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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중동, 중동" 국내 보안기업들 군침, 올해는 성공할까

김보민 기자
LEAP 2024 한국관 [ⓒ 연합뉴스]
LEAP 2024 한국관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국내 보안 기업들이 '중동 공략'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디지털 전환 화두로 떠오른 지역인 만큼, 각자 주력해온 보안 솔루션과 서비스를 홍보하는 데 여념이 없는 분위기다.

일부 기업에서는 현지 시장이 포화되기 전 선두를 잡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글로벌 경쟁 기업과 승부를 봐야 하는 과제 앞에 놓인 가운데, 정부 및 협회 차원의 지원책이 충분한지 따져봐야 할 때라는 의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리프(LEAP) 2024'에 참가하기 위해 중동으로 떠난 보안 기업들은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속속 한국에 귀국하고 있다. 지난 7일 본 행사가 끝났지만, 현지 기업 및 커뮤니티와 추가 네트워킹 일정을 소화하고 돌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LEAP 2024는 사우디아라비아 통신정보기술부(MCIT)가 주최하는 중동 최대 빅테크 전시회다. 정보기술(IT) 시장에서는 '중동판 CES'라고 불릴 정도로 규모가 크다. 올해 행사에는 구글을 비롯한 1800개 주요 기업들이 참여해 인산인해를 이뤘다.

국내 보안 업계도 중동으로 날아가 주력 제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보냈다. 대표적으로 시큐레터, 개런터블, 에스투더블유(S2W), 엑스게이트, 게이앤어스, 케이제이테크 등 6개사가 부스를 마련해 현지 관람객을 맞이했다. 국내 정보보호 기업 9개사와 중동 권역 투자사(vc) 및 사이버보안 기업들이 참여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현장을 찾은 대표와 임원진은 한국에 돌아와 현지 네트워킹 내용을 국내 사업 부서에 공유하며 중동 출장을 마무리하는 중이다. 현지 출시 발표를 예고한 기업의 경우 추가 전략 로드맵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동 지역은 해외 진출을 숙원사업으로 여기는 국내 보안 업계에 '기회의 땅'으로 여겨진다. 올해 주요 계획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해외 진출, 그리고 중동이라는 키워드가 빠지지 않는 이유다. 이들 기업은 윤석열 대통령 국빈 방문 이후 중동 디지털 사업 수주가 탄력을 받기 시작하자 반사이익을 누릴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데 혈안이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비전2030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과, 디지털 기술을 근간으로 미래형 신도시 '네옴시티'가 건설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인 요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미래형 신도시를 구축할 때 보안관제부터 인공지능(AI) 기반 CCTV·출입통제 제품까지 기반 보안 시설에 대한 수요가 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석유국 이미지를 탈피하자는 취지로 'IT 오일머니' 유인책을 내세우는 중동 국가도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에 따르면 중동 보안 시장(상업 기준)은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성장률(CAGR) 13.8%를 기록할 전망이다. 모도 인털레전스 측은 "쇼핑몰, 호텔, 놀이공원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다양한 보안 장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스마트도시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영상 감시 및 액세스 제어 통합 기능을 갖춘 솔루션이 새 트렌드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이에 국내 기업들도 올해 최대 목표로 '해외 진출, 중동 내 사업 확장'을 꼽으며 기조를 맞춰가고 있다. 이번 LEAP 2024에 참여한 기업들은 이메일 보안 및 파일 보안, 딥다크웹 모니터링 및 사이버 위협 인텔리전스, 네트워크 보안, 상시 설치형 도청탐지시스템 및 녹음방지기, 얼굴 및 지문인식기 등을 전시했다.

글로벌 행사가 아니더라도 꾸준히 해외 사업 거점을 늘리는 기업들도 많다. 대표적으로 지니언스는 올 초 기준 글로벌 고객사 중 38%가 중동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중동을 비롯해 주요 글로벌 고객 13개사에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 '지니안 네트워크접근제어(NAC)'를 공급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 밖에도 슈프리마는 2005년부터 지문인식 제품을 중동에 수출하고 있고, 2017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지사를 설립하며 현지에 뿌리를 내린 바 있다. 네옴시티 건설 현장에 있는 네옴빌라 사업을 수주하며 이목을 끌기도 했다.

다른 국가보다 기회 요인이 많은 셈이다. 국내 보안 기업 관계자는 "일본 등 일부 국가의 경우 외산 보안 솔루션이나 서비스를 적용하는 데 회의적"이라며 "미팅을 하더라도 만나자마자 '외산 제품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죠?'라는 질문을 먼저 받기도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이미 많은 경쟁사들이 활약하는 포화 시장인 만큼, 새 거점으로 눈을 돌리는 상황"이라며 "투자 열풍이 분 중동에서 새 먹거리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사우디 시장으로 향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일례로 이번 LEAP에서도 소포스는 보안 공격 탐지 솔루션을, 링은 실내외 보안 카메라 제품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미국처럼 시장이 포화되기 이전에 선두를 잡을 필요가 있는 이유다. 이 관계자는 "자칫하면 파이 나눠먹기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표현했다.

일단 국내에서도 이들 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사업이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는 해외진출지원팀을 운영해 글로벌 전시회에 국내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국관이나 참관단을 꾸리는 방식이다. 이 밖에도 수출 상담회, 종합 수출 마케팅, 해외 유관기관 네트워킹 등을 지원한다. 이번 LEAP 2024 참여 또한 KISIA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판로 개척 차원에서 세밀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시회를 통해 솔루션 및 서비스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 현지 적용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만한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중동 보안 시장은 정부 및 금융 기관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빨라, 양 정부 간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도 이어져야 한다.

이와 관련해 KISIA는 2월 정기총회 간담회를 통해 단일 기업을 넘어 국가 차원의 보안 역량을 중동을 알리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정부 주도로 국내 최초 조성된 사이버 보안 펀드도 핵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김보민 기자
kimbm@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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