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이스트소프트가 ‘MS 관련주’라고요? 왜죠?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연초 이스트소프트의 주가가 급상승했다. 지난 연말 종가 1만4780원이었던 기업 주가는 지난 2월2일 최고가 4만9800원까지 수직상승했고 이후 등‧하락을 반복해 2만8800원으로 2월을 마무리한 상태다. 창사 이래 최고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와 같은 이스트소프트의 주가 급상승은 인공지능(AI) 시장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알집’을 비롯해 각종 유틸리티 소프트웨어(SW)로 구성된 ‘알툴즈’를 판매하던 이스트소프트는 지난 몇 년간 AI 사업에 올인했다.
특히 작년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관계를 체결한 것이 주가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해당 발표 이후 이스트소프트는 ‘MS 관련주’로 분류되며 MS가 새로운 발표를 할 때마다 주요 관심의 대상이 됐다. MS가 운영체제(OS)인 ‘윈도’에 생성형 AI 서비스인 ‘코파일럿(Copilot)’을 탑재한다고 발표하면 이스트소프트가 수혜를 누릴 것이라는 방식이다.
이스트소프트와 MS의 관계는 2023년 발표된 ‘이스트소프트, MS 비전 얼라이언스 합류’와 ‘이스트소프트, 미국 MS 본사 방문해 AI 사업 확장 논의’, ‘MS 팀즈에 AI 휴먼 탑재’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각 소식이 발표될 때마다 이스트소프트의 주가는 크게 뛰었다. MS 비전 얼라이언스 합류 소식이 발표된 5월2일에는 17.3%, 미국 MS 본사를 찾은 5월23일, 24일에는 22.1%, 8.9%, 팀즈에 AI 휴먼이 탑재됐다고 발표한 6월7일에는 16.5% 상승했다.
그런데 과연 이스트소프트는 MS의 정책 변화로 주가가 2배, 3배 이상 뛸 만한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일까. 이와 관련 MS는 ‘고객사의 일에 대해서는 임의로 말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두 기업의 주가가 커플링(Coupling)될 만큼 강력한 결속이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두 기업의 실적 변화 추이에서도 낮은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다. MS는 생성형 AI가 확산되자 그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1위 클라우드 기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를 맹추격 중이다. AI를 단순히 마케팅 용어로 삼은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수익으로 만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이스트소프트는 지속해서 AI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성과로 연결짓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 28일에는 급격한 영업이익 하락으로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 이상 변동’ 공시를 내기도 했다. 매출액은 4.3% 늘어난 925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81억, 당기순이익 –103억원으로 적자가 심화됐다.
두 기업이 협력함으로써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MS의 협업툴인 팀즈에 AI 아바타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애플리케이션(앱) ‘페르소’를 탑재할 수 있도록 했지만 페르소는 팀즈가 제공하는 많고 많은 앱중 하나일 뿐이다. 2월29일 기준 팀즈에서 지원하는 앱을 검색하면 2185개가 조회된다.
SW 기업이 클라우드 마켓플레이스에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탑재해 유통하는 것은 특이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이스트소프트는 많이 늦은 축에 속한다.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통해 각각의 앱이 연결되는 것이 보편화된 지금, ‘팀즈에서 페르소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그리 임팩트 있는 내용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글과컴퓨터는 2018년 AWS의 마켓플레이스에 ‘한컴오피스’를 탑재했다.
이처럼 불명확한 관계임에도 이스트소프트가 MS의 관계사로 분류되는 것은 왜일까. 5월26일 스팸관여과다종목으로 지정된 것도 한가지 이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스트소프트 관련 스팸 문자를 받았다고 제보한 한 IT 업계 관계자는 “세력이 조종하는 것 같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이스트소프트는 계열사인 줌인터넷과 함께 잦은 스팸‧지라시의 대상인데, 공교롭게도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김장중 회장은 연초 이스트소프트 및 줌인터넷의 주식을 대량 매도했다. 이스트소프트 주식 11만6000주를 매도한 평균단가는 3만2047원이다. 두 기업의 주식 매도로 벌어들인 돈은 41억3120만원에 달한다. 이스트소프트의 이사 2명도 비슷한 시기 주식을 매도했다.
기업의 적자는 심화되고 있지만 대주주 및 경영진은 성공적으로 돈을 벌었다. 이스트소프트는 2년 연속 적자에도 “역대 최대 매출 달성”이라는 데 주안점을 두며 홍보에 나섰다. 커지는 적자와 이익잉여금이 바닥나 결손금으로 전환된 것 등 단점은 가리고 매출 상승만 부각하는, ‘화장술’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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