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규제 하자는 EU, 진흥 장려하는 미국… 한국은 어느 방향?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인공지능(AI)을 대하는 태도에서 명확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AI의 가능성에 보다 집중하는 한편 EU는 위험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법‧제도로 이어진다. 미국이 기업의 자율규제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EU는 고강도의 규제를 예고했다.
국내에서도 AI 규범 마련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AI에 대해 미국과 EU가 서로 다른 접근방식을 취하자 국내에서도 ‘미국 모델로 가야 한다’, ‘EU 모델로 가야 한다’ 등의 의견이 나오는 중이다.
강지원 김앤장 변호사는 3일 <디지털데일리>와의 통화에서 “EU는 생성형 AI를 포함한 파운데이션 모델(FM)을 고위험 AI처럼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AI 스타트업이 생성형 AI 개발에 관심을 갖고 있고 한창 지원이 필요한 시점인데 섣불리 EU처럼 고강도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는 AI 기본법에 일부 규제 요소가 있는 데 대해서는 “우리나라 법안의 경우 EU보다는 규제 수준이 약할뿐더러 일반적인 원칙만 제시하는 수준이다. 규제와 진흥이라는 2개 성격을 다 가졌는데, 그중 규제 조항도 EU보다는 훨씬 약하고 진흥 성격의 조항이 많이 들어간 만큼 규제법으로 정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방향성에 대해 일부 참고는 할 수 있지만 고강도 규제를 하는 것은 우리 상황하고는 전혀 안 맞는 부분이 있다. EU AI법의 규제와 관련된 내용을 참고는 하겠지만 2020년에 나온 미국의 법도 참고하는, 하이브리드 성격으로 가야 하지 않나 싶다”고 견해를 밝혔다.
미국은 AI 관련 규범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국가로 꼽힌다. 2020년 국가 AI 이니셔티브법을 제정하면서 국가 차원에서 AI 진흥을 조력했다. 연구개발(R&D) 생태계 확대 및 AI 연구를 위한 데이터 개방, AI 거버넌스 표준화 등이 담겼다.
연방정부의 전폭적인 지지 하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정보기술(IT) 기업은 AI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했다. AI 스타트업에 대한 인수합병(M&A)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챗GPT’도 이런 토대를 기반으로 등장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만 챗GPT의 등장 이후 AI 규범에 대한 양상이 바뀌는 모양새다. AI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AI가 주는 편익만큼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규제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진흥에 많은 공을 들였던 미국도 바이든 행정부 들어 발표한 2023년 행정명령에서는 AI 안전성 평가 의무화, 개인정보보호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AI가 가진 위험성을 인지하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미국의 AI 정책 기조는 진흥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 법조계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NISS)은 작년 11월 미국의 AI 행정명령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AI의 긍정적인 잠재성은 극대화하고 국가안보, 허위정보 생성, 일자리 등에 미칠 위험성은 최소화하려는 규제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에 반해 EU는 고강도의 AI 규제를 예고했다. AI의 위험 수준을 지정해 ▲허용할 수 없는 위험 ▲고위험 ▲저위험 또는 최소한의 위험 등으로 구분해 차등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골자다. 이중 허용할 수 없는 위험을 지닌 AI는 금지하고, 고위험 AI에 대해서는 철저한 요구사항을 부과한다.
생성형 AI에 대한 규제도 명확히 했다. 생성형 AI의 설계, 개발 과정에서의 법률 준수는 물론이고 생성되는 콘텐츠가 EU 법률 및 회원국의 저작권법에 위반하지 않도록 할 것, 또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인 훈련 데이터를 사용하는 경우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할 것 등의 내용을 포함했다.
AI가 학습한 데이터에 대한 저작권은 최근 주요 이슈로 부각되는 중이다. 대부분의 AI 기업들은 AI가 어떤 데이터로 학습됐는지에 대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EU의 AI 법이 본격화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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