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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배터리24 결산] ② 물밑 오리발 'K-소부장'…육지로 끌어 올리다

고성현 기자
인터배터리 2024 엘앤에프 부스 전경
인터배터리 2024 엘앤에프 부스 전경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인터배터리 2024' 흥행에는 국내 배터리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가 기여를 했다. 배터리 업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각 개별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고, 이에 따라 소부장 기업들이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채널로 인터배터리를 택했다는 후문이다.

엘앤에프는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인터배터리 2024에 참가해 전시 부스를 마련하고 리튬인산철(LFP)·코발트프리(NMX)·나트륨이온 등 신규 양극재 제품을 소개하고 회사의 에코시스템 경쟁력을 공개했다. 회사는 양극재 제품을 실물로 공개하는 한편, 양극재 공정 과정과 계열사 및 현재 사업 진행에 대한 현황을 각각 영상·투명 디스플레이로 소개했다. 다른 공간에는 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ESG 실행 과정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엘앤에프는 배터리 4대 핵심 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하는 화학소재 기업이다. 양극재는 배터리 출력과 에너지밀도를 결정하는 핵심 소재로, 지난 2022년부터 성장성과 높은 진입장벽 등이 화제가 됐다. 이를 증명하듯 엘앤에프를 비롯한 양극재 업체들의 부스에는 투자자, 기업 관계자, 일반 참관객들이 물밀듯 몰려들었다.

엘앤에프가 인터배터리에서 자세한 회사 및 계열사별 사업 현황과 ESG 추진 현황, 양극재 공정 경쟁력을 구체적으로 소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배치된 양극재 실물 제품을 영업부서 관계자가 설명해주는 식의 소규모 부스에 그쳤으나, 높은 관심도가 쏟아지면서 부스 규모를 키우고 도슨트 역할을 하는 인력 배치를 늘린 것이다.

현장 관계자는 "기존에는 영업 부서가 전시회 부스를 주관했으나 올해부터는 전사적으로 합을 맞춰 인터배터리에 참가하게 됐다"며 "외부와의 소통 접점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는 만큼, 내년 부스도 과거보다 확대한 형태로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기업으로 편입된 에코프로 그룹의 부스도 전년 대비 두배 가량 확대됐다. 부스 한 가운데는 양극재 생산을 담당하는 에코플로비엠을 포함한 계열사들의 공장 모식도가 디오라마(축소 모형으로 장면을 만든 배치)로 소개됐고, 사각형 부스의 꼭짓점에는 회사 경쟁력을 알리는 문구가 줄지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과 주요기업 대표들이 방문할 적에는 김윤태 에코프로이노베이션 대표가 회사를 소개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띠었다.

인터배터리 2024 에코프로 부스에 배치된 디오라마를 참관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인터배터리 2024 에코프로 부스에 배치된 디오라마를 참관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장비 부문에서는 필에너지가 처음으로 인터배터리에 참가해 전시에 나선 것이 눈에 띈다. 필에너지는 디스플레이 장비를 제조하는 필옵틱스의 배터리 부문 자회사로, 지난해 기업공개(IPO)로 코스닥 시장에 진출한 이후 여러 신규 장비 제품을 내놓게 되면서 전시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필에너지는 공정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구현하는 레이저 노칭 장비부터 46파이(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용 권취기(Winder), 스태킹&노칭 일체형 장비까지 다양한 장비 제품을 영상으로 소개했다. 특히 레이저 노칭 양극 합제부 장비가 업계 내 뜨거운 관심사였던 만큼, 이에 대한 경쟁력을 알리는 것에 주력했다는 평가다.

부품 기업인 지아이텍은 자체 개발한 슬롯다이(Slot die) 경쟁력을 알리는 데 힘썼다. 슬롯다이는 배터리 전극 공정에서 활물질을 일정한 두께·패턴으로 코팅하는 핵심 부품이다. 회사는 지난해로 국내 배터리 3사 모두에 이 부품을 공급하게 된 만큼, 내마모성·균일성을 갖춘 커스터마이징 제품을 알렸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전해질 첨가제 기업인 엔켐과 동화일렉트로라이트, 실리콘 음극재 기업 대주전자재료, 배터리 검사 솔루션 기업 민테크,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 성일하이텍 등이 부스 크기를 확대해 전시를 진행했다. 자이스코리아·트럼프(TRUMPF) 등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핵심 기업들도 부스 및 연사 발표 등 규모를 키워 참여하기도 했다.

국내외 소부장 기업이 인터배터리에 대대적으로 참가한 배경에는 높아진 대중 접근성이 한목했다.

과거 소부장 중심 중견·중소기업들은 기업간거래(B2B) 중심 사업 구조를 갖춘 탓에 대외 홍보를 꺼리는 경향이 짙었다. 외부에 기업을 소개하고 알리는 이점보다 고객사 유출과 기술 경쟁력을 노출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이 더욱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년대 접어 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주식시장 광풍이 불고 배터리 업계의 성장성에 대한 높은 대중적 관심이 쏟아졌다. 국내 배터리 3사의 활발한 해외투자에 따라 늘어난 물량 납기를 위해서는 투자재원을 확보하고, 관련 전문 인력도 보충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기업 부스로 참가한 한 업계 관계자는 "소재, 부품, 장비를 비롯한 대부분의 배터리 유관 기업들이 기업대소비자간(B2C) 기업과 같은 홍보 성향을 띠고 있다"며 "주식 열풍으로 투자자들의 기업 소개 요구가 늘어난 데다, 지역 기반 중소·중견 기업들이 인력 확보를 위해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나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장비 기업들이 인터배터리 부스 규모를 확대한 것도 눈에 띈다. 선도(LEAD) 지능장비가 대표적 사례다. 선도 지능장비는 믹싱·전극·조립·화성에 이르는 전 분야를 일괄납품(Turn Key)으로 제공하는 장비 기업으로, 국내 3사 중국 법인을 비롯해 노스볼트·테슬라·ACC 등 해외 기업에도 납품한 바 있다. 회사는 인터배터리를 통해 주력 제품인 적층(Stacking)과 노칭 장비 등의 국내 3사 대상 영업력을 강화할 계획을 세웠다.

선도지능 장비 현장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소규모로 참가했지만, 올해부터는 그 규모를 확대해 K-배터리 3사에 대한 영업력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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