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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투자 궤도 오른 SK하이닉스…차세대 메모리 시장 공략 [소부장반차장]

고성현 기자
HBM3E. [ⓒSK하이닉스]
HBM3E. [ⓒSK하이닉스]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고대역폭메모리(HBM) 강자' SK하이닉스가 차세대 메모리 선점을 위한 전략에 불을 댕긴다. 연구개발(R&D) 인프라가 풍부한 미국 내 첨단 패키징 공장 투자를 통해서다. 아울러 미국 정부 지원 수혜를 누리는 시기를 당기고, 미국 내 밀집한 데이터센터·팹리스와 시너지를 높여 메모리 스페셜티(Specialty) 제품 비중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투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약속을 본격 실행하는 출발점이라는 것에서도 의미가 크다. 당시 최 회장이 미국에서 반도체 분야에만 15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내걸었던 만큼, 향후 추가 투자가 있을지 주목된다.

SK하이닉스는 3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38억7000만달러(약 5조2000억원)을 투자해 2028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HBM 등 패키징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아울러 첨단 공학 연구로 유명한 퍼듀 대학교 등 현지 연구기관과 R&D 협력도 진행한다.

SK하이닉스 측은 "인디애나 공장에서는 2028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HBM 등 AI 메모리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라며 "당사는 이를 통해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을 활성화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인디애나에 건설하는 생산기지와 R&D 시설을 바탕으로 현지에서 1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사회 발전에도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HBM 강수요·기술 리더십 확보…북미 공급망 구축도 이점

SK하이닉스가 미국을 차세대 투자 지역으로 택한 것은 차세대 메모리 기술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서다. 올해부터 수확이 본격화되는 HBM 경쟁력을 강화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추가적으로 등장할 차세대 메모리 기술력도 확보하기 위함이다.

미국은 엔비디아·AMD·인텔과 같은 칩 설계·제조사를 비롯해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웹서비스(AWS)·메타 등 빅테크가 밀집해 있다. 이들 기업이 대부분 고성능 데이터센터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어 HBM 수요가 강하다는 점이 투자 매력도를 크게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최근에는 자체 칩 개발 수요에 따라 메모리 개발 방향도 세분화되는 추세다. 범용이 중심이었던 메모리 시장에 스페셜티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차세대 기술 등장이 빠른 현지에서 일찍 대응할수록 유리한 구도가 됐다.

메모리 생산이 아닌 첨단 패키징 공장을 짓는 것도 이와 비슷한 이유다. 첨단 패키징은 반도체 칩 집적회로 미세화 한계로 칩 고성능화를 위한 핵심 분야로 자리잡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에 첨단 패키징 라인을 우선 투자해 고성능 중심 시장을 효율적인 비용으로 공략하겠다는 의도다.

엔비디아·AMD 등이 칩 생산을 맡기는 TSMC가 미국 투자를 늘리고 있는 점도 지켜볼 대목이다. 현재 TSMC는 애리조나주에 2개 공장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가 2028년 하반기부터 첨단 패키징 공장을 가동한다면, SK하이닉스 HBM이 미국 현지의 TSMC 팹을 거쳐 GPU로 조립되는 공급망이 형성되며 협력 관계가 두터워질 전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 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 [ⓒ SK그룹]

"반도체 분야, 美에 150억달러 투자" 계획 시작되나…칩스법 수혜 기대

이번 투자는 앞서 최태원 회장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 면담을 통해 약속한 계획의 일환이다. 2022년 7월 당시 최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총 22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중 150억달러를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 R&D 협력 등 반도체 분야에 쏟기로 했다.

SK하이닉스가 이번 발표로 당시 약속했던 1/4 수준의 규모인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키로 하면서 장기적인 투자 확대도 예상된다. SK그룹이 SK하이닉스 외에도 SK실트론·SK스페셜티(옛 SK머티리얼즈)·앱솔릭스·SK파워텍 등 반도체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들 간 협력 혹은 신규 분야 진출을 위한 검토 계획이 추가로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2022년 제정한 반도체지원법에 따른 수혜가 나올지도 관심사다. 당시 조 바이든 행정부는 법 제정에 따라 자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총 390억달러(약 52조2000억원)에 달하는 생산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한 바 있다. 연구개발(R&D) 지원금 역시 132억달러(약 17조7000억원)으로, 이를 포함하면 5년동안 총 527억달러(약 70조5000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반도체 산업 강화를 위한 추가 지원책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조금 수혜 강도를 고려해 선제적인 대응을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인건비·시설 구축비용이 높은 축이란 걸 고려하면 보조금을 수령해야만 설비투자에 대한 손실 위험 보조가 가능하다.

한편 SK하이닉스는 계획했던 국내 투자도 예정대로 진행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120조원을 투자해 2027년 초에 첫 팹을 완공하고, 국내에서 주력 생산해 미국에서 패키징하는 고부가 제품 중심 생태계를 완성할 계획이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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