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디지털정부 그늘]④ ‘행정망개선TF’에 쏠린 눈…기대·우려 공존

이안나 기자

지난해 11월 행정전산망 마비를 시작으로 잇따른 국가시스템 먹통 사태는 정부·공공기관의 대대적인 디지털전환을 선전했던 윤석열 정부표 ‘디지털플랫폼정부’ 민낯을 드러냈다. 부실한 국가시스템 관리·감독 체계와 부진했던 공공사업 투자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디지털정부 근간인 공공IT의 현주소와 개선점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 합동 주요 전산 시스템 특별 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 합동 주요 전산 시스템 특별 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디지털플랫폼정부’는 지난해 연이은 행정망 먹통 사태로 최대 위기를 겪었다. 디지털재난 재발 방지는 편리한 시민생활 근간을 이루는 핵심이다. 성공적인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위한 정부 의지가 허울인지 아닌지는 이달 말 종합대책 발표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행정전산망 개선 범정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이달 말 디지털 행정서비스 발전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이하 위원회)도 최근 ‘정보화 사업 혁신방안’ 초안을 작성, 이르면 범정부 종합대책과 함께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회의에선 정보시스템 인프라 이중화와 위험도별 등급제 개선 등 시스템장애 방지 계획부터 대기업 참여제한 완화, 소프트웨어(SW) 개발단가 현실화 같은 업계 숙원까지 폭넓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망 장애 사태 후 정부는 늦게나마 노후 장비 전수조사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 업계에선 이달 발표할 종합대책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10년 이상 요구해 온 과업변경과 유지보수요율 등 ‘SW 단가정상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여서다. 다만 우려도 함께 나온다. 본질적 문제 해소를 위해선 한 번의 발표가 끝이 아닌 중장기적으로 꾸준한 관심과 개선이 필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SW기업들은 열악한 환경 개선 목소리를 십여년 전부터 계속 내왔지만, 정권이 계속 바뀌면서 공공SW 지원 정책도 이리저리 갈지자(之) 행보를 보인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단발성 제도개선 발표만으로 공공SW 어려움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은 ‘과업심의위원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 전부개정안은 공공SW 업계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적으로 지난 2020년 통과했다. 개정 법률안을 통해 공공SW사업 과업변경만을 심의하는 과업변경심의위원회 개최가 의무화됐다.

과업변경심의위원회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일어나는 과업변경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위원회 개최를 의무화했음에도 불구 여전히 과업변경 요구로 인한 정부와 기업 간 갈등과 SW단가 정상화를 위한 주장은 계속되고 있다.

일례로 공공SW 정책을 소관하는 과기정통부의 산하기관인 우정사업본부에서조차 과도한 과업변경 요구를 하고 과업심의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는 2020년 ‘우체국 차세대금융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하면서 2022년 시스템 오픈 직전까지 무리한 과업내용 변경 요구를 했다.

지난해 10월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과기정통부와 우본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본은 더이상 서비스 개선 요청을 받지 않기로 하는 ‘SR(Service Request) 프리징’ 이후에도 2022년 4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총 313건 과업내용 변경 요구를 했다. 코로나19 기간 300건 이상 과업내용 변경을 요구하면 과업심의원회를 통해 발주처와 수행사 재협상이 이뤄져야 하지만, 과업심의위원회는 2021년 단 한차례 열리고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과업이 늘어난다고 한들 정부기관이 고객사로 ‘갑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다음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웬만한 건 그냥 들어줘야 하는 구조”라며 “실상 과업심의위원회는 유명무실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이정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과업심의위원회 관련 ‘소프트웨어 진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재 과업심의위원회는 공공사업 발주 전에 열려, 최초 발주사항과 달리 빈번한 과업변경이 이뤄진다.

개정안에선 공공기간과 기업이 계약을 맺은 후 해당 상버 기본설계를 완료한 후 과업심의위원회 개최를 의무화했다. 실효성 잃은 과업심의위원회가 이번 디지털 행정서비스를 위한 종합대책에서 보완될지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에서 지향하고 있는 개인 맞춤형, 통합 정부시스템 같은 것들은 결국 공공SW 사업과 연결된다”며 “산업계에서 요구한 정책과 제도개선이 얼마나 담겨있는지도 중요하지만 대책안들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진행이 되는지도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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