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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K-SW] 보안업계 올해도 해외 진출 드라이브, 미국·일본·동남아 승부 '골머리'

김보민 기자

인공지능(AI)이 본격 산업화되면서 ICT 중심 수출실적 개선이 전망된다. 이에 정부와 산업계는 올해 국내 소프트웨어(SW) 해외 진출을 중점과제로 삼았다. 글로벌 SW 시장에서 국내 비중이 1~2%에 불과하단 점을 고려하면, 국내 기업에 해외 진출은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됐다. 디지털데일리는 SW기업 해외 진출 현황과 한계를 짚어보고, 올해 실질적 성과를 거두기 위한 사안을 검토·분석해본다. <편집자 주>

[ⓒ 시큐레터]
[ⓒ 시큐레터]

[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와이콤비네이터(YC)를 거칠 때 '이게 정말 조단위 시장이 맞는지'가 중요한 조건으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글로벌 수준과 거리가 멀죠."

최근 <디지털데일리>를 만난 국내 보안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의 현주소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미국의 경우 보안 최대 시장을 보유한 만큼 신규 기업에 투자할 때 조단위 규모로 성장성을 논하지만, 한국 시장은 이에 견줄 만한 규모로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내 보안 기업들이 해외 진출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같은 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올해 초 최대 매출원인 공공 시장마저 위축되면서 한국에서 '땅따먹기'를 하는 데 한계를 느낀 기업도 늘어난 분위기다. 결국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경쟁 기업을 제치고 선두를 쥘 승부 카드가 필요해진 상황이라 속앓이가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보안 시장은 최근 몇 년간 성장세를 이어왔다. 한국 정보보호산업협회(KISIA)의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정보보호 시장 매출(백억단위 생략)은 2019년 3조6000억원에서 2020년 3조9000억원, 2021년 4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물리보안 시장 매출 또한 7조5000억원, 8조3000억원, 9조3000억원 수준으로 상승했다.

국내 보안 기업들은 대부분 공공, 금융, 엔터프라이즈 분야에서 매출과 수익을 올리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병한 뒤 원격근무가 일상화되면서 각 영역에서 보안 수준을 강화하려는 행보가 이어졌다. 아울러 사이버 위협이 늘고, 보안 방법론 '제로 트러스트'가 떠오르면서 너나 할 거 없이 더 나은 보안 솔루션과 서비스를 쟁취하기 위한 객개전투가 이어졌다.

그러나 올해 들어 시장 분위기가 일부 소강상태에 머무른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총선을 앞두고 경기부양 이슈를 부각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기에 관련 공공사업이 새로 나오기도 하지만, 올해는 비교적 잠잠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금융 시장에서 최대 매출이 나오는 곳이더라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이미 잘하는 기업은 신규 솔루션 없이 더 파이를 늘리기가, 후발주자는 선두주자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질적인 시장 구조"라고 설명했다.

매출과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해외 진출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셈이다. KISIA의 실태조사 통계표(2022년 기준)에 따르면 정보보안산업 수출 비중이 가장 큰 나라는 일본(44.0%)이다. 이어 미국과 중국(각각 13.9%), 유럽(6.4%)이 뒤를 따랐다. 물리보안의 경우 유럽(41.3%), 미국(26.5%), 일본(17.0%), 중국(8.5%) 순으로 비중이 크다.

각 국가는 국내 기업에게 있어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힌다. 최대 시장인 미국을 제외하더라도 일본은 판매 및 유지보수 측면에서 제값 받기가 가능한 대표적인 지역으로 거론된다. 울며 겨자먹기식 '가격 후려치기'로 부담을 감내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한국에 비해 시장 규모가 2~3배 더 큰 부분도 매력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남아는 보안 분야 선두주자가 없고, 중동은 미래 도시를 중심으로 신규 솔루션 도입이 활발한 상황이다.

다만 실제 해외 사업에서 수익을 내는 기업은 많지 않다. 정보보안 시장 매출을 기준으로 보면 수출액은 전체에서 3% 비중을 차지하는 데 그친다. 한국 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글로벌 경쟁 기업에 밀려나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상흔을 남기고 돌아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표적으로 안랩은 2016년 미국법인 설립 3년 만에 철수를 결정하기도 했다.

국내 기업 중 해외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낸 기업은 손에 꼽는다. 지니언스는 네트워크접근제어(NAC) 보안 솔루션을 필두로 글로벌 누적 고객 100곳을 확보했다. 클라우드 NAC 분야에서도 약진을 노리고 있다. 클라우드 NAC는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엣지컴퓨팅 환경에서 네트워크 가시성을 확보해 보안 환경을 강화하는 방식을 뜻한다.

최근 시큐레터는 이메일 보안 서비스를 사우디아라비아에 정식 출시하기도 했다. 사우디 정보기술(IT) 전문기업 'SLNEE IT'의 클라우드 이메일 플랫폼에 시큐레터 이메일 솔루션 SLE를 통합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앞서 중동에서 투자 유치를 이뤄낸 결과다.

때문에 일단 국가별 특징을 파악해, 내수용이 아닌 외수용 제품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하는 작업이 중요해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아울러 제로 트러스트 시대에 발맞춰 단일 제품이 아닌, 파트너 기업과 연계 솔루션 전략을 구현하는 작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내 업게 관계자는 "결국 안정적이고, 믿을 만하고, 네트워킹이 좋고,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낼 전망"이라며 "현지 문화를 이해하는 인재를 파견하거나, 최고경영자(CEO) 선에서 직접 발로 뛰거나, 국내 업계 간 끈끈하게 뭉쳐 돌격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보민 기자
kimbm@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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