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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이통, 이대로 괜찮나]① 자본금 1000억, 나머지 금액은 '오리무중'

채성오 기자

제4 이통통신 사업자가 출범 전부터 몸살을 앓고 있다. 이동통신 3사가 포기한 5G 28㎓ 주파수 대역을 낙찰받아 시장에 뛰어든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의 자금조달과 기술적 능력 등이 아직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주사 스테이지파이브가 수 년째 자본잠식을 겪고 있는 만큼 당장 대규모 투자유치가 어려운 데다 정부의 정책금융에만 의존할 가능성까지 제기돼 사업의 불투명성이 높아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디지털데일리>는 제4 이동통신 사업 과정에서 제기된 지적사항과 문제점을 들여다 보고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의 출범 가능성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 주>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 [ⓒ 스테이지엑스]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 [ⓒ 스테이지엑스]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5G 28㎓ 주파수를 할당받은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의 법인 설립일이 다가오면서 자금조달 능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컨소시엄의 주축이 되는 스테이지파이브가 수 년째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공개된 자본금만으로 주파수 낙찰 대금납입, 설비투자, 마케팅비 등 제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는 모습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컨소시엄은 다음달 4일까지 법인설립을 완료하고 주파수 낙찰 대금의 10%인 430억원을 납입해야 한다. 현재 스테이지파이브는 컨소시엄 참가사 중 재무적 투자자(FI)인 신한투자증권만 공개했으나, 관련 투자 계획마저 비밀리에 부치고 있어 자금조달 능력에 의문부호가 붙은 상황이다.

실제로 스테이지파이브가 공개한 운영계획을 보면 컨소시엄이 제시한 3년간 최소 투자액은 주파수 할당대가 4301억원과 통신 인프라 의무 구축비용 1827억원을 더한 6128억원이다. 다만 컨소시엄의 공개된 자본금은 1000억원 정도인 만큼, 나머지 제반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지주사격인 스테이지파이브는 자본잠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등 재정상태가 악화된 상태다. 지난해 스테이지파이브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해당 시기 스테이지파이브는 매출 443억원, 영업손실 13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영업손실이 2배 이상 확대된 것으로, 3년간 자본잠식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스테이지파이브 측은 "정부 금융지원 최대금액(약 4000억원)을 제외한 초기자본 4000억을 확보했다"며 "시리즈A 투자(2000억원 규모) 및 추가 유상증자(1000억원 규모)를 진행해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지만 공신력 있는 지표나 데이터가 공개되진 않았다.

전문가들은 스테이지파이브의 재정상태와 컨소시엄의 자금조달 계획 불확실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상증자와 시리즈A 투자 유치의 경우, 일정 기간 비즈니스 없이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정훈 청주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는 "스테이지엑스는 설립 자본금 1000억원만 확정이 돼 있을 뿐 나머지 계획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라며 "다음달 설립하는 법인이 비즈니스 활동도 없이 바로 유상증자가 가능할 지도 의문인 데 시리즈A도 가입자 모객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등 (자금조달에) 불확실성이 상당히 크다"고 지적했다.

2022년 말 기준 스테이지파이브 지분 보유 현황 및 투자·협력사. [ⓒ 디지털데일리]
2022년 말 기준 스테이지파이브 지분 보유 현황 및 투자·협력사. [ⓒ 디지털데일리]


스테이지엑스의 수익화 실현 및 자금 운용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하는 시선이 팽배하다.

지난 2월 미디어데이 당시 서상원 스테이지파이브 대표는 "(컨소시엄의) 사업계획을 시뮬레이션 해 본 결과 서비스 출시 3년 후 매출 1조원 이상을 달성하고 흑자전환에 도달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LG텔레콤이 시장에 안착하는 과정과 비교하면 해당 컨소시엄의 사업 계획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1996년 설립한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의 경우, 본격적으로 가입자를 모객한 1997년부터 2001년까지 5년간 설비투자(CAPEX)에 2.43조, 마케팅비 1.53조 등 약 4조원을 투자하고도 400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하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LG텔레콤은 10년간 유효경쟁정책이라는 정부의 비대칭규제를 받으며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했다. 이런 이유에서 컨소시엄이 제시한 3년간 최소 투자액 6128억원과 매출 1조원 확보 후 재투자는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LG텔레콤의 초기 투자 당시만 해도 인구 수 대비 휴대폰 보급률이 매년 10%씩 증가할 만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상황이었지만, 현재는 이동통신 가입률이 100%를 훌쩍 넘긴 상황이다. 가입자 증가폭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사실상 신규 사업자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번호이동'으로 기존 가입자를 대거 뺏어와야 하는데, 전환지원금 30만원·공시지원금 70만원(단말기에 따라 차이가 있음)을 제공하는 상황에서 이보다 더 많은 비용을 마케팅에 쏟아야 하는 실정이다. 3년 내 B2C·B2B 사업으로 수익을 올려 재원을 충당하는 방안이 실현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스테이지엑스의 자본금(1000억원) 수준에서 정부의 정책금융을 최대치(4000억원)로 끌어올려도 사업을 영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컨소시엄 참가사의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는데, 법인 설립 전까지 투자사를 공개하지 않는 만큼 얼마만큼의 자본을 조달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인 상황이다.

정훈 교수는 "결국 제4 이동통신 사업에 참가한 자본 참여자들이 비즈니스 리스크를 지는게 통신시장과 컨소시엄에도 맞는 이치"라며 "스테이지엑스가 클라우드를 활용한 무선망 구축으로 비용을 절감한다고 해도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CAPEX가 투입돼야 하는데 그들만의 획기적인 기술력으로 1000억원에 전국망을 커버하는 것이 가능할까"라고 반문했다.

채성오 기자
cs86@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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