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공약도 인물도 없네…게임 실종된 국회

문대찬 기자
[ⓒ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총선을 약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게임업계의 눈도 국회를 향해있다. 지난해 전반의 성장이 주춤한 게임업계는 국회 내 ‘게임 돌보미’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게임 관련 공약도, 친(親) 게임 인사도 보이지 않아 속만 타고 있다.

국회 여야는 앞다퉈 총선 공약으로 K-콘텐츠 육성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만화와 웹툰 집중 육성, 제작비 세액 공제,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제반 지원 및 사업 확대 등이 주요 골자다. 집중 지원을 통해 K-콘텐츠 산업의 재도약을 돕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국내 콘텐츠 산업 중 수출 규모 1위를 차지하는 게임은 주요 공약에서 쏙 빠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2년 국내 게임산업 수출 규모는 34억4600만달러(약 4조6638억)로 전체 수출액의 절반이 넘는 64%에 달했다. 케이팝(K-POP)을 위시한 음악(약 5248억원), K-드라마를 앞세운 방송(약 4000억원) 산업 수출 규모를 합쳐도 게임에 못 미친다.

게다가 경기 침체에도 불구, 2022년 국내 게임산업 수출액은 89억8175만 달러(약 12조1600억원)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 세계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0.2% 상승해 4위(7.8%)였다.

후보 의원들 목소리를 살펴보면 게임 관련 공약이 전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이렇다 할 진흥책이 보이지 않는 것이 업계 실망감을 키우는 대목이다. 산업 생태계에 점진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불법 프로그램(핵) 이용자 처벌 규정을 마련하겠단 공약 외엔, 대부분이 정부 기조와 동일하게 이용자 권익 보호에만 초점이 맞춰진 실정이다.

여야가 경쟁적으로 내놓는 이스포츠 관련 공약 방향성도 핵심 과제는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약 상당수가 선심성이 짙은 경기장 건립 등에 비중이 쏠려 있고, 정작 게임단 수익성 약화와 같은 산업 전반의 묵은 과제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업계는 올해 어느 때보다 정치권 지원이 절실하다. 예상 밖 호황을 불렀던 팬데믹이 끝나자, 지난해 게임업계를 포함한 IT 업계는 동반 침체에 빠졌다. 몇몇 게임사를 제외하곤 대부분 게임사 실적이 악화했다.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게임 매출액은 약 9조39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9% 가량 감소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22일 게임 아이템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는 게임산업법 등 규제 성격이 짙은 제도를 잇달아 진행하면서도, 정작 진흥 계획을 담은 ‘게임산업 5개년 종합 진흥 계획’ 발표는 기약 없이 미루고 있다.

해당 계획은 당초 1월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이날 2일까지도 소식이 없다. 시기상 총선이 끝난 뒤에야 발표될 것 가능성이 높다. 노골적인 ‘게임 패싱’에 업계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다. 한 관계자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많이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규제 산업으로 바라보는 정치권 시각은 여전한 것 같다”고 한탄했다.

이상헌 문체위원장이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상헌 문체위원장이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설상가상 친게임 인물이 보이지 않는 22대 국회도 업계 우려를 키우고 있다. 21대 국회는 이례적으로 게임 관련 활동이 활발했던 국회로 통한다. 갖은 실효성 논란을 낳았던 ‘셧다운제’가 폐지됐고, 게임이 문화예술 범주에 포함됐다. 잡음이 많았던 아이템 확률 공개도 의무화됐다.

그러나 이런 활동을 주도했던 의원 중 다수는 이번 총선 과정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친게임 의원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공천을 받지 못했고, 이스포츠 선수 권익 보호와 장애인 게임접근성 향상 등에 힘쓴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도 경선에서 탈락했다. 개혁신당 류호정 전 의원은 최근 총선 후보 등록을 포기했다.

친게임 의원 가운데선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전용기 의원 정도가 22대 국회에 입성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새로이 게임산업에 힘을 실어줄 인물로는 엔씨소프트 전무 출신 이재성(더불어민주당), 한국e스포츠협회장 출신의 전병헌(새로운미래) 후보가 거론된다.

한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게임에 힘을 실어줬던 의원들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총선이 끝난 뒤에도 당분간은 게임 관련 정치권 움직임이 많지 않을 것 같다. 시간을 두고 게임에 관심이 있는 의원들을 찾아봐야 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숭실대 교수)은 “예년에는 관심이 있는 척이라도 해줬는데, 지금은 게임산업이 아예 관심 밖인 것 같다”면서 “여러 규제와 대내외적 상황으로 게임산업이 굉장히 힘든 상황인데도 게임 패싱이 벌어지고 있는 건 매우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게임은 4차 산업과 K-컬처 흐름을 봤을 때 외면할 수 없는 미래 동력 산업이다. 역사를 통틀어봐도 게임은 인류와 계속 함께 갈 산업”이라며 “부디 산업 등이 나아질 수 있는 진흥책을 제시할 국회의원들이 많이 나와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대찬 기자
freeze@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