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디지털정부 그늘]② “곪아 터졌다” 10년 전에도, 현재도 ‘예산’이 문제

이안나 기자

지난해 11월 행정전산망 마비를 시작으로 잇따른 국가시스템 먹통 사태는 정부·공공기관의 대대적인 디지털전환을 선전했던 윤석열 정부표 ‘디지털플랫폼정부’ 민낯을 드러냈다. 부실한 국가시스템 관리·감독 체계와 부진했던 공공사업 투자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디지털정부 근간인 공공IT의 현주소와 개선점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정부서울청사에 설치된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 대응 상황실 ⓒ연합뉴스
정부서울청사에 설치된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 대응 상황실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윤석열 정부 핵심 공약이던 디지털플랫폼정부 추진이 3년차를 맞았다. 디지털플랫폼정부는 공공분야 전산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신속하고 편리한 맞춤형 개인 서비스를 국민에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성공적 디지털플랫폼정부를 구축하기 위해선 공공시스템 고도화가 필수다. 하지만 정부의 이상과 달리 현실에서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은 ‘사상누각’에 그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교육부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등 비교적 최근 선보인 차세대 공공시스템부터 정부 행정망 전산마비까지 발생하며 국민 불편을 안겼다. 잦은 공공시스템 마비를 두고 업계에선 “SW 생태계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위해 클라우드 네이티브 구현 등 신기술을 적극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안전성·효율성 등을 고루 갖춘 전산시스템 확보를 위해선 공공 소프트웨어(SW) 경쟁력이 높아져야 한다.

하지만 업계에선 차세대 전자정부를 위해 SW 생태계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보기술(IT) 업계는 공공시스템 체계 부실 문제를 십수년 전부터 지적해왔다. 특히 공공시스템 근간이 되는 공공SW 사업에 있어 불합리한 관행 개선과 사업대가 현실화를 꾸준히 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SW 유지보수 요율을 올리고 개발단가를 물가상승률에 맞게 반영해달라는 주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등 각 정부 부처가 기업들의 공공SW 계약구조 등 문제 해결에 관심을 기울인 건 사실이다. 10년 전 2014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현 과기정통부)·기획재정부 등은 ‘SW 제값받기’와 ‘유지보수요율 현실화’를 과제로 대가산정 가이드라인 마련을 준비했다. SW개발비 산정 기준이 되는 기능점수(FP)당 단가 인상과 유지보수요율을 올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항상 발목을 잡는 건 SW 예산편성 문제였다. 당시 공공 정보화예산은 3조2500억원으로 전년대비 오히려 감소했고, 대가산정 가이드라인은 예산권을 가진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와 의견조율로 시간이 지체됐다. 2016년 당시 조풍연 한국상용소프트웨어협회 회장도 “기재부 예산편성 지침이 분할 발주와 개발비 깎기를 부추겨 상용 소프트웨어 시장을 위축시킨다”고 지적했다.

10년 전 문제는 현재도 반복되고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2022년 SW 평균 유지보수관리요율은 11.2% 수준이다. 2017년 정부는 유지관리요율을 20%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공공SW사업에서 유지보수요율 비중이 70%를 넘어선 현재도 유지보수관리요율은 여전히 10%대에 멈춰있다. 이는 글로벌SW기업들이 제시하는 요율의 절반 수준이다.

‘SW 제값받기’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개발 단가인상은 2016년과 2020년 두 차례 이뤄졌지만, 이마저 물가상승률이 반영되지 못했다. 2020년 개정된 ‘SW사업 대가산정 가이드’에서 기능점수(FP) 기반 단가산정을 민간에 이관했지만 임의로 정할 수 없는 구조이기에 한계가 있다. 이에 공공SW 유찰률은 50%에 달하고, 해당 사업에 주력하던 기업들 평균 영업이익률은 5.4%에 불과하다.

업계에서 말하는 원인은 역시 예산이다. 국가정보화 예산 규모는 2013년 4조원대에서 2022년 11조5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수많은 정보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정작 근간이 되는 공공SW 단가정상화는 후순위로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각 부처는 기재부에 공공SW 예산을 신청해 승인받는 구조로, 부처 특성상 예산 감축에 집중하는 기재부를 거치다 보니 예산이 30%가량 깎이는 건 다반사라는 게 업계 의견이다.

‘2024년 공공부문 SW·ICT장비 수요예보(잠정)’에 따르면 SW사업 예정치는 전년보다 6.6% 증가한 4조7505억원이다. 그중 SW구축 사업금액은 4조3745억원으로 전년보다 5.3% 늘었고 상용SW 사업예산은 전년보다 24.8% 늘어난 745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보화 예산 규모는 올라가고 있지만 공공SW사업에서 원가 상승률만큼 반영이 되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 입장에선 사업이 안된다고 본다”며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올리곤 있지만 공공SW 단가 정상화를 위해선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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