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

‘반팔’, ‘페미닌룩’ 그만…무심코 쓰는 표현도 다시 보는 이곳

이나연 기자
에이블리 앱 화면과 프로모션 이미지 [ⓒ 에이블리코퍼레이션]
에이블리 앱 화면과 프로모션 이미지 [ⓒ 에이블리코퍼레이션]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차별적·혐오적인 단어의 확산을 막고, 스타일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서비스명과 용어 등에 주의를 기울이는 패션 플랫폼들이 늘고 있다. 국내 양대 여성 패션 플랫폼으로 꼽히는 에이블리와 지그재그도 이 중 하나다.

이들 플랫폼은 ‘데이트룩’, ‘여성스러운’, ‘00녀’, ‘여리여리한’, ‘어려 보이는’ 등의 특정 표현을 지양한다. 장애인 차별 표현으로 알려진 반팔과 벙어리장갑도 각각 반소매와 손모아장갑 또는 엄지장갑 등으로 순화하는 식이다.

27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에이블리 운영사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모든 구성원이 참고할 수 있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백과사전’을 제작해 차별 또는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메시지가 전달되는 것을 지양하고 있다. 이 백과사전은 에이블리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확인할 수 있고, 직접 수정과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에이블리 애플리케이션(앱) 내 카테고리 구성, 인기 브랜드 및 상품을 소개하는 ‘매거진’ 콘텐츠 등 모든 영역에서 표현을 검수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반팔’ 대신 ‘반소매’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예전부터 반팔은 팔의 길이가 짧은 이들에게 차별적인 표현이 될 수 있어 옷의 소매가 짧다는 의미의 반소매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회사 측은 에이블리 자체 프로모션과 기획전(행사)을 진행할 때도 해당 표현을 고수해 자연스럽게 소비자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지난달 말 진행된 에이블리 프로모션명 역시 ‘브랜드 반소매 깜짝 특가’였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에이블리는 월 812만명의 사용자가 이용하는 버티컬 커머스 1위 앱인 만큼, 건강한 쇼핑 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그 시작으로 정치, 종교, 인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차별 없는 콘텐츠를 제작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지그재그의 브런치 콘텐츠 갈무리 [ⓒ 카카오스타일]
지그재그의 브런치 콘텐츠 갈무리 [ⓒ 카카오스타일]

지그재그 운영사 카카오스타일도 주요 고객층인 여성들에 저마다의 스타일을 존중하자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하고자 ‘지그재그 3.0 톤&보이스 가이드라인’을 구축했다. 페르소나에 맞는 글쓰기 기본원칙과 말투, 서비스명과 용어, 이모지와 특수문자, 금지 단어와 표현, 맞춤법과 표기법 등 텍스트를 요소별로 나눠 세부 규칙을 정했다.

실제 지그재그 서비스에선 특정 스타일이나 취향을 높이거나 낮추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 스타일에 정답이 없다는 생각 하에 특정 아이템을 설명할 때 ‘실패’, ‘성공’, ‘정석’, ‘정답’ 등의 단어를 쓰지 않도록 하고 있다.

편견을 가지고 젠더 고정관념에 갇힌 표현도 지양한다. ‘데이트룩’, ‘ㅇㅇ에게 잘 보이기 위한’, ‘남친이 좋아하는’, ‘여성스러운’, ‘페미닌한’, ‘ㅇㅇ녀’와 같이 여성의 다양성을 해치는 단어와 표현은 쓰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외모의 다양성을 해치는 단어와 표현도 지양하고 있다. 이른바 ‘여리여리한’, ‘가녀린’, ‘여신핏’, ‘어려 보이는’ 등 특정 체형과 나이 등을 이상화하는 표현도 쓰지 않는다. 반팔을 반소매로 쓰는 것 외에도 ‘벙어리장갑’은 ‘손모아장갑’ 또는 ‘엄지장갑’, ‘나시’는 ‘민소매’나 ‘슬리브리스’, ‘란제리’는 ‘속옷’ 혹은 ‘이너웨어’로 쓰는 등 잘못된 표현을 쓰지 않도록 안내한다.

카카오스타일 관계자는 “지그재그 톤앤보이스 가이드라인 기본 원칙은 ▲우리는 고객을 생각하며 씁니다 ▲우리는 시간을 아끼는 문장을 씁니다 ▲우리는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합니다 ▲우리는 상품을 판매하지 않고 스타일의 발견을 돕습니다”라며 “가이드라인을 구축한 후 별도 교육 시간을 마련해 임직원들에 공유함으로써 적극적인 활용을 지원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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