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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4/HANA, "현대기아차는 갔는데 우리도 갈 것인가?"…고민 깊어지는 기업들

이상일 기자

현대차와 아마존은 지난해 11월 16일(현지 시각) 미국 LA 컨벤션센터(Los Angeles Convention Center)에서 열린 2023 LA 오토쇼에서 고객에게 혁신적이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광범위하고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아마존 글로벌 기업 비즈니스 개발 담당 마티 말릭(Marty Mallick) 부사장과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호세 무뇨스(José Muñoz) 사장이 파트너십 발표 후 디 올 뉴 싼타페 옆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현대기아자동차의 글로벌 전사자원관리(ERP) 사업이 운영 인프라로 AWS를 선정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번 계약에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디지털 혁신을 위해 아마존 웹 서비스를 클라우드 우선 공급업체로 선정키로 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 당시부터 큰 그림에서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사업에 있어 클라우드 파트너로 AWS가 선점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소위 AWS를 사용할 수 있는 '크레딧'이 발생한 만큼 사용할 용처가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현대기아차의 SAP ERP 전환에 따른 클라우드 인프라 선정으로 인해 기업의 핵심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클라우드 전환 고민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변수는 있다. 최근 경기 불황이 깊어지면서 기업의 비용통제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타의적인 시스템 고도화를 꾀해야 하냐는 점이다. 이번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ERP 전환에 따라 현대기아차가 AWS에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연 7000만 달러(약 920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물론 비용에 대해서 이번 계약 주체들은 자세한 금액을 밝힐 수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다만 클라우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계약에서 글로벌 롤아웃, 즉 ERP 적용이 확대되는 국가에 대한 배포에 대해선 별도 계약을 맺어야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ERP를 위해 AWS와 같은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을 선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여타의 글로벌 기업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빠른 배포와 지원을 위해선 IT인프라 지원을 위한 거점인 ‘리전’을 전 세계 각지에 보유한 클라우드 사업자가 유리하다.

이러한 리전을 보유한 곳은 AWS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클라우드플랫폼, 오라클 등이 꼽힌다. 이번 사업의 경우도 최후까지 AWS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가 경쟁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기업용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 들 중 가장 저렴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오라클의 경우 SAP와 ERP 시장에서 경쟁이기 때문에 애초에 검토대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현재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인 OCI에서 SAP S4/HANA는 지원되고 있지 않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ERP 시장의 강자인 SAP의 구축형 ERP 버전인 ‘ECC’에 대한 지원 서비스 종료가 임박함에 따라 기존 SAP ERP 사용기업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기존 ECC외, SAP R/3 등 이전 버전을 사용하고 있는 기업들은 클라우드 기반 ERP로 갈지 아니면 온프레미스 ERP를 유지할지를 두고 고민 중이다.

SAP의 기존 ERP 시스템 SAP ECC에 대한 지원 및 유지보수는 2027년에 종료된다. 그때까지 전환할 수 없는 고객의 경우 2030년 종료 예정인 SAP ECC 6.0 확장팩 8을 위한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클라우드 인프라가 대세가 되고 있는 흐름 상 클라우드 사용을 전제로 기업의 S4/HANA 전환 사업은 최근 몇 년 간 IT서비스업체들의 주요 사업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이는 그만큼 국내에 SAP 사용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만 비용은 여전히 고민거리다. S4/HANA 로 전환한다는 것은 기존 인프라에서 클라우드 인프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으로선 추가 비용이 드는 셈이다. 여기에 20%내외의 유지보수 비용도 걸림돌이다.

때문에 구축형 버전 중 가장 마지막 버전인 SAP ECC 6.0버전을 자체, 혹은 기존 계약된 클라우드에 올려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 구축형 ERP를 클라우드에 올려 운영의 묘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실제 구축형 서비스인 SAP ECC 자체를 클라우드 인프라에 마이그레이션 하는 자체는 기술적 난이도가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국내에선 아모레퍼시픽, CJ프레시가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되고 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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