 찍고 유럽까지 광폭 행보
[디지털데일리 채성오 기자] 최태원 SK 회장이 미국, 유럽, 일본을 넘나들며 글로벌 광폭 경영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1일 SK그룹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지난 8~9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중심지인 새너제이 소재 SK하이닉스 미주법인과 가우스랩스, 루나에너지 등 계열사와 투자사 3곳을 잇따라 찾아 현장경영을 펼쳤다.
가우스랩스는 SK가 지난 2020년 설립한 첫 AI(인공지능) 연구개발 전문기업이고, 루나에너지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문기업으로, SK가 미국 현지 1위 주거용 태양광 설치기업 '선런'과 함께 공동 투자한 회사다.
먼저 최 회장은 지난 8일 SK하이닉스 미주법인에서 HBM(고대역폭 메모리) 관련 사업 현황을 보고받고 구성원들을 격려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고성능 D램으로 AI반도체의 핵심부품으로 꼽힌다.
최 회장은 구성원들에게 "기존 사업구조 외에 시장 내 역학관계 변화부터 지정학에 이르는 다양한 요소까지 감안해 유연하게 대응해달라"고 당부했다.
HBM 선도기업인 SK하이닉스는 최근 정기 인사 및 조직개편을 통해 'AI 인프라'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산하에 HBM 관련 역량과 기능을 결집한 'HBM 비즈니스' 조직을 만들었다.
최 회장은 이어 9일 가우스랩스와 루나에너지 사업장을 연쇄 방문해 사업 현황과 시장 전망 등을 꼼꼼히 챙겼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정에 가우스랩스의 AI 솔루션을 도입해 생산 효율과 수율을 개선 중이다. 그는 가우스랩스 구성원들에게 "AI 솔루션을 반도체 제조 공정에 적용할 때 LLM(거대언어모델)도 접목하고, 향후 반도체를 넘어 다른 분야 공정에 확대 적용하는 방법도 검토하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루나에너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최 회장은 "미국 시장 외에도 유럽, 아프리카 등 진출을 미리 염두에 두고, 특히 전력 공급이 열악한 지역을 위한 오프그리드 솔루션 제공 방안도 검토해달라"고 당부했다. 오프그리드는 외부에서 전기, 가스 등 에너지를 제공받지 않고 직접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테슬라 임원 출신 쿠날 지로트라 최고경영자가 2020년 창업한 루나에너지에는 SK(주), SK이노베이션, SK E&S 등 SK 3개사가 공동 투자사로 참여했다. 이 회사는 주택 보유자가 청정에너지의 생산, 저장, 소비를 직접 할 수 있도록 하는 주거용 ESS 솔루션 등을 제공한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의 미국 현장경영은 현지 계열사와 투자사들이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경영환경에 잘 대응하고 있는지 등을 직접 점검해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미국 일정을 마무리한 뒤 바로 유럽으로 이동해 독일, 네덜란드에서 글로벌 경영 행보를 이어간다.
실제로 최 회장은 11일(현지 시간) 독일에서 도이치텔레콤 팀 회트게스 회장을 만나 글로벌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이날 만남에는 SK텔레콤 유영상 대표도 함께 자리한다. 도이치텔레콤은 SK텔레콤 등과 함께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를 구성, 세계 45개국 약 12억 명을 포괄하는 인공지능 개인비서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어 최 회장은 네덜란드로 이동해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에 동행해,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기업인 ASML 본사를 찾는다. 최 회장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소재 SK엔무브 유럽법인도 방문해 현지 구성원들을 격려할 계획이다.
앞서 최 회장은 11월 31일부터 지난 8일(현지 시간)까지 최종현학술원이 각각 일본과 미국에서 개최한 제4회 도쿄포럼, 2023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 잇따라 참석해 '한·일 경제협력체' 구상과 비전을 밝혔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의 연말 글로벌 경영행보는 내년 새해에도 반도체, AI, 미래에너지 등 그룹 신성장 사업을 직접 챙기고 글로벌 스토리도 한층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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