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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교체’부터 ‘위기극복’까지…새 얼굴 앞세운 게임업계

왕진화 기자
박병무 신임 대표. [ⓒ엔씨소프트]
박병무 신임 대표. [ⓒ엔씨소프트]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최근 들어 일부 게임사들이 저마다의 ‘터닝포인트’를 만들고 있다. 변화를 이끌기 위한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승진으로 사령탑을 바꾸거나 외부 인사를 신규로 영입하는 식이다.

1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부터 라인게임즈, 넥슨, 네시삼심삼분 등 대표 선임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거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로 오른 인물들 모두 공통적으로 게임사 성장 단계에 따른 갈등과 어려움에 대한 이해도를 갖추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엔씨소프트(이하 엔씨)와 라인게임즈는 기업 경영, 전략, 투자 관련한 경험과 식견을 갖춘 전문 경영인이자 법조계 출신 인물을 내세웠다. 법조계 출신 인물은 특히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규제 사항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리스크 대응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위기 극복·신성장동력…법조인 수혈로 두 마리 토끼 잡는 게임사들=먼저 엔씨 공동 대표이사 후보자로 나서게 된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는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시작으로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구 로커스홀딩스) 대표, 뉴브리지캐피탈(TPG) 아시아 한국 대표 및 파트너, 하나로텔레콤 대표를 역임했다. 박병무 후보자는 2024년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박 후보자는 엔씨 창립 이래 첫 투톱 체제를 열게 된 인물이어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우선 박 후보자는 김택진 대표와는 고교 및 대학 동문이다. 이어 박 후보자는 2007년 사외이사로 선임돼 엔씨와의 인연을 쌓기 시작했고, 2013년까지 재직했다. 이후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아 올해까지 10년 가까이 임기를 지속 중이다.

이러한 가운데, 엔씨는 내부적으로는 경영 쇄신, 외부적으로는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 확장을 앞둔 상황이다. 엔씨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게임, 비게임 분야 모두 의미 있는 규모의 M&A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겠다는 뜻을 피력한 바 있다. 엔씨는 박 후보자가 컴퍼니 빌딩(Company building) 전략을 이끌어줄 적임자라고 전망 중이다.

라인게임즈 박성민 대표 [ⓒ라인게임즈]
라인게임즈 박성민 대표 [ⓒ라인게임즈]

올해 초 라인게임즈는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통해 리스크 관리실을 맡아온 박성민 이사를 신임 대표로 선임한 바 있다. 박성민 대표는 제48회 사법시험을 거쳐 서울중앙지법 판사 등을 역임한 법률 전문가로, 라인게임즈의 리스크 관리 및 핵심 사업의 의사결정을 담당해온 인물이다.

라인게임즈는 박 대표를 중심으로 그를 보필할 경영진도 새롭게 꾸리고 있다. 지난달 23일 조동현 전 넥슨코리아 본부장(현 슈퍼어썸 대표)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했다. 이전엔 넥슨코리아 출신 김태환 부사장과 윤주현 최고기술경영자(CTO)가 라인게임즈에 합류했다.

박성민 대표, 신권호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새롭게 영입된 세 명의 임원까지 총 다섯 명의 임원진은 게임 영역의 외연을 확장하는 혁신적이고 신선한 사업 전략을 구상할 방침이다.

사진 왼쪽부터 넥슨코리아 강대현 COO, 넥슨코리아 김정욱 CCO. [ⓒ넥슨]
사진 왼쪽부터 넥슨코리아 강대현 COO, 넥슨코리아 김정욱 CCO. [ⓒ넥슨]

◆세대교체도 빠르게…게임 산업 한 우물 판 인물들도 대표로 ‘우뚝’=국내 게임업계 매출·영업이익 등 실적 톱을 유지 중인 넥슨도 사령탑 변화를 가속화했다. 신입사원에서 초고속 승진으로 샐러리맨 신화를 쓰며 약 5년 간 넥슨코리아를 이끌어온 이정헌 대표를 뒤이어, 운영과 커뮤니케이션 각 부문 최고 책임자들인 강대현 최고운영책임자(COO), 김정욱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가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강대현 COO는 2004년 넥슨에 입사하며 ▲크레이지아케이드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넥슨 대표 게임들의 개발 디렉터를 거쳤다. 김정욱 CCO는 2013년 넥슨에 합류해 기업문화 및 대외업무 담당 전무와 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을 거치며 넥슨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전반을 이끌었다.

넥슨은 올해 들어 독주라는 수식어를 빼놓지 않고 가져가고 있다. 이는 내년 창립 30주년을 앞두고 기록한 성과여서 넥슨 내부 분위기는 더욱 뜨거운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이정헌 대표는 넥슨그룹을 이끌게 됐고, 경영과 소통에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았던 내부 인물들이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넥슨은 존재감이 약했던 북미, 유럽 등 서구권을 정조준한 신작들을 출시하고 콘텐츠 및 신사업 등에 굵직한 투자를 이어가며 글로벌 게임사로의 도약에 박차를 가한다.

[ⓒ네시삼십삼분]
[ⓒ네시삼십삼분]

네시삼십삼분 또한 게임 산업에서 굵직한 경력을 가진 정기홍 경영전략본부장이 신임 대표로 내정됐다. 정 신임 대표 내정자는 지난 15년간 게임 투자와 인수·합병 분야에서 활동한 경영 및 전략 부문 전문가로 평가 받는다.

네오위즈와 위메이드, 액션스퀘어 등 다수 게임사에서 전략 본부장을 거쳤고, 네시삼십삼분에서는 2020년부터 경영전략본부장으로 신규 전략을 이끌어왔다. 정 신임 대표 내정자는 경영 내실을 다지는 한편, 블록체인 자회사 디랩스를 주축으로 둔 블록체인 게임 사업으로 수익화에 몰두할 것으로 전망된다.

넥슨을 제외하고, 대표가 새롭게 선임된 곳들의 공통점은 어려운 대내외적 환경 속에서 실적 악화 폭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라인게임즈와 네시삼십삼분은 적자를 기록 중이고, 엔씨 또한 영업이익이 크게 하락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위기를 정면 돌파해 불확실성을 빠르게 개선시키겠다는 대목이다.

넥슨도 기존 타이틀 흥행 유지 덕분에 지난해 매출 3조원을 돌파하는 등 독주 중이지만, 과감히 투톱 체제로 바꿨다. 이는 ‘1N’이라는 수식어에 안주하지 않고 차기작 발굴에 더욱 노력하며 격차를 벌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게임업계 대표들이 바뀌는 이유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넘어 생존 전략으로도 읽히고 있다”며 “각 대표 모두 각 사 사정에 맞게 위기관리를 펼치는 한편 기대에 못 미치는 신작 서비스를 빠르게 접거나 관련 인력을 정리하는 식으로 흥행작 및 유망 차기작에 보다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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