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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R&D 예산 14.7% 삭감 확정…이종호 “작은 고통으로 봐달라”(종합)

권하영 기자
이종호 장관이 18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종호 장관이 18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2024년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26조5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올해 예산(31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4조6000억원(14.7%)이 삭감된 금액이다. 삭감률이 16.6%였던 기존 정부안(25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약 6000억원 증액되긴 했지만, 졸속 삭감이란 비판과 연구계의 우려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 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 의결을 통해 정부 전체 연구개발 예산이 26조5000억원 규모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기존 정부안보다는 6217억원이 순증된 것으로, 대부분이 학생 및 중소기업 종사자를 비롯한 연구 현장의 고용불안 우려를 해소하는 데 투입된다는 설명이다. 또, 차세대·원천 기술 연구 및 최신 고성능 연구장비 구축․운영비도 증액됐다고 전했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권 카르텔 타파” 발언 이후 나눠먹기·갈라먹기식 R&D 예산을 개편하겠다고 밝히면서,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5조2000억원(16.6%) 삭감한 안을 내놨다가 연구 현장의 반발을 샀다. 학생 연구자의 인건비 감소 등 부작용이 예상됨에도 졸속 삭감을 했다며 야당의 비판도 불러왔다.

이에 과기정통부가 수차례 연구 현장과의 소통 및 국회 논의를 거쳐 최종 예산안은 기존보다 6000억여원 증액된 26조5000억원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가진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번 예산 확정에 대해 “세계 최고 R&D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군살을 빼고 근육을 붙여가자는 취지”라며 “좀 더 효율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서 과학기술 경쟁력을 가져가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 장관은 “그럼에도 연구자들의 마음이 불편할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하나의 기존 체계에서 다른 체계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작은 고통으로 봐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그 어려움이 잘 지나간다면 우리나라의 연구력이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봐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이번 예산 삭감이 과학기술계를 ‘카르텔’로 단정지었기 때문에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우리나라 연구자분들께 한번도 그런 표현을 쓴 적이 없다”며 “그분들이 진정 현장에서 연구에 열과 성을 다해준 덕에 우리나라 연구력이 세계적 수준이 됐다고 보고, 그분들께 늘 감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조성경 과기정통부 제1차관이 지난 12일 대전 유성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열린 ‘제74회 대덕이노폴리스포럼’에 참석해, 특정 출연연구기관까지 지칭하며 총 8가지 사례를 들어 과학기술계 카르텔을 언급한 까닭에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차관이 말한 부분은 우리가 내부에서조차 논의한 바도 없고, 저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며, 순전히 개인적 의견”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도 과기정통부 예산 및 정부 R&D 예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도 과기정통부 예산 및 정부 R&D 예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예산 삭감으로 특히 우려가 됐던 학생 인건비 감소 부작용에 대해서는, 학생 인건비 대부분이 나오는 기초과제 예산을 오히려 전년대비 1.7% 증액함으로써 해소될 것이라 봤다.

이 장관은 “그럼에도 부족한 부분은 장학금이나 장려금 형태로 교육부와 과기정통부에서 지원할 것이고, 그게 좀 더 안정적이다”라며 “또 대학의 인건비 풀링제(학생인건비통합관리제도)를 교수 개인별이 아닌 기관별로 해서 기관 내에서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사각지대도 보호를 잘 해서 학생들이 정말 걱정 없이 연구에 몰두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겠다”고 역설했다.

기업들의 예산 나눠먹기식 관행을 우려하면서 정작 기업 R&D 예산을 증액시킨 것에 대해서는 “보조금성 예산은 좀 빠져야 하는 것이 맞다”며 “그럼에도 기업 쪽에 일부 증액이 된 것은 매몰비용이나 인건비 보전을 위한 부분이 있다. 그에 더해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대출이자 비율을 낮추는 조치도 해서 기업이 연착륙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R&D 예산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 장관은 “소위 R&D 선도국들을 보면 글로벌 R&D에 지출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고 우리나라는 낮다”며 “4대 과기원 기준에서 세계대학평가 발표를 보면 평가항목이 100점 만점인데 국제공동연구 항목이 20~30점으로 너무 낮게 나오더라. 이번 글로벌 R&D 예산은 우리나라 연구력을 한단계 끌어올릴 좋은 기회”라고 지적했다.

한편, 과기정통부 내년 예산은 총 18조5천625억원으로 확정됐다. 올해 18조8686억원보다 3061억원(1.6%) 줄어들었지만, 국회 예산심의과정에서 당초 정부안보다는 2726억원 증가한 금액이다.

주요 분야 예산별로 보면 12대 핵심전략기술 확보에 2조4131억원, 국제협력과 해외진출 지원에 1조1445억원, 과학기술과 디지털 인재 양성에 2조8427억원, 디지털 확산에 1조3046억원, 정부출연연구기관 및 지역혁신에 4조3813억원을 투입한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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