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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IT거버넌스 개편', 과연 현명한 결정이었나… 증권·보험 인수이후, IT전략 의문

박기록 기자
ⓒ우리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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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금융IT 거버넌스④] ‘통합 금융플랫폼’ 전략 강화 추세속 우리금융 IT거버넌스 전략, 방향에 부합한가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우리금융이 10년만에 증권업 진출을 공식화한 이후, 올해 초 기존 ‘위탁’운영에서 ‘계열사’ 자체 운영 방식으로 본격 단행한 그룹 IT거버넌스 전략에도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 3일 우리금융은 이사회를 개최하고, 우리종금과 한국포스증권 합병 추진을 결의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포스증권 인수만으론 여전히 증권시장에서 유의미한 존재감을 갖기는 힘들고, 추가적인 M&A(인수합병)이 필요하다”며 아직은 증권업 라이선스 확보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편에선 우리금융이 향후 추가로 증권 및 보험사를 인수해 몸집을 키울 경우, 올초부터 ‘계열사 자체 IT운영’ 방식으로 전환한 IT거버넌스 전략이 과연 증권, 보험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증권, 보험사 인수해 몸집 불리려는데… 우리금융 '그룹 통합형 IT 운영'(SSC)→ '계열사 개별 운영' 방식 전환, 과연 맞는 선택인가

앞서 지난 20년간 우리금융은 그룹 IT자회사인 우리FIS를 통해 우리은행, 우리카드 등 계열사들의 IT개발과 운영을 위탁하는 토털IT아웃소싱 방식을 취해왔다.

참고로, 이는 삼성SDS와 같은 완전한 외부 IT기업에 의한 토털 IT아웃소싱이 아니라 지분을 공유하는 그룹내 IT계열사를 통한 IT아웃소싱이란 점에서 차별화된다.

따라서 우리금융과 같아 우리FIS를 통한 IT운영 위탁은 그룹내 ‘자원공유방식’(SSC, Shared Service Center)의 IT아웃소싱으로 규정된다.

그동안 이러한 SSC 방식의 IT아웃소싱은 국내 금융지주사들 가운데 하나금융티아이(TI)를 두고 있는 하나금융과 우리FIS를 둔 우리금융이 가장 대표적이었다.

반면 KB금융그룹(KB데이타시스템)과 신한금융그룹(신한DS)은 IT계열사를 그룹내 두긴했지만 처음부터 이들은 그룹내 계열사들을 지원하는 외곽 지원조직 성격이며 역할도 제한적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8월, 우리금융그룹이 이같은 SSC 중심의 IT거버넌스 전략을 180% 전환하기로 결정하고 우리FIS의 역할을 대폭 축소했다.

우리금융측은 IT 거버넌스 체계 개편으로, 각 계열사별로 IT직원과 현업 직원이 함께 결합됨으로써 보다 신속한 시장 대응이 가능하고, 외주개발 비용등 IT인력의 인건비(판관비)감소 등 IT비용절감 효과를 제시했다.

이후 지난해 하반기 임금 협상 등을 거쳐 우리은행과 우리카드로 기존 우리FIS 직원 90%를 전직시키고 올해 1월부터 현재의 IT 직접 운영 방식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해 결정한 우리금융의 IT거버넌스 전략 변경이 과연 향후 보험, 증권사의 인수까지 고려한 선택이었는지 몇가지 측면에서 의문이라는 점이다.

현재의 방식이 업계 10위 이내의 대형사를 지향하는 우리금융의 증권, 보험사 육성 비전에 적합한 방식인지 아직 평가를 유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 “우리금융이 20년 넘게 운영한 기존 SSC 방식의 단점을 고치면 될 텐데, 누구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선택이다”라는 일부의 냉소적인 견해도 여전하다.

ⓒ우리금융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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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그룹 계열사마다 각각 'IT직접 운영' 방식 전환… 과연 업무중복 감소인가

먼저, 제기되는 문제점은 '업무 중복성'에 대한 것이다.

현재의 우리금융 IT거버넌스 전략대로라면 우리금융은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주요 계열사들이 독립적으로 IT 개발 및 운영조직을 각각 운영해야한다.

개별사의 관점이 아닌 그룹 차원에서 본다면, 우리FIS 시절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우리금융그룹내 IT인력들의 ‘업무 중복’문제가 과거보다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럴경우 그에 따른 비용 효율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올해 1월11일, 우리금융 본점에서 개최된 ‘IT거버넌스 개편’ 전략 설명회에서 우리금융측은 “싱가포르의 DBS를 모델로 참조했다”고 밝히면서 중복업무 개선, 개발 프로세스 단축(7단계→3단계 축소)와 신속한 시장 대응, 또그에 따른 비용절감, 내부통제 강화, 현업과 IT직원의 원팀 근무 등을 효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싱가포르 DBS 은행의 경우 토털IT아웃소싱을 대폭 축소하고 IT직접 운영을 결정한 이유는 우리금융이 설명한 것과 다소 차이가 난다.

DBS은행은 과거 IBM과의 토털IT아웃소싱 과정에서 큰 전산장애 사고가 발생해 대외 신뢰도가 크게 추락한데다, 이후 IBM의 주전산시템인 메인프레임의 기술 종속성 심화에 따른 라이선스 비용부담이 급증하면서 클라우드로 전환을 결정했다.

이를위해 빅데이터, 클라우드 전문 인력을 중심으로 자체 IT방식 비중을 높인 사례다.

즉 DBS는 업부 중복성이나 IT개발 프로세스의 단축, 비용절감 등이 IT아웃소싱 축소 사유의 전부가 아니었다.

◆KB금융 등 금융지주사들 '통합형 IT 전략' 비중 확대 추세… AI 등 최신 현안, 금융계열사 독자적 대응 힘들어

또 하나는 최근 ‘통합 금융플랫폼’ 시대가 상징하는 것처럼, 금융 그룹내 모든 금융계열사의 서비스가 통합되면서 오히려 디지털 및 IT인프라 전략에 있어서도 일정 부분 ‘통합 IT’전략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그룹 통합형 디지털·IT 전략’이 강조되는 것은 개별 금융회사가 독자적으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AI(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보안 등 핵심 IT인프라 대응에서 비용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기술적 문제, 전문인력의 부족으로 계열사의 독자적인 IT 내재화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동안 우리금융과는 대조적으로, 계열사별로 자체 IT전략을 취해왔던 KB금융은 발빠르게 ‘그룹 AICC’(AI기반 통합콜센터), ‘그룹 통합 클라우드 플랫폼’ 등을 선보이는 등 그룹 IT거버넌스 체계가 그룹 통합 전략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한 올해 KB금융은 ‘그룹 공동 생성형AI 플랫폼’구축을 역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 계열사들이 생성형AI 플랫폼을 비즈니스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물론 우리금융도 ‘계열사 자체 IT운영’ 중심으로 IT거버넌스 체계로 전환했더라도, 이와 동시에 그룹 차원의 통합 플랫폼 구축 노력도 진행하고 있고, 관련한 성과물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당초 우리금융 IT거버넌스 체계 전환의 명분에 비춰봤을 때 부자연스러운 흐름이란 평가도 받을 수 있다.

금융IT 전문가들은 우리금융이 이제 더 이상 과거 SSC와 같은 IT토털아웃소싱 방식으로 회귀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혹시 문제점이 제기되더라도 현재의 IT거버넌스 체계에서 보완점을 찾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이 현재의 바뀐 IT거버넌스 체계를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그룹 통합’ 전략도 효율적으로 결합시킬 수 있는 보다 진화된 전략이 다시 한번 제시돼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기록 기자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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