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옥석인가, 흐름 탄 버블인가…'배터리 신사업' 금양, 내년 결판 난다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배터리 관련 업체인 A사는 최근 업무추진비를 줄이고 홍보 활동을 최소화하며 재정 긴축에 돌입했다. B사는 기존에 채용키로 했던 인력 고용을 연기시키거나 취소하고, 일부 행사마저 간소화하는 형태로 접근하고 있다. 배터리 시황이 악화되면서 자구적인 비용 절감 대책에 나선 것이다.
현장을 취재하다 보면 달라진 공기가 확연하게 느껴진다. 지난해 공장 탐방 등을 추진하며 홍보에 열을 올렸던 기업들이 하나둘씩 취재 문턱을 높이기 시작했고, 여전히 현장을 열고 있던 기업마저도 비(非)보도 요청을 대문에 내걸었다. 그나마 이어지는 설비투자로 장비 기업 정도가 한숨을 돌렸지만 낮은 마진율 문제 등을 앓고 있던 터라 시장 둔화 여파를 완전히 피하진 못했다.
그러는 와중 "우리는 다르다"며 배터리 신사업 진출을 내건 기업이 있다. 발포제를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는 금양이다. 금양은 최근 삼성SDI 등 배터리 업계 출신 인력을 그러모으며 2170규격 원통형 배터리, 4695 배터리의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미디어에서도 이 기업을 '배터리 기업'으로 소개하면서 기존 업계 구도에 편입시켰다.
금양은 현재 2170 배터리 셀 양산 공장 구축을 시작으로 4695 배터리 라인 구축, 연구개발(R&D) 센터 착공 등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두 개 제품에 대한 양산 목표는 내년이다. 배터리 사업에 진출한지 불과 3~4년만에 세워진 목표다.
하지만 배터리 업계는 금양의 사업 지속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무엇보다 양산 가능성에 대해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배터리 양산 경험이 없던 기업이 3년 만에 양산이 가능할지, 양품 비율(수율)이나 장기적인 수익화 가능성이 있는지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규모 배터리 셀 양산을 위해서는 적게는 수천억원, 많게는 수조원이 투입되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이로 인해 초기 시장에서는 적자가 불가피하다. 양산 인프라가 어느정도 수율이 확보되고 원가를 절감해야만 수익도 안정화된다.
현재 금양이 연간 배터리 셀 생산 능력 확보로 내건 목표는 2170 배터리 3.7GWh(3억셀), 4695 배터리 12.5GWh(1억셀)로 총합 16.2GWh다. 과거 설비투자 기준인 1GWh당 1000억원으로 추산했을 때는 대략 1조6000억원이 필요하다. 현재 금양은 신규 공장 설립 기준 61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재 공시 등으로 밝혀진 배터리 관련 매출은 없다.
셀 양산 이후에는 원가절감을 위한 공정 최적화, 수익성 향상 등이 과제다. 단기간에 정상 수율을 확보해야만 하고, 수율을 확보했더라도 공정 내 원가 최적화를 진행하지 못하면 수익을 거두기 어렵다. 높은 원료도 고려 대상이다. 이로 이해 배터리 셀 제조 사업은 기본적인 마진율이 10% 이하며,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과 같은 대규모 인프라를 구축할 정도에 이르게 되면 최대치가 하이싱글디짓(6~9%) 수준에 그친다.
장기적 목표가 46파이 배터리와 같은 전기차용 제품이라면 과제는 더욱 늘어난다. 소형으로 분류되는 원통형 배터리는 1865·2170은 일정 규격이 정해진 제품이지만 46파이 규격부터는 고객사별 커스터마이징 제품에 가깝다. 고객사별로 다른 소재 조성과 규격을 갖출 필요가 있고, 전기차 업체가 관련 기술이 여물지 않았더라면 모듈·팩을 만들기 위한 기술이나 네트워크도 보유해야만 가능해진다.
금양과 같이 배터리 사업에 뛰어들어 실패한 사례도 해외에서 여럿 있다. 야심차게 배터리 시장에 도전한 영국 브리티시볼트가 그렇다. 이들 역시 K-배터리 3사를 포함한 각종 배터리 인력을 충원하며 관련 사업을 확대했다. 그 결과는 2023년 초 법정관리 신청으로 이어졌다. 유럽 업체 중 비교적 성공한 업체로 평가받는 노스볼트 역시 수율 안정화, 실질적인 수익성 등 크고 작은 문제를 현재까지 겪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등에서는 금양에 대한 결론을 짓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당장 내놓은 실체가 없는 만큼, 증명할 수 있는 요소가 당장 없다는 점에서다. 금양의 성공적인 시장진입으로 K배터리의 위상이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도 있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만만치 않은 현실을 감안하면 가뜩이나 침체된 시장에 불확실성만 가중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금양의 도전은 내년에 결론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의 혹독한 검증 통과 여부가 금양표 배터리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양에 대한 결론은 결국 내년부터 시작될 46파이 배터리에 대한 검증이 시작되면서 이뤄질 것"이라며 "현재 시장 관점으로는 배터리 업계는 배터리대로, 금양은 금양대로 봐야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는 한편, 과거 브리티시볼트나 금양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다른 관점에서 봐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겸 에스엠랩 대표는 "영국 브리티시볼트의 경우 실체가 거의 없었고, 투자를 받은 이후 배터리 관련 인력이 확실하게 충원되지도 않았다"며 "금양이 비교적 수율이 높은 원통형 배터리를 채용한 만큼 그 사례와는 다르게 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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