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정책

[인터뷰] “한국이 GPA총회를 제대로 준비하고 있다고 소문내라”

최민지 기자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 인터뷰①

세계 최대규모 글로벌 프라이버시 총회 ‘GPA’ 서울 개최 쾌거…작전 통했다

고학수 위원장, 유엔 AI고위급 자문기구부터 GPA총회까지 분주

고학수 개인정보위원장이 <디지털데일리>와 인터뷰에서 GPA총회 개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 개인정보위]
고학수 개인정보위원장이 <디지털데일리>와 인터뷰에서 GPA총회 개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 개인정보위]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우리가 쓴 전략은 소문이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고학수 위원장은 <디지털데일리> 인터뷰를 통해 ‘GPA(Global Privacy Assembly)’ 총회 서울 개최지 확정 쾌거의 배경을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개인정보분야 최대규모 국제 협의체 ‘GPA’ 총회가 내년 서울에서 개최된다. 고학수 위원장은 GPA 총회 유치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다.

GPA는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등 92개국 140개 기관이 참여하는 국제 개인정보 감독기구 협의체다. GPA 총회는 각국의 개인정보 규제 감독기관뿐 아니라 전세계 유명 기업 및 시민단체 등이 함께 모여 다양한 논의를 하는 행사이자 축제다.

◆취임 초부터 공들인 GPA총회 유치 노력…아시아 두번째 개최지로

고학수 위원장은 2022년 10월 2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 위원장으로 취임하자마자 GPA총회에 관심을 드러내며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고 위원장은 “개인정보 영역은 전통적으로 유럽 중심으로 이뤄져 왔으나, 지난 10년간 유럽 이외 많은 나라들도 개인정보 관련 법안을 만들었다”며 “그러면서 한두 달 주기로 한국이 한 수 가르쳐줄 수 없겠느냐는 문의가 주기적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 남미, 중동지역에서 국가들이 관련 법을 만들었는데, 어떻게 조직체계를 구성해 운영해야 할지 고민이라며 개인정보위를 방문하고 문의하는 일들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한국도 개인정보 관련 법을 운영하면서 오랜 경험치가 쌓였기 때문에, 한국이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고 위원장은 이러한 상황을 발판 삼아, GPA총회 서울 개최를 목표로 준비에 나섰다. 개인정보위는 지난해 상반기 제안서 마련 작업에 착수했고, 이 과정에서 관련 부서뿐 아니라 위원장이 직접 정리 작업을 매번 함께했다. 한국이 GPA총회를 유치한다는 건, 상당한 상징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고 위원장은 GPA총회 유치를 위해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널리 알리는 전략을 채택했다.

고 위원장은 “보통 총회를 유치하기 위해 물밑에서 눈치보기를 하는데, 우리가 쓴 전략은 작년 초부터 한국이 준비를 많이 해서 신청할 것이라는 소문을 많이 낸 것”이라며 “GPA총회 유치에 관심을 보인 유럽 한 국가에서 한국에서 확실히 (신청서를) 낼 것인지 물어볼 정도였고, 결론적으로 제안서를 낸 곳은 한국뿐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고 위원장은 화상회의 때마다 직접적으로 “GPA 총회 유치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수차례 언급했다고 한다. 소문을 내고, 위원장이 나서 발언하며, 쐐기를 박은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고 위원장의 영어 실력도 한몫했다. 고 위원장은 해외에서도 통역 없이 영어로 소통하기로 유명하다. 개인정보위는 3년간 GPA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올해부터 AI 작업반 공동의장 역할도 하고 있다. 고 위원장은 통역 없이 각국 인사들과 화상회의 또는 대면회의를 하고 있다. 통역이 필요한 사람은 참여하기 어렵다는 유엔(UN) 자문기구에서도 역할을 맡고 있을 정도다.

이에 따라 제47차 GPA총회는 내년 서울에서 열리기로 결정됐다. 주제는 ‘일상화된 AI로 일어날 개인정보 이슈’다.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개인정보위는 내년 9월 개최로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개인정보위는 GPA총회를 통해 전세계 정책당국, 학계, 법조계, 산업계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AI 관련 프라이버시 이슈를 정리하고 대응방향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전세계 70~100여개 기관‧기업 및 시민단체들이 서울에서 약 일주일간 머무르며 총회와 부대행사에 참가하게 된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국가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면서 산업적 효과도 누릴 수 있는 기회다. 아시아 지역에서 GPA 총회가 열리는 건, 홍콩에 이어 두 번째다.

고 위원장은 “주최기관으로서 이번 총회를 통해 국제규범과 우리의 규율체계가 같은 방향성을 갖고 상호 연계운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국내 기업을 포함한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하여 글로벌 차원의 인지도‧신인도 등을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고학수 개인정보위원장이 <디지털데일리>와 인터뷰에서 AI 시대 대응을 위한 국제공조 노력을 설명하고 있다. [ⓒ 개인정보위]
고학수 개인정보위원장이 <디지털데일리>와 인터뷰에서 AI 시대 대응을 위한 국제공조 노력을 설명하고 있다. [ⓒ 개인정보위]

◆국제무대 종횡무진, AI‧데이터‧개인정보 분야 국가 위상 높인다

고 위원장은 GPA뿐 아니라 유엔(UN)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고 위원장은 유엔 AI 고위급 자문기구의 ‘국제 거버넌스 분과 공동의장직’과 ‘자문기구 운영위원직’에서 활동 중이다. 국제 규율체계에 대한 글로벌 논의에 직접 참여해 한국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며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고 위원장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AI 고위급 자문기구 2차 대면 회의에 참석했다. 지난해 12월 뉴욕 회의를 통해 AI 국제 거버넌스 마련에 필요한 기본 원칙과 필요 기능을 망라한 중간보고서가 마련됐다면, 이번 제네바 회의에선 AI 규율을 위한 핵심 기능과 거버넌스 형태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중간보고서에 제시된 과학적 평가, 역량 강화, 연구개발(R&D) 기능부터 구속력 있는 규범형성·집행에 이르기까지 여러 기능의 필요성과 실현 가능성 등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거버넌스 형태에 대해서도 구속력 수준이 낮은 국제기구 유형부터 규범력 있는 유형까지 다양한 가능성을 열었다.

고 위원장은 “예를 들어, 유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가장 구속력이 큰 기구지만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자체적으로 집행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 표준규범을 정하지만, 개별국가를 통해 집행되도록 하는 식”이라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협의체(IPCC)는 주기적으로 보고서를 발표하면, 개별 국가들 정책의 기초자료로 쓸 수 있는 기능을 한다”고 부연했다.

이어 “유엔과 관련성이 있는 기구들이지만, 실제 운영 방식과 역할은 다양하다”며 “AI 영역에서도 이처럼 어떤 기구를 통해 어떤 역할을 수행할 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를 해보자고 말하고 왔다”고 덧붙였다.

자문기구는 오는 5월 예정된 싱가포르 회의 등을 거쳐 AI 국제 거버넌스 구축에 필요한 우선적 기능과 형태, 소요 일정 등에 대한 종합 권고를 담은 최종보고서를 올해 8월까지 확정한다. 오는 9월 개최 예정인 유엔 ‘미래를 위한 정상회의’ 이전에 공식 발표한다.

이와 관련 고 위원장은 “이 자문기구는 인권, 민주주의 등 인류 공통 가치와 신흥국, 다중이해관계자 참여를 강조하는 실체있는 국제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준비 작업이라는 점에서 G7, AI 안정성 서밋 등 다른 국제 논의와 차별화된다”고 말했다.

AI 기술 편익에 대한 기대와 함께 잠재적 위협 우려도 커지며, 국제사회 AI 규범 논의가 가속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 AI 행정명령, EU AI법, 유엔 AI 자문기구 중간보고서, 영국 AI 안전성 정상회의 등 AI 관련 글로벌 차원 논의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배경이다. 한국도 지난해 6월 서울에서 ‘AI와 데이터 프라이버시 국제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국제 공조 활동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더군다나, 최근 선거의 해를 맞아 각국에서 AI 부작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딥페이크 이미지와 가짜뉴스 등이 대표적인 예다. 고 위원장은 “딥페이크로 예를 들면, 보통 워터마크 대응방식을 말하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한 국가 차원에서 대처하기엔 한계가 많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며 “국제적으로 같이 대응해야 의미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국제 규범력이 있는 조직체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고 위원장은 “전세계 주요 국가 및 유엔 등에서 AI 논의가 본격화되는 시점이기에,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굉장히 중요해졌다”며 “한국은 기술선도국과 소비자국 사이 중재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국가”라고 자신했다.

한편, 개인정보위는 올해 하반기에도 AI와 데이터, 프라이버시에 관한 국제 컨퍼런스를 통해 AI 규제 사례와 가이드 공유 등 규범 상호 호환성을 높이는 논의를 지속할 방침이다.

<다음 기사에서 계속>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고학수 위원장 프로필

▲1967년생

▲주요 경력

▲2022년 10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장관급)

▲2024년 1월~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2023년 10월~ UN AI 고위급 자문기구 위원

▲2020년~2022년 10월 한국인공지능법학회 회장

▲2019년~2022년 10월 아시아법경제학회 회장

▲2015년~2019년 한국법경제학회 회장

▲2014년~2022년 10월 서울대학교 법과경제연구센터장

▲2007년 10월~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05년~2007년 연세대학교 법과대학 부교수

▲학력

▲미국 콜롬비아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미국 콜롬비아대학교 법과대학원 로스쿨(JD)

▲서울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학사

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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