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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신작 프로젝트 잇단 개발 종료... 글로벌 벽 높네 [IT클로즈업]

문대찬 기자
공개 한 달 만에 개발 중단을 결정한 웨이크러너. [ⓒ넥슨]
공개 한 달 만에 개발 중단을 결정한 웨이크러너. [ⓒ넥슨]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글로벌을 겨냥한 넥슨의 몇몇 신작 프로젝트가 잇달아 조기 폐기되고 있다. 지난해 ‘데이브더다이버(이하 데이브)’ 흥행으로 고무된 넥슨은 올해를 글로벌 도약 원년으로 삼았는데, 이외 신작들이 좀처럼 글로벌 이용자 입맛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근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넥슨은 지난 28일 자사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에서 개발하던 팀 대전 액션 게임 ‘웨이크러너’의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달 초 신작 공개 행사 ‘스팀 넥스트 페스트’를 통해 첫 공개 테스트를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웨이크러너는 탑뷰(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시점에서 가감속을 활용해 펼치는 근접 전투를 핵심 게임성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그러나 확실한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화제를 모으는 데 실패했다. 테스트 막바지엔 적은 이용자 수로 인해 기본적인 게임 매칭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제작진은 이날 웨이크러너 공식 디스코드 채널을 통해 “웨이크러너만의 색깔과 즐거움을 선보이고 싶었으나 충분한 매력과 재미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후속 개발을 이어가더라도 많은 분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만큼 완성도를 올리기 어렵다 판단했다”고 프로젝트 중단 배경을 밝혔다.

오는 4월 서비스를 종료하는 워헤이븐. [ⓒ넥슨]
오는 4월 서비스를 종료하는 워헤이븐. [ⓒ넥슨]

넥슨은 올해를 글로벌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장르‧플랫폼을 다변화한 다수 신작으로 서구권으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다만 도움닫기라고 할 수 있는 신작들의 흥행 타율이 떨어지는 점은 넥슨으로선 고민이다. 지난해 9월 민트로켓이 출시한 해양 어드벤처 게임 데이브가 패키지 300만장 판매라는 깜짝 흥행을 거둔 것 외엔 서구권을 노리고 출시한 작품들의 성적표가 대개는 기대치를 밑도는 실정이다.

넥슨이 지난해 12월부터 개발을 중단한 게임은 웨이크러너를 포함해 3개다.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로 출시한 3인칭 슈팅게임(TPS) ‘베일드엑스퍼트’ 서비스를 약 7개월 만에 중단한 것을 시작으로, 백병전이 핵심 콘텐츠였던 ‘워헤이븐’도 얼리 액세스 4개월 만에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

웨이크러너는 초기 개발 단계에 불과했다고 하더라도, 앞선 두 게임은 오랜 기간 준비해 정식에 준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결과가 보다 뼈아프다. 글로벌 이용자 접근성이 높은 스팀(Steam)이라는 창구를 통해 꾸준히 게임성을 보완해왔으나, 끝내 입맛을 만족시키지 못한 모습이다.

이중 워헤이븐은 최초 공개 당시 적잖은 화제를 모으며 흥행 기대감을 높였던 작품인데, 얼리 액세스에 돌입해서도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한 것이 흥행 참패로 이어졌단 게 일각의 분석이다.

현재 서비스 중인 글로벌 겨냥 작품들도 고전 중이다. 작년 12월 출시돼 스팀에서 동시 접속자 약 24만명을 기록하며 흥행 청신호를 켠 1인칭 슈팅게임(FPS) ‘더파이널스’는 최근엔 흥행세가 주춤하다. 27일 기준 최고 동접자가 2만명대로 떨어졌다. 앞서 원작 서비스를 종료하면서까지 야심 차게 시동을 건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도 흥행 성적이 기대 이하다.

300만장 판매고를 올린 데이브더다이버. [ⓒ넥슨]
300만장 판매고를 올린 데이브더다이버. [ⓒ넥슨]

글로벌 게임사를 목표로 하는 넥슨에게 서구권에서의 낮은 영향력은 오랜 고민거리였다. 2022년 기준 국내와 아시아 지역 매출 규모가 매우 큰 데 비해 서구 지역 매출은 총 매출의 6%에 그쳤다.

지난해 4분기 데이브와 더파이널스 흥행으로 해당 지역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하며 분기점을 맞이했는데, 올해 출시 예고된 대형 신작 프로젝트 흥행이 성장 동력을 이어갈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넥슨은 올해 루트슈터게임 ‘퍼스트디센던트’, 소울라이크 게임 ‘퍼스트버서커: 카잔’ 등 신작을 출시 또는 테스트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신작 및 라이브 IP에서도 여러 방향으로 글로벌 진출을 모색 중이다.

기존 작품은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한 콘텐츠 추가로 반등을 꾀하고 있다. 더파이널스는 오는 3월 시즌2 업데이트를 통해 대규모 콘텐츠를 선보인다. 앞서 ‘RISE’ 업데이트를 진행한 카트라이터: 드리프트는 벌써 약효를 보고 있다. PC방 일일 사용 시간은 전주 대비 5.19% 증가했고, 15일 이후 일자별 PC방 사용 시간도 계속 증가 중이다.

한편, 넥슨이 흥행 궤도에 오르지 못한 신작 게임을 빠르게 정리하는 전략을 두고 우려를 표하는 업계 시선도 있다. 비용을 절감해 실적 개선을 꾀할 수 있지만, 잦은 조기 서비스 종료는 넥슨 게임에 대한 이용자 불신과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 종사자로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결정이지만, 게임에 애정을 가지고 플레이 한 이용자에게는 갑작스런 서비스 종료가 책임감 없이 느껴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넥슨은 전략 및 방향성을 재정립해 향후 신작 완성도와 기대감을 끌어올리겠단 계획이다.

넥슨 관계자는 “이용자분들께 더욱 참신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민트로켓의 운영 전략 및 방향성에 대한 리뉴얼을 진행 중으로, 빠른 시일 내 정돈된 내용을 공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문대찬 기자
freez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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