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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이커머스] ④ ‘매각 수순’ 11번가, 기업 가치 끌어올리는 데 집중

왕진화 기자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들은 ‘외형 성장’과 ‘내실 경영’ 두 마리 토끼를 잡지 못한 채 딜레마에 갇혔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공개(IPO) 1호 기업 출현도 유력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고물가에 지갑을 닫은 소비자가 많아지고, 해외 이커머스 기업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업황이 악화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커머스 업계 전반은 절치부심하며 일어설 준비에 한창이다. 이에, 이커머스 기업들의 갑진년 새해 주력 키워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11번가 안정은 사장. [ⓒ11번가]
11번가 안정은 사장. [ⓒ11번가]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모기업 SK스퀘어의 콜옵션 포기에 강제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1세대 이커머스 기업 11번가가 올해를 오픈마켓 흑자 달성 원년으로 삼았다. 이를 통해 오는 2025년엔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루겠다는 목표다.

11번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오픈마켓(OM) 사업의 손익분기점(BEP) 달성으로 흑자전환 가능성이 두드러진다. 이어 지난해 5~7월 3개월 연속 OM EBITDA(상각전 영업이익, 이하 에비타) 흑자를 기록한데 이어 12월 또 다시 OM 에비타 흑자를 기록했다. 11번가는 올해 1분기 내 OM 사업이 온전한 수익 기조에 들어서고, 연간 흑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11번가의 ‘강제 매각’ 위기…그럼에도 “#흔들림없이 #갈길을간다 #11번가”

11번가 강제 매각 위기는 지난해 9월부터 본격화됐다. 시간을 거슬러, 지난 2018년. 나인홀딩스 컨소시엄은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2018년 11번가에 5000억원을 투자하면서 지분 18.18%를 가져갔다. 재무적 투자자(FI)인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은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 운용사인 에이치앤큐(H&Q) 코리아 등으로 구성돼 있다.

11번가는 투자 약정상 조건인 5년 기한 내, 즉 지난해 9월까지 IPO를 성사해야 했지만 지속되는 영업손실과 이커머스 업황 악화 속에 이를 결국 이뤄내지 못했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말 11번가 모기업인 SK스퀘어는 FI인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이 보유한 11번가 지분 18.18%를 다시 사들이는 방식의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즉, 현재 FI가 직접 매각 작업을 통해 투자금 회수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투자 약정에 따르면 SK스퀘어가 콜옵션을 포기할 경우 FI는 SK스퀘어가 보유한 11번가 지분(80.26%)까지 한꺼번에 제3자에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요구권’(Drag-along)을 행사할 수 있다.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은 최근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삼정KPMG를 11번가 매각 주간사로 선정했다. 11번가 매각 희망액은 5000억원대로 알려졌다. 현재 인수 업체 물망에 오른 곳은 미국 아마존, 중국 알리바바그룹, 큐텐 등이다.

이러한 가운데 11번가는 수익성 개선을 위한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근 비효율 사업을 정리하고 역직구 서비스 준비에 나선 것. 이는 향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몸값을 올리겠다는 행보로도 풀이된다. 특히, 11번가는 지난달 28일 오픈마켓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다음달 1일부터 판매수수료와는 별도로 서버 이용료 정책을 도입한다고 공지했다.

공지에 따르면 11번가는 월 500만원 이상 판매자를 대상으로 매달 서버 이용료 7만7000원을 걷는다. 적용되는 거래액은 이달 1일부터 31일까지 구매가 확정된 금액으로, 다음달부터 이용료가 부과될 방침이다. 다음 달부터 처음으로 오픈마켓 사업자 대상 서버 이용료를 받는 셈이다.

[ⓒ11번가]
[ⓒ11번가]

◆커머스 경쟁력 강화·수익성 개선 선순환으로 턴어라운드 목표, 한 마음 모은 임직원들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최근 11번가는 새해 첫 전사 타운홀 미팅을 통해 수익성 개선이라는 목표를 재확인했다. 앞서 지난 11일, 11번가는 서울시 중구 서울스퀘어에 위치한 11번가 본사에서 새해 첫 전사 구성원 대상 ‘2024 1st 타운홀미팅’이 진행됐다.

11번가는 이번 타운홀미팅을 통해 2025년 실적 턴어라운드 목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2024년을 오픈마켓(OM) 사업의 흑자 전환 원년으로 만들고 2025년 리테일 사업을 포함한 전사 영업이익 창출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안정은 11번가 사장은 “꾸준한 수익성 개선 기조 아래 지난해 영업손실을 줄이는데 성공했고, 특히 OM 사업은 지난달(12월) 에비타 기준 흑자를 기록했다”며, “11번가는 커머스 경쟁력 강화에 더욱 집중하고 사업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효율 개선 노력을 병행해 2024년 OM 사업의 연간 흑자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수익성 강화를 위해 11번가는 올해 ▲판매자 성장 ▲가격 ▲트래픽 ▲배송 ▲인공지능(AI) 등 5개의 신규 ‘싱글스레드(Single Thread, 이하 ST)’ 조직을 운영키로 했다. 각 ST 조직을 통해, e커머스의 기본 경쟁력인 ▲상품 ▲가격 ▲트래픽 ▲배송 ▲편의성을 강화하고 각 영역에서의 전방위적 개선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여기서 11번가는 조직별로 핵심과제 수행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ST 조직 성과가 수익성 개선의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플라이휠(Flywheel)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11번가는 OM 흑자전환과 동시에 리테일 사업인 익일배송 서비스 슈팅배송의 효율적 운영과 성장을 통해 2025년 연간 영업이익을 기록해 흑자 전환하겠다는 목표다. 11번가는 꾸준한 수익성 개선 작업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 규모도 전년(2022년) 대비 수백억 정도 절감한 것으로 보고 있기에, 올해가 11번가 흑자 전환 길목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안 사장은 “지난해 하반기 계속된 소비침체와 e커머스 경쟁 강화, 시장환경 변화 등에도 불구하고 11번가 모든 구성원들이 하나가 돼 전사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며,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과 글로벌 사업자들의 진출, 그리고 주변 환경 변화 등 올해도 모든 것이 녹록치 않지만 11번가의 힘을 믿고 우리 고객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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