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2 이펙트] "계엄·탄핵 떠오른다"…OX로 본 투표의 중요성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지난 3일 밤 10시 30분 발표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담화는 온 국민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경찰의 통제를 뚫고 담장을 넘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생중계되는가 하면, 무장 군인과 헬기가 국회 주위를 둘러싼 광경에 '2024년의 대한민국이 과거로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190명의 국회의원들이 모여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의결할 당시 재석 의원 전원은 'O(찬성)'표를 눌러 계엄 상황을 막는데 힘을 보탰다. 이어 지난 7일과 14일 각각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 과정에서도 OX 찬반 투표가 진행됐고,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다투게 됐다.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한 달 새 일어난 정치·사회적 변화는 26일 오후 5시를 기해 공개된 '오징어게임' 시즌2와 절묘하게 오버랩된다.
오징어게임 시즌2는 다시 게임에 참여하게 된 '성기훈(이정재 분)'과 그를 막아서는 '프론트맨(이병헌 분)'의 본격적인 대결을 그려낸다. 지금까지 공개된 예고편에서 알 수 있듯 프론트맨은 성기훈에게 접근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게임에 참가한다. 이 과정에서 프론트맨은 성기훈과 한 팀을 이뤄 게임을 진행하면서 직접 위기 상황을 연출하고 그의 반응을 살핀다.
특히 매 게임마다 진행되는 찬반(OX) 투표에선 첫 순서와 마지막 순서를 번갈아 맡아 '선택'의 키를 쥔 채 기훈의 심리 상태를 체크한다. O가 X보다 많을 경우 게임을 계속 진행하게 되는 반면 X가 더 많은 득표를 얻게 되면 투표 시점에서 모인 상금을 N분의 1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자신의 이름을 '오영일'로 위장한 프론트맨이 참가자 번호 1번을 단 반면 성기훈은 지난 게임에서 부여받은 456번을 달고 게임에 참여하게 돼 번호 순으로 진행하는 투표 특성상 두 사람이 게임의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키맨'이 된다. 이는 한국 정치의 여야 구도에서 각 진영을 이끄는 정당의 대표자와 일맥상통한다. 프론트맨은 성기훈과 같은 뜻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지만 이는 O와 X로 나뉜 참가자들의 진영이 대립을 거듭하며 서로 불신하고 분열하게 될 것이라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프론트맨의 계산은 정확히 들어맞는다. 인생의 밑바닥을 경험한 후 많게는 수백억의 빚을 진 참가자들 중에선 상금을 균일하게 분배한 몫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이 죽을 가능성을 감안하면서까지 게임을 진행하려 한다. 이에 반해 성기훈과 X를 선택한 참가자들은 '게임을 멈추자'는 생각으로 의기투합하며 O 진영의 참가자들을 포섭한다.
매 게임 직후 이해관계에 따라 진영을 바꾸는 참가자들의 선택은 투표라는 제도를 통해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그에 따른 결과의 책임도 본인이 지도록 만든다. OX 선택에 따라 누군가는 지탄받고 또 '배신'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허우적거린다. 대통령 탄핵안 표결 이후 발생한 현실의 정치 상황이 겹쳐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평화'를 위해 X를 선택했던 성기훈과 참가자들이 무장한 병정들의 총기를 탈취해 맞서 싸우는 점도 인상적이다. 참가자 간 진영 논리로 부딪히는 것을 넘어 게임 주최 측을 공략하는 지점에선 정치적 의도를 초월해 비상계엄 해제 및 대통령 탄핵에 동의하는 국회와 국민들을 떠올리게 된다. 진영을 나누는 과정에서의 분열과 갈등 역시 시대상을 관통한다.
시리즈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앞서 오징어게임 시즌2 공개 전 가진 제작발표회를 통해 "투표에 관한 얘기들이 많이 나오는 데 미국 대선이나 우리나라에서의 투표 등 현실 세계와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재밌는 지점이 많을 것 같다"는 얘기를 전한 바 있다. 한 달 새 벌어진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의 대한민국 정세는 오징어게임 시즌2와 너무 많이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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