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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XC 지분 또 유찰… 정부, 3차 입찰선 전략 바꿀까

문대찬 기자
[ⓒ넥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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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문대찬 기자] NXC 지분이 이번에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경영권과 의결권이 없는 지분에다 4조원대에 이르는 막대한 가격이 우려대로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정부가 할인 등으로 방향성을 수정하지 않으면 3차 입찰에서도 인수자를 찾긴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9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온라인공매시스템(온비드)에 따르면 정부 보유 NXC 주식 85만1968주(지분율 29.3%)에 대한 공매 2차 입찰 결과 유찰됐다.

공매로 나온 지분은 지난해 2월 넥슨 창업자 고(故) 김정주 NXC 이사 사망 이후 유가족이 지난 5월 상속세 명목으로 정부에 물납한 것이다. 상속재산이 10조원대에 이르면서 약 6조원의 상속세 부담을 안게 됐고, 유가족들은 이중 대부분을 주식으로 납부했다.

1차 입찰 당시부터 해당 지분은 매각 난항이 예상됐다. 물납 주식 규모 역대 최대 수준인 4조7149억원에 이르는 가격으로 인해 국내에선 인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국내 게임 상장사에 관심을 기울이던 중국 업체 텐센트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PIF)가 유력한 인수자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경영‧의결권이 없는 주식에 손을 대진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았다. NXC는 현재 김 이사 유가족 지분율이 70%에 달한다. 2대 주주에 올라도 경영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구조다. 비상장사이기에 의결권도 없다.

게다가 NXC는 국내와 일본에 이미 손자회사 넥슨코리아와 자회사 넥슨 재팬이 각각 상장해 있어, NXC 상장을 통한 투자금 회수 역시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NXC와 유가족이 자사주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지분 매입에 나설 가능성도 있지만, 정부가 처음 평가한 가치 이상으로만 주식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쉽진 않아 보인다.

2차 입찰마저 유찰되면서 정부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수의계약 방식으로 진행되는 3차 입찰부터는 정부가 처리 방안을 재검토 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수의계약이란 입찰 경쟁 등을 하지 않고, 계약 대상자를 직접 선택해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일컫는다.

정부는 지분을 쪼개서 판매할 경우 지분 가치가 떨어진다는 판단에서 통매각을 우선순위로 고려해왔다. 3차 입찰 기간에도 뚜렷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 분할매각을 고려할 수도 있다. 매각가를 깎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3차 입찰부턴 매각가를 회차마다 10% 할인해 매각할 수 있다. 당초 정부는 수의계약 전환 후에도 매각가를 깎진 않겠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피력해왔다.

한편, 물납 주식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송언석 의원(국민의원)에 따르면 199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물납된 주식 총 8조2888억원 가운데, 매각된 주식은 1조5863억원(19.1%)에 불과했다. 6조7000억원치는 비상장 증권이었다.

송 의원은 “시장화 가능성이 낮은 비상장 주식을 물납 받아 캠코에서 매각하도록 맡겨만 놓을 게 아니라, 실제 현금 자산이 상속세로 납부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속세 개편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은 50%로 일본(55%)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두 번째로 높다. 여기에 대기업 최대 주주 할증과세까지 적용하면 최고세율이 60%까지 치솟는다. OECD 평균은 15%다. 지나친 상속세 폭탄은 기업경영권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기업의 해외 이탈을 가속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회 이원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NXC 지분 매각건을 언급하면서 “기업승계를 위한 상속세 개편을 더이상 미뤄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그(김정주 창업자)의 가족은 상속세로 현금 대신 지주회사 NXC 지분을 납부했지만 매각 과정에서 주인을 찾고 있지 못했다”면서 “게임산업의 중요성은 강조하지 않아도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고 김정주 창업주가 평생을 일군 기업을 승계해 안정적인 경영을 지속하는 일은 결국 우리 경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업의 숨통을 틔워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대찬 기자
freez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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