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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야권 총선 압승…제동 걸린 플랫폼법 향방은

이나연 기자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제정 추진 브리핑 [ⓒ 연합뉴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제정 추진 브리핑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제22대 총선이 범야권의 압승으로 끝난 가운데 정부가 추진하는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제정 등 온라인 플랫폼 업계의 주요 현안 향방에 이목이 쏠린다.

플랫폼 규제는 기업뿐만 아니라 플랫폼 입점 기업, 학계 등 광범위한 이해관계자로부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여야 모두가 공감대를 가지고 있어 실제 입법 여부와 상관없이 규제 논의가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법무법인 율촌 연구팀은 ‘총선 이후 정책방향·입법환경’ 보고서에서 “플랫폼 규제 입법은 여야 공통 공약”이라며 “국내외 빅테크 기업이 관련 협회와 미국 상공회의소(암참)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반대를 표명하고 있어 입법 진행 과정에서 외국계 기업 고객에 강점을 가진 로펌 간 치열한 로비전이 예상된다”라고 내다봤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2월부터 띄운 플랫폼법은 올해 초 초안이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국내외 빅테크 기업과 산학계, 암참 등의 잇단 반발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플랫폼법은 일정 규모 이상 플랫폼 기업을 사전에 지정, 끼워팔기·자사우대·최혜대우·멀티호밍 제한 등의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업계는 현 정부가 제시한 민간 자율 존중 원칙과 배치되는 이 법이 스타트업 등 플랫폼 생태계 혁신 동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선 국가 간 통상 마찰로 번질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우려했다. 플랫폼법이 미국의 디지털 수출도 겨냥하고 있어 자국 기업과 근로자, 소비자에도 불이익을 줄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율촌 연구팀은 플랫폼법에 대해 “여당은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의 지위 남용 사전규제를, 야당은 플랫폼 이용 사업자의 협상력 강화에 주목해 다른 방향성을 가졌다”라면서도 “여야가 플랫폼 규제에 공감대를 가진 만큼 타협 여지가 존재하는 정책”이라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총선 공약엔 플랫폼 규제가 명시돼 있지 않으나, 해당 규제는 양당이 총선 이전부터 추진하던 정책으로, 방법론의 차이만 있을 뿐 필요성에 대해선 양당 모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공정거래 관련 공약은 입법을 통한 ‘을’의 거래상 지위 강화에 초점을 뒀다. 거래상 약자인 ‘을’의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해 단체협상권, 공동교섭권 등을 부여, 중소기업과 플랫폼 입점업체, 하도급업체 등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공정위가 사전규제를 원칙으로 하는 플랫폼법을 추진 의지를 재차 강조한 데 따라 그간 플랫폼 제재 방침에 반대하던 타 정부부처와의 크고 작은 마찰이 지속되리란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 2020년에도 공정위는 공정한 거래 질서를 위해 플랫폼 갑을관계 계약을 규율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 법안(온플법)’을 추진했으나, 관련 산업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주도권 다툼 끝에 결국 입법이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지금의 윤석열 정부가 되면서 공정위는 독과점 지위의 플랫폼 기업(게이트 키퍼)을 규제하는 플랫폼법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산업계 및 학계의 반대, 암참의 불만에서 비롯된 산업통상자원부의 대미(對美) 무역 마찰 우려로 인해 법 제정이 다시 지연되는 모습이다.

공정위는 플랫폼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추가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일 뿐, 법안 초안이 확정되면 예정대로 법안 마련에 속도를 낼 것이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달 암참 회원사를 대상으로 열린 오찬간담회(강연)에서 “플랫폼 독과점의 폐해를 보다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국내외 사업자와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합리적인 법안을 마련하겠다”라며 연내 제정 의지를 다시 밝혔다.

한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공정거래법 집행을 통한 담합과 독과점 엄정 대응, 불합리한 규제 완화, 새로운 공정거래 규범의 시장 안착을 추진할 것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율촌 연구팀은 “경쟁법 집행을 통해 민간 경제 회복에 기여하겠다는 의미로, 작년 조직 개편을 통해 분리한 조사 부서의 역할을 강조하며 통신·금융 등 민생 밀접 분야를 특정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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