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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폐지 후폭풍]<하> 단통법 사라지면 보조금 경쟁 불 붙을까

채성오 기자
서울 영등포구 한 이동통신 대리점 모습. [ⓒ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한 이동통신 대리점 모습.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채성오 기자] 정부가 약 10년 여만에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을 폐지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보조금 경쟁이 재점화될 가능성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단통법 폐지를 꺼내든 정부가 '통신사와 유통자(대리점 등)간 자유로운 지원금 경쟁 활성화'를 목표로 제시함에 따라 통신사와 대리점의 보조금 지급 규모 확대가 예상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뒤따르고 있다.

22일 정부는 민생토론회를 통해 "통신사·유통점간 자유로운 지원금 경쟁을 촉진하고 국민들이 저렴하게 휴대전화 단말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단통법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단통법이 폐지될 경우 단말기 유통 구조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통법으로 인해 굳어진 통신사 공시지원금 규모가 확대될 경우, 선택약정 할인폭과 비교해 더 저렴한 가입 모델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오는 31일 출시되는 '갤럭시S24' 시리즈로 예를 들면 현재 통신 3사가 책정한 해당 기기의 공시지원금은 KT가 5G 요금제 기준 최저 5만원에서 최대 24만원(월 13만원 요금제 선택 기준)으로 가장 많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경우, 각각 5G 최고 요금제 기준 ▲5만2000~23만원과 ▲10만~17만원 규모의 공시지원금을 책정한 상태다.

개통일(갤럭시S24 기준 오는 26일)에 맞춰 공시지원금이 확정되는 만큼 해당 규모에 변동이 있을 순 있으나, 이는 업계에서 예상했던 최대 50만원대 공시지원금 규모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요금에서 25%를 할인받는 선택약정 제도가 유리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통법이 폐지될 경우, 갤럭시S24 이후 출시되는 플래그십 모델부터 현행 최대치의 공시지원금보다 많은 지원금이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단통법 폐지로 인해 공시지원금 규모가 확대될 경우, 선택약정 제도와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 선택폭이 넓어질 수 있겠으나 변수는 통신사들이 얼마 만큼의 보조금을 투입할 지에 달려 있다.

앞서 단통법 이전 보조금 출혈 경쟁 등으로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받았던 통신사들은 2014년 관련 법 시행 이후 해당 법령에 맞춘 공시지원금 및 프로모션을 운영하고 있다. 단통법이 폐지돼 보조금 상한선이 사라진다 해도 보조금 등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했던 통신사들이 일제히 관련 비용을 확대하지 않을 가능성이 여기에 있다.

이동통신 3사. [ⓒ 각 사]
이동통신 3사. [ⓒ 각 사]


이는 통신사들의 수익성과도 직결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이동통신 3사의 영업이익은 1조742원을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지난해 3분기 기준 3사 총합 1조2036억원) 대비 1000억원 이상 줄었다.

기업별로는 ▲SK텔레콤(약 4980억원) ▲KT(약 3219억원) ▲LG유플러스(약 2543억원) 순이며 SK텔레콤만 전년 동기 대비 7.0% 증가했고 KT와 LG유플러스의 경우 각각 28.9%와 10.8% 감소했다.

특히 같은 기간 가입자당 평균 수익(ARPU)도 ▲SK텔레콤(2만9913원·전년비 2.3%↓) ▲KT(3만3838원·2.8%↑) ▲LG유플러스(2만7300원·↓6.4%) 순으로 전년 동기 대비 이렇다할 성장세를 보이지 않거나 소폭의 성장을 보여 보조금 등 마케팅 비용에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재 새로운 먹거리를 '인공지능(AI)'와 '콘텐츠' 등 관련 사업에서 찾고 있는 통신사 입장에서 보조금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할 비용적 여력은 낮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에 반해 정부는 단통법 입법 취지가 서비스 증진 및 요금 인하 경쟁 실현에 있었던 만큼 "관련 법 시행 이후 이런 부분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즉, 통신사들이 단통법 시행 이후 요금 인하 및 서비스 증진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민생토론회 이후 열린 브리핑 자리에서 "2014년도 통신 3사의 영업이익을 보면 1조6000억원이었는데 2020년도 들어 3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이런 통신사의 영업이익이 서비스 요금 인하나 서비스 증진 및 요금인하에 반영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계속 있어 왔다"고 밝혔다.

단통법 폐지와 관련해 이통사 반발도 감지된다. 특히 단통법은 폐지하되 선택 약정 제도를 유지하는 것을 두고 시장 상황에 대한 분석에 기반했다기 보단,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에 가깝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단말기 보조금 선택하지 않은 사람에게 형평성을 부과하고자 둔 게 선택 약정 제도"라며 "단통법에 대한 정부의 이해가 부족해 보인다"고 일갈했다.

일각에서는 통신사에게 리베이트(판매수수료)를 받는 대리점들이 이를 활용해 막대한 보조금을 살포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휴대폰을 구매하는 입장에서는 많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이런 경우 대리점마다 주는 보조금 규모가 달라 단통법 이전 제기된 '형평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재 대리점들 역시 단통법에 맞춰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관련 법이 개정돼 상한선 제한이 풀리면 고객 유치를 위해 더 많은 보조금을 투입할 수 있다. 특히 통신사가 공시지원금 규모를 크게 높이지 않는 대신 대리점에게 주는 리베이트를 확대할 경우 이런 '풍선효과(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튀어나오는 풍선의 재질처럼 하나의 현상으로 발생하는 반대 급부)'가 관행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이에 대해 정부는 단통법 폐지 이후에도 관련 법령을 통해 구매 형평성에 대한 부분을 규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은 "사업자 간에 과도한 출혈경쟁, 단통법 제정의 취지가 됐던 그런 이용자 차별행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로 규제가 가능하다"며 "이용자에 미치는 부정한 영향을 최소화하고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정부는 시장 모니터링을 더 강화하고 예상되는 불공정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법을 집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채성오 기자
cs86@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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