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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좁혀지는 11번가 ‘몸값’, 매각 가능성↑… SK스퀘어의 판단은 현명했나

왕진화 기자

[ⓒ11번가]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11번가의 재무적 투자자(FI) 나일홀딩스컨소시엄이 알리바바와 큐텐 등 유력 해외 이커머스 업체 운영사에 매각을 추진한다.

나일홀딩스컨소시엄 측이 제시한 11번가의 매각 금액은 지난해 SK스퀘어가 1조원대로 협상을 진행했던 때와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한 5000억원대로 추정된다. 반값 매각에도 실패할 경우 위탁운용사(GP)인 에이치앤큐(H&Q)코리아, 이니어스PE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질 전망이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나일홀딩스컨소시엄으로 부터 매각 작업을 위탁 받아 진행하고 있는 주관사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삼정KPMG는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운영사 알리바바와 티몬·위메프·인터파크 등을 운영 중인 큐텐에 11번가 인수 의향 여부를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 아마존 및 국내 바이아웃(경영권 인수) 펀드, 해외 전략적투자자(SI)도 인수 후보군에 올랐다. 주관사 측은 이커머스라는 11번가 특성에 맞춰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 운영사들에게 먼저 접근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수 후보군 역시 계산기를 두들기는 모습이다. 인수 후보군이 제한적인 만큼 장기전으로 갈수록 득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공개매각이 유찰되면 가격이 계속해서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어,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가격에 11번가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눈치 게임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 SK스퀘어 손 떠난 11번가, 매각 주도권 쥔 FI… 헐값 매각 가능성 높아져= 11번가 매각 절차는 지난해 9월부터 본격화됐다. 11번가 기업공개(IPO) 실패에 따른 후폭풍이 직접적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2018년, SK스퀘어는 11번가의 IPO 청사진을 FI 등에 제시했다. 나인홀딩스컨소시엄은 지난해 9월 기업공개 목표를 투자 조건으로, 5000억원을 11번가에 투자하면서 11번가의 지분 18.18%를 가져갔다.

나일홀딩스컨소시엄은 출자자(LP)인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위탁운용사인 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 이니어스PE 등으로 구성돼 있다. 국민연금이 3500억원, H&Q코리아가 1000억원, 새마을금고가 500억원 등을 각각 투자했다. 2018년 FI가 투자할 당시 11번가의 기업가치는 2조7000억원으로 평가받았었다.

다만 11번가는 투자 약정상 조건인 5년 기한 내 IPO를 성사시키지 못했다. 지난 2020년 이후 지속된 영업손실과 이커머스 업황 악화 속에 상장 절차를 중단했다. 11번가 모기업 SK스퀘어는 11번가 보유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지난해 9월부터 지분 매각 협상 대상 업체를 물색했었다. 당시 알리바바와 큐텐이 유력 인수후보자로 꼽혔지만, 매각·매수자간 입장 차가 크게 갈리면서 지분 매각 협상이 결렬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말, SK스퀘어는 나일홀딩스컨소시엄이 보유한 11번가 지분 18.18%를 다시 사들이는 방식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커머스 업계는 물론 IB 등 투자 관련 업계에선 SK스퀘어 콜옵션 포기를 놓고 뒷말이 많았다. SK가 11번가를 쉽게 놓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는 도덕적인 측면에서의 아쉬움일 뿐, SK스퀘어 입장에서 보면 지극힌 당연한 포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행사해 11번가의 지분 18%를 FI로부터 재매수할 경우, 이에 필요한 6000억원 가량의 자본 지출이 불가피하게 된다.

앞서 SK스퀘어가 FI 에게 앞서 지급한 5년 간의 3.5%대의 이자까지 계산하면 SK스퀘어가 콜옵션 행사로 FI에 지급하게 될 현금은 약 7000억원으로 늘어난다. 현재와 미래의 11번가 기업가치를 냉철하게 감안했을 때, SK스퀘어 입장에서 기회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오히려 콜옵션 포기가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 일각의 판단이다.

[ⓒSK스퀘어]

◆원금회수 급한 LP투자자들…11번가 주인 향방은?=결국 나일홀딩스컨소시엄은 드래그얼롱 옵션을 행사하게 됐다. 18.18%의 지분만으로 SK스퀘어가 가진 지분까지 더하게 되면서 11번가 매각 주체로 올라선 셈이다. 현재 11번가 매각 난항에는 자본시장의 냉혹한 현실이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나인홀딩스컨소시엄은 최근 일부 인수 후보군에게 11번가 매각가격으로 5000억원 수준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터폴’(waterfall) 방식으로 매각이 진행되는 만큼, 투자금을 우선 보전 받을 자격을 갖춘 국민연금이나 새마을금고는 투자원금만이라도 회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국민연금은 11번가 매각 난항이 장기화될 경우 투자 실패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새마을금고 또한 마찬가지다. 지난해 예금 인출 사태 후폭풍과 함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서야 하는 상황인 만큼, 안전한 투자원금 회수가 절실하다.

FI가 만약 5000억원 수준으로 매각에 성공한다면, 이미 이자 수익 명목으로 3.5%의 배당금을 받아왔던 만큼 크게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기도 하다. 남은 변수는 5000억원 수준으로도 11번가 매각이 진행되지 않는 경우다.

현재 SK스퀘어가 80% 이상의 지분을 사실상 손절했기에 5000억원 수준에 팔릴 경우 SK스퀘어는 한 푼도 건질 수 없고, 위탁운용사도 손실이 불가피하게 된다. 그럼에도 SK스퀘어는 현재 FI가 주도하고 있는 매각 절차에 적극 협력하겠단 방침이다. H&Q코리아 및 이니어스PE도 11번가 매각에 고군분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들도 11번가의 매각가 5000억원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어느 한 쪽에서는 이조차도 비싸다고 하는 반면, 다른 한 쪽에서는 신세계그룹의 G마켓 인수 당시를 이야기하며 충분히 매력 있는 가격대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비싸다고 하는 근거로는 11번가의 만년 적자와 노조 문제를 든다.

최근 11번가는 새해 첫 전사 타운홀 미팅을 통해 수익성 개선이라는 목표를 재확인했다. 11번가는 오픈마켓(OM) 사업과 더불어 리테일 사업인 익일배송 서비스 슈팅배송의 효율적 운영과 성장으로 2025년 연간 흑자 전환이 목표다.

안정은 11번가 사장은 “꾸준한 수익성 개선 기조 아래 지난해 영업손실을 줄이는데 성공했고, 특히 OM 사업은 지난달(12월) 에비타 기준 흑자를 기록했다”며, “11번가는 커머스 경쟁력 강화에 더욱 집중하고 사업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효율 개선 노력을 병행해 2024년 OM 사업의 연간 흑자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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