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존재감 없는 SW…‘공공사업 제값받기’ 실현될까?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총선이 마무리된 가운데, 이것이 국내 소프트웨어(SW)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번 총선에서 SW의 존재감은 사실상 ‘제로(0)’였기 때문에 기대감은 크지 않지만, 업계에선 어떻게든 공공SW ‘제값받기’를 비롯한 국내 SW 산업 진흥 이슈를 끌어내겠다는 의지가 크다.
◆ 총선 이후로 미뤄진 SW 정책의제들, 정작 국회 관심은 낮아
지난 10일 치러진 제22대 총선 결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종합 175석을 거두고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범야권 기준 총 190석을 달성한 압승을 거뒀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가까스로 개헌 저지선을 지켰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108석 확보에 그쳤다.
22대 국회는 다음달 30일부터 임기를 시작하며, 원 구성 협의를 거쳐 7월께나 정상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상임위원회 배분도 이 무렵 완료될 전망이다. 특히 IT 업계에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구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여야는 여러 IT 공약들을 내세웠지만 주요 의제는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인공지능(AI) 정도였고 그마저 구호 선전에 그친 수준도 있었다. 그중 SW와 관련한 직접적 공약은 ‘SW 인재 역량 강화’(더불어민주당) 외에 딱히 보이지 않았다.
이번 총선에서 SW의 ‘무(無)존재감’을 볼 때, 향후 22대 국회에서 SW 산업 진흥 관련 어젠다를 이끌어가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나마 지난해 11월 터진 국가행정망 장애 사태 이후 SW 역량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정부가 여러 정책들을 내놓긴 했지만, 대부분 법 개정을 전제로 하고 있어 국회 차원의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실제 한국SW산업협회를 비롯한 SW 협단체들은 이번 총선에 앞서 지난 3월 여야에 공통으로 정책 제안서를 전달하면서, SW 산업 진흥 이슈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 바 있다. 정책 제안서에는 ▲SW 가치 인정 및 거래구조 개선 ▲초거대 AI 생태계 혁신을 통한 디지털 선도국가 도약 ▲클라우드로 하나 되는 디지털 대한민국 구현 ▲스타트업 육성을 통한 신산업 성장기반 마련 ▲디지털 영토 확장을 위한 SW 수출 활성화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대비한 AI 전문인력 양성 등 6대 과제가 담겼다.
그중 SW 업계가 가장 중요하게 내세우는 것은 ‘SW 가치 인정 및 거래구조 개선’ 즉 SW ‘제값받기’에 있다. 특히 한정된 정부 예산 내 움직이는 공공SW 사업들이 대부분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가격 후려치기’, ‘잦은 과업 변경’, ‘추가과업 대가 미지급’ 등 불합리한 관행을 이어갔다는 게 그간 SW 업계의 주된 불만 사항이었다.
이에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주무부처는 지난해 11월 국가행정망 장애 사태에 대한 후속조치로서 올해 1월 내놓은 ‘디지털행정서비스 국민신뢰제고대책’ 일환으로 ▲SW 개발대가 기준 상향 ▲유지보수 사업 통합 발주 ▲700억원 이상 공공SW 사업에 대기업 참여 허용 등 정책들을 내놓았고, 이 밖에 ‘변동형 계약제 도입’과 ‘SW 사업 예비비 필수 편성’ 등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은 모두 법 개정 또는 적정 예산 확보가 필수적이므로, 입법과 예산을 책임지는 국회 동의 없이는 이뤄지기 힘든 것들이다. 실제 정부도 대책 발표 이후에 실질적 추진에 있어서는 총선을 이유로 드라이브를 멈추고 있던 상황이다.
문제는 추후 구성될 22대 과방위에서 이러한 정책들에 얼마나 관심을 보일지 미지수라는 점이다. SW 정책을 위한 예산에 힘을 실어줄 동력이 부족하기도 하고, 특히 법 개정이 필요한 공공SW 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완화 정책의 경우 중소·중견업체들의 반대 등 이해관계자들간 대립이 첨예하기도 하다.
과방위 구성 자체도 SW에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가 올 것으로 기대되지는 않고 있다. 현재 과방위에 올 확률이 점쳐지는 더불어민주당 최민희·김현 당선자나 국민의힘 신동욱·김은혜 당선자 등은 모두 언론·미디어 인사들이고, 당내 공격수로도 꼽히는 만큼 방송 이슈 위주로 과방위 초기 담론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그 외에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원장을 역임한 김희정 당선자(국민의힘)나 구글 출신 이해민 당선자(조국혁신당) 정도가 IT 전문가로 분류되는 정도다.
SW 업계 관계자는 “SW 적정대가와 대기업 참여제한 문제 등 총선을 이유로 논의가 미뤄졌었던 이슈들을 재점화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잘 설명하는 일이 당장의 과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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