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표류 중인 AI 기본법, ‘우선허용‧사후규제’ 조항 뺐지만…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국회에 계류 중인 ‘인공지능 기본법’ 통과가 여전히 안갯속이다. 시민단체 반발을 샀던 ‘우선허용‧사후규제’를 빼는 등 일부 쟁점사항에 대한 보완이 이뤄졌지만, 회의가 개최되지 않고 있어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AI 기본법은 2021년7월 정필모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것을 비롯해 윤두현 의원(국민의힘) 등이 제출한 총 7개 법안을 통합한 안건이다. AI와 관련된 제품‧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출시하되 사후 규제하겠다는 우선허용‧사후규제가 핵심으로 평가된다.
여‧야 국회의원이 함께 법안을 발의한 만큼 무난한 통과가 예상됐으나 해당 법안은 현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에 계류 중이다. 시민사회에서 기업들이 개개인의 정보를 이용해 AI를 학습시킴에도 이에 대한 구속력은 마땅치 않다는 반발이 나오자 야당이 이들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AI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법안 통과를 위해 국회 및 시민사회를 설득하는 데 노력했으나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해를 넘기고 제21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총선 전에 통과 못 시키면 폐기”라는 전망도 여기저기서 나왔다.
1월 임시국회에서도 법안 통과가 불발된 가운데 점차 여유가 사라지는 중, 오는 19일부터 진행되는 2월 임시국회에서 논의에 진척이 있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6일 한 의원실 관계자는 “쟁점이었던 우선허용‧사후규제를 뺀 합의안을 논의 중이다. 임시국회를 열어 2월이나 5월 중에라도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통과를 낙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바가 없다. 일단 회의를 열어야 논의가 될 텐데, (여당 측이) 회의를 열자는 얘기를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법 통과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가인권위원회나 시민단체 등이 염려하는 부분이 해소됐는 지도 살펴야 한다”고 전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작년 우선허용‧사후규제 원칙을 삭제하고 이용자와 정보주체의 권리침해 및 구제절차를 명확히 하라는 의견을 제출했다. 유럽연합(EU)이 추진하고 있는 AI 규제법에 비해 고위험 영역 AI를 협소하게 지정하고 규제 수단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도 꼬집은 바 있다.
AI 기본법이 장시간 표류되자 산업계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선허용‧사후규제 조항이 빠진 데 대해 “AI 기본법 통과를 응원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규제를 하면서도 합리적으로 산업을 육성시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법안이었기 때문”이라며 “산업 육성은 관심 없고 규제만 하는 법안이라면 통과를 응원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AI 기본법이 지나치게 규제 색체를 띄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EU가 최근 AI 규제법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는데, EU의 경우 AI 생태계가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잃을 것이 없기에 할 수 있는 조치”라며 “우리는 산업이 잘 성장하고 있다. 국회가 도움을 주지 못할망정 싹을 뽑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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