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이커머스] ① ‘서비스명 변경’ 당근, 하이퍼로컬 정조준…올해 더 달린다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들은 ‘외형 성장’과 ‘내실 경영’ 두 마리 토끼를 잡지 못한 채 딜레마에 갇혔다. 국내 이커머스 기업공개(IPO) 1호 기업 출현도 유력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고물가에 지갑을 닫은 소비자가 많아지고, 해외 이커머스 기업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업황이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커머스 업계 전반은 절치부심하며 일어설 준비에 한창이다. 이에, 이커머스 기업들의 갑진년 새해 주력 키워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과거엔 네이버 카페나 블로그를 중심으로 다양한 중고거래가 이뤄졌다. 그러나 2020년대로 접어들면서 동네 중고거래에 집중한 ‘당근’(구 당근마켓)은 어엿한 중고거래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은 지난해 8월 ‘당근마켓’에서 마켓을 떼어내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서비스명을 바꾼 당근은 올해 ‘하이퍼로컬’(지역 밀착)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광고 사업을 통해 수익성 제고를 이루겠다는 포부다.
◆지난해 리브랜딩된 ‘당근’, 어떤 곳인데?
‘당신 근처’라는 뜻의 당근은 중고거래에 만연했던 문제점 해소와 긍정적인 인식 변화를 동시에 이루며 중고시장의 2막을 열어낸 장본인이다. 당근은 대부분 중고거래 사기가 비대면 택배 거래에서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 6㎞ 반경 내외에 거주하는 동네 이웃끼리 직거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렇게 당근은 국내 최초 지역 기반 중고거래 시장을 만들었다. 실제 당근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30일마다 앱에 등록된 거주지에서 위성항법시스템(GPS) 인증을 거쳐야 한다. 거래 시에는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이용자 대상 가이드라인도 만들었다.
최근에는 업계 최초로 분쟁 전담 조직을 구축했다. 당근에 따르면, 분쟁조정센터를 통해 중고거래가 가장 활발한 6개 생활 밀착 품목(▲전자제품 ▲의류/패션 ▲가구/유아동 ▲도서 ▲식품/미용 ▲취미용품)별 분쟁 조정 기준을 정립해 자체 분쟁 해소율을 높여가고 있다.
온라인 기반으로 불·편법 영업을 일삼는 이른 바 ‘성지점’이 소비자 간 거래(C2C)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한 가운데 최근 당근은 온라인 자율정화 협의체도 참여를 확정했다. 이달부터는 C2C 플랫폼 내 단통법 위반 게시글에 대한 자율조치도 가능하게 됐다. 이처럼 당근은 분쟁 관련 데이터를 지속 업데이트해 분쟁 해소 프로세스를 고도화하고 내부 기능에도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딱딱한 거래 이미지 벗고 ‘지역 밀착’ 중심으로…동네 커뮤니티 구축에 ‘방점’
지역 생활 커뮤니티로 정체성을 공고히 한 당근은 여전히 동네 중심 중고거래 활성화를 위해 다각화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뢰의 바로미터 ‘매너온도’부터 ▲무료나눔을 독려하는 ‘나눔의 날’(매월 11일) ▲자원의 재사용을 통한 환경 보호 캠페인 ▲중고거래 시 이웃 간 커뮤니케이션 효율을 높여주는 ‘거래 희망 장소 공유 기능’ 등을 통해서다.
지난해 7월엔 당근에서 동네 모임을 주선할 수 있는 모임 서비스도 내놨다. 동네생활 탭에서 이용할 수 있는 모임은 러닝 모임이나 배드민턴, 독서 모임 등 오프라인 활동부터 같은 아파트 주민 간 정보, 맛집 공유 모임 등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다양한 교류가 가능하다. 최근 당근이 자사 모임 서비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여러 모임 중 ‘운동 모임(31%)’이 가장 많고 2위는 ‘동네 친구(18%)’, 3위는 ‘스터디(11%)’ 순으로 나타났다.
당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당근 거래를 통해 재사용된 자원의 가치는 누적 3억2500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은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당근만의 특별한 문화인 ‘무료나눔’ 역시 해를 거듭할 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2015년 17건에 불과했던 무료나눔 게시글 수는 ▲2018년 14만건 ▲2019년 약 42만건 ▲2020년 약 210만건 ▲2021년 388만건 ▲2022년 1000만건 ▲2023년 1300만건을 기록했다.
사정이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생리대를 무료나눔하거나, 마스크를 구할 곳이 없어 어려웠던 시기에 마스크 무료 나눔을 경험한 임산부, 어릴 적부터 기타를 배우고 싶었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포기했던 할머니에게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통기타를 나눔 한 사연 등 다양한 미담이 나오고 있다.
◆‘만년 적자’ 당근, 하이퍼로컬 등으로 다양한 수익원 창출 ‘안간힘’
다만 당근은 개인 간 거래를 중개할 때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이는 당근이 중고거래 시장에서 빠르게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이자, 핵심 포인트였다. 그래서 당근은 만년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만약 당근이 중고거래에 수수료를 붙인다면 적자 폭은 빠르게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고거래 플랫폼 운영과 당근페이 모두 비용이 크게 들 수밖에 없어서다.
그렇다고 해서 거래마다 수수료를 매긴다면, 당근 이용자들이 빠르게 이탈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간 쌓아둔 시장 지위도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에, 당근은 ‘지역·연결·삶’이라는 세 가지 핵심 가치에 집중하며, 광고로 수익을 내겠다는 기존 방침을 우선 더 강화할 방침이다.
지난 2022년 당근 매출 99.2%가 광고 수익에서 나온 만큼, 광고 수익 모델을 강화해 수익성을 잡겠다는 포부다. 핵심은 ‘지역광고’다. 최근에는 동네 자영업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간편 모드’에서 가게 주소지 기준 반경 최소 300미터(m)부터 최대 1.5킬로미터(㎞)까지 광고 노출 범위를 직접 설정할 수 있는 ‘반경 타기팅 광고’ 기능도 가능해졌다.
특히 지역광고는 직접 종이 전단지를 만들고, 동네를 돌며 발품을 팔아야 했던 수고를 덜어주는 등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동네 사업자에게 장점이 명확하다. 당근에 따르면 당근 지난해 10월 기준 누적 가입자 수는 3600만명으로, 한국 전체 가구수 2092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 집집마다 모든 가구가 가입한 것보다 많은 수치다. 동네 주민을 타깃으로 두는 사업자들의 편의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올해 당근은 지역기반 금융 서비스인 ‘당근페이’도 강화하며 페이 시장 안착을 노린다. 지난 2022년 2월 전국 서비스를 시작한 당근페이는 당근 이용자들의 중고거래는 물론, 생활 밀착형 금융 활동 편의성을 높이며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올해 1주년을 맞은 당근페이는 지난해 2월 기준, 최근 6개월 사이 누적 송금액과 송금 건수 모두 3배 규모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당근페이 이용자 500만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
당근 측은 “GPS 인증을 기반으로 ‘동네’라는 키워드에 집중한 당근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하이퍼로컬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며 “한국에서 3600만 이용자가 함께하는 국민 앱으로 혁신을 이뤄낸 당근은,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지역과 사람을 잇는 글로벌 커뮤니티 서비스로 성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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