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도 HCL테크 문준호 지사장 “싼 인건비로 승부? 체계화된 방법론 자신”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지난 2021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인도의 IT서비스 기업 ‘HCL테크’가 숨고르기를 끝내고 한단계 도약을 준비한다. 글로벌 역량과 비용 최적화를 무기로 사업을 확장하고 시장에 안착하겠다는 포부다.
단순히 저렴한 인건비로 승부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정형화된 인프라 구축에 집중했던 한국 IT서비스 업체들과 달리, 글로벌 규모이면서 애자일한 개발체계를 갖춰 훨씬 효율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을 회사는 가장 큰 강점으로 꼽는다.
문준호 HCL테크 한국지사장은 최근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저도 입사 전에는 인도에 대해 단순히 저렴한 인건비만을 떠올렸는데, 막상 접해 보니 그렇지 않았다”며 “오히려 경쟁력 있는 솔루션으로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경험은 우리가 글로벌하게, 누구 못지 않은 수준으로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진출 만 3년째인 HCL테크는 우리에게 아직 익숙지 않은 기업이지만, 사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톱티어 IT서비스 업체다. 소프트웨어(SW) 강국인 인도 회사답게, 20만명에 이르는 뛰어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유수 기업들의 디지털전환(DX)을 도우면서 연간 16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런 기업에 내수 위주의 한국은 사실 그리 매력적인 시장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HCL테크는 국내 업체들과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계속해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미 한국 시장에서 연 100억원 규모 매출을 올리고 있는 HCL테크는 매년 30% 이상 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문준호 지사장은 “경기 위축으로 기업들이 IT서비스 비용을 줄이는 기조 때문에 다소 정체 상태긴 하지만 작년에 성장을 했고, 또 고객 확보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얘기하고 있는 업체들이 많이 늘었다”며 “올해는 삼성과 LG 등 국내 대기업을 타깃으로 사업을 계속 확장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HCL테크가 자랑하는 경쟁력은 크게 엔지니어링과 클라우드,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으로 꼽힌다.
HCL테크의 독특한 점은 IT서비스뿐만 아니라 산업별 특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시스템 엔지니어링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인데, 특히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를 비롯해 글로벌파운드리와 인텔 등을 고객사로 확보해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남다른 엔지니어링 역량을 갖추고 있다.
문 지사장은 “엔지니어링은 HCL이 다른 한국 IT 회사들과 차별화된 부분인데, 주로 반도체 설계 영역에 집중하면서 운송과 의료 관련된 회사들에도 고객의 생산 밸류체인에 직접 들어가 일하는 구조로 지원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HCL테크는 클라우드 관리서비스사업자(MSP)로서도 한국에서 외연을 넓힐 예정이다. 글로벌 지원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갈수록 높아지는 클라우드 비용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회사가 꼽는 차별화 포인트다.
문 지사장은 “클라우드 마이그레이션이라는 게, 국내에선 사실 인건비를 줄이고 자기 마진을 깎아서 출혈경쟁을 하고 있는 상태”라며 “그런데 지금 당장은 고객이 싸게 사용할 수 있을지 몰라도 나중에는 클라우드 비용이 엄청나게 올라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런 식의 제공보다는 비용 최적화에 초점을 둔다”며 “단지 클라우드 라이센스를 많이 팔고 끝이 아니라, 고객 입장에서 효율적으로 비용을 줄이는 작업을 같이 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생성형AI도 HCL테크가 주력하는 요소 중 하나다. 문 지사장은 “클라우드 네이티브 랩(Lab)을 운영하면서 생성형AI를 연구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클라우드, 엔비디아와 레드햇 등 AI 생태계 파트너를 두고 있다”며 “분석, 엔지니어링, 인프라, 프로세스 오퍼레이션 등 전반에서 생성형AI를 활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HCL테크가 가진 강점은 전세계에 포진해 있는 20만여명의 개발인력을 바탕으로 탄탄한 개발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 있다.
그룹사 시스템통합(SI) 사업으로 커 온 한국의 IT서비스 업체들이 본사를 주축으로 버티컬한 조직구조를 갖추고 있다면, HCL테크는 완전한 매트릭스 구조(특정 프로젝트를 위해 서로 다른 부서의 인력이 함께 일하는 방식)로 훨씬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단순한 인프라 구축에서 그치지 않고, IT 운용과 매니지먼트, 각종 툴 등 전반적인 서포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 지사장은 “어떤 회사들은 아직 인하우스 SI를 고집하는데, 처음 구축은 쉽지만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간다거나 유지·보수 및 성능 개선 측면에선 어려울 수 있다”며 “하지만 우리 같은 전문 업체들은 365일 그것만 연구해서 만들어내는 곳이니, 글로벌 솔루션을 중심으로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가지 단점은 우리의 역량 대부분이 오프쇼어(역외) 아웃소싱에 있으니 중간 단계를 연결할 수 있는 파트너를 구하고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대기업 이외에도 중견기업 니즈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지사장은 “우리가 한국에 진출한 것은 단순히 기존 생태계를 빼앗는다기보다 오히려 국내 업체와 상생하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강할 수 있는 회사로 거듭나기 위함”이라며 “글로벌 역량과 파트너 생태계 측면에서 우리가 채울 수 있는 부분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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