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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1위' 굳히기 나선 'SK하이닉스'…조직 신설⋅투자 확대 드라이브 [소부장반차장]

배태용 기자
HBM3E. [ⓒSK하이닉스]
HBM3E. [ⓒSK하이닉스]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SK하이닉스가 HBM(High Bandwidth Memory) 시장에서의 선두 자리를 굳히기에 나선다. 기술 역량을 강화하는 전담 조직 설립과 더불어 대규모 투자까지 단행, 1위 자리를 수성하겠다는 것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오픈AI의 생성형 AI(인공지능) 서비스 챗GPT의 등장 이후, 다수의 기업이 본격적으로 AI 서비스 시장에 진출, HBM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 성능을 높인 메모리반도체로 정보가 오가는 길을 넓혀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에서 발생하는 많은 정보 처리를 빠르게 처리, AI 시대 필수 재료로 떠오르고 있다.

HBM을 가장 먼저 개발한 기업은 SK하이닉스로, 시장 점유부터 기술력까지 우위를 점하며 1위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글로벌 점유율은 53%로, 엔비디아 GPU H100에 4세대 HBM인 HBM3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2분기 출시할 예정인 GPU B100에도 5세대 HBM3E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러한 HBM 수요에 힘입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매출 11조3055억원, 영업이익 3460억원을 기록하며 1년여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HBM3 매출은 전년 대비 5배 이상 증가해 동종업계보다 빠르게 흑자를 이끌었다. 올해 HBM도 이미 완판됐다.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도 HBM을 개발, SK하이닉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만큼, SK하이닉스는 1위 수성을 위해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우선 HBM 주도권 확보를 위해 흩어져 있는 역량과 기능을 결집한 'AI 인프라' 조직을 신설했다. 산하에 'HBM 비즈니스'가 신설되고, 기존 'GSM(글로벌 영업&마케팅)' 조직도 함께 편제됐다. 또, 'AI&Next' 조직이 신설돼 차세대 HBM 등 AI 시대 기술 발전에 따라 파생되는 새로운 시장을 발굴, 개척하는 패스파인딩 업무를 주도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투자도 늘린다. HBM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올해 첨단 반도체 패키징 공정에 10억달러(약 1조3316억원)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 엔지니어 출신으로 현재 SK하이닉스에서 패키징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이강욱 부사장의 말을 인용, 이같이 전했다.

신규 투자의 대부분은 MR-MUF로 불리는 새 패키징 방식과 TSV(실리콘관통전극) 기술에 투자될 방침이다. HBM은 일반 D램과 달리 여러 칩을 적층해서 패키징, 과장 자체가 복잡해 TSV 공정이 추가로 필요하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설비투자 계획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 추정치는 14조원(105억 달러) 정도다. 회사 전체 설비투자 지출의 약 10분의 1을 패키징 공정 개선에 투자하는 것이다.

업계는 당분간은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칩에 대한 선호도는 더 높아지고 있고 HBM 수요 전망은 상향되고 있다"라며 "그러나 낮은 수율로 공급부족은 장기화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몰디드언더필(MR-MUF) 기술의 우수성이 입증되고 있고 최소 HBM3E까지는 경쟁사들의 진입이 제한적인 수준일 것"이라며 "HBM4부터 경쟁사의 MR-MUF 도입 가능성이 있으나 SK하이닉스가 핵심 소재 공급선을 독점계약해 한동안 진입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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