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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조 몸값 노리는 시프트업, 피어 그룹 차별화 ‘승부수’ [IT클로즈업]

문대찬 기자
왼쪽부터 시프트업 이동기 디렉터와 김형태 대표. [ⓒ소니인터랙티브코리아]
왼쪽부터 시프트업 이동기 디렉터와 김형태 대표. [ⓒ소니인터랙티브코리아]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시프트업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유가증권(코스피) 시장 상장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최대 3조5000억원에 달하는 몸값을 내걸었는데, 국내 게임사로는 이례적으로 피어(비교) 그룹을 모두 해외 개발사로 꾸린 전략이 주효할지 관심이 모인다.

시프트업이 20일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총 공모 주식수는 725만주로 100% 신주다. 주당 공모 희망가 범위는 4만7000원에서 6만원이다. 상장 예정 주식 수는 5802만5720주로, 공모가 밴드 상단 기준 상장 후 시가총액은 3조4815억원이다.

눈에 띄는 점은 시프트업이 피어 그룹 라인업을 스퀘어에닉스, 사이버에이전트, 카도카와 등 일본 개발사로 전부 구성했다는 것이다. 그간 게임업계 IPO(기업공개) 주자들이 국내 게임사 중심으로 비교군을 꾸린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과거 넷마블과 카카오게임즈 등은 PC 온라인‧모바일 게임을 주력으로 삼은 게임사를 피어 그룹으로 선정했다. 대개는 국내 경쟁사 넥슨이나 엔씨소프트의 이름이 올랐다. 관련해 비교 대상으로 오른 해외 게임사는 모바일 게임이 주력인 중국 텐센트나 넷이즈로 제한됐다.

피어 그룹은 투자자에게 IPO 주자의 시장 위치와 성장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는 가늠좌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피어 그룹 선정에 따라 기업가치가 수조원까지 차이나기도 한다.

해외 기업을 피어 그룹으로 구성하면 몸값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시프트업은 가치 평가 방식으로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을 사용했는데, 일반적으론 해외 기업의 성장 기대치가 높아 PER이 높게 책정돼 몸값 산정에 유리하다.

증권 신고서에 따르면 시프트업은 피어 그룹 3개사 PER의 평균인 39.25배를 적용해 몸값을 산정했다. 21일 기준 국내 게임사 시총 1위 크래프톤의 PER은 21배다.

다만 해외 기업의 피어 그룹 선정은 자칫 고평가 논란을 빚기도 한다. 2021년 ‘PUBG: 배틀그라운드’ 흥행세를 앞세운 크래프톤은 월트 디즈니와 워너 뮤직, 액티비전 블리자드 등을 비교 그룹으로 제시했으나 거품 몸값 지적에 공모가를 낮추는 등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니케. [ⓒ시프트업]
니케. [ⓒ시프트업]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임한 시프트업은 올해 초 해외 증권사인 JP모간을 주관사로 추가 선임하며 해외 투자자 공략 의지를 나타내왔다. 출시작이 모두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만큼, 해외에서도 매력을 느낄만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시프트업은 서브컬처‧콘솔 게임을 주력으로 삼은 게임사라는 점에서 비교 그룹과 공통 분모가 있다. 스퀘어에닉스는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로 유명한 콘솔‧PC 게임사다. 사이버에이전트는 모바일 서브컬처 게임 ‘프린세스커넥트! Re:Dive’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카도카와는 인기 만화‧애니메이션 IP와 더불어 ‘다크소울’과 ‘엘든링’ 등 유명 콘솔 IP까지 다수 보유한 종합 엔터사다.

시프트업은 2022년 출시해 글로벌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서브컬처 게임 ‘승리의여신: 니케(이하 니케)’라는 메가 히트작을 배출했다. 게다가 수장 김형태 대표는 1세대 게임 원화가로, 특유의 화풍으로 탄탄한 팬층을 거느리는 등 이 분야에서의 입지가 공고하다.

최근엔 콘솔 게임 시장에서 화려한 데뷔전을 치르기도 했다. 시프트업이 지난달 소니와 맞손을 잡고 플레이스테이션5 독점작으로 내놓은 액션 어드벤처 게임 ‘스텔라블레이드’는 일본과 서구권 등지에서 흥행 훈풍을 타며 회사 경쟁력을 입증했다.

시프트업은 IP를 확대해 관련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지속 넓혀갈 계획이다. 회사는 스텔라블레이드 PC 버전과 후속작을 개발하는 한편, 크로스플랫폼 신작 ‘프로젝트위치스’ 개발에 돌입했다. 공모 자금 중 1010억원을 2027년까지 해당 게임에 사용한단 계획이다.

시프트업은 서브컬처 게임 및 AAA급 콘솔 게임이 타 게임 장르와 PLC, 개발 환경 등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면서 비교 대상도 이에 맞춰 선정했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2023년 온기 기준 매출 85%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해 국내 기업만으로는 적절한 비교기업 선정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회사의 주요 수익원과의 비교 가능성 제고를 위해 2023년 기준 글로벌 서브컬처 모바일 게임 상위 10곳, 콘솔게임 개발 상위 20곳을 비교군으로 추려 선정했다”고 밝혔다.

시프트업이 예상 총액대로 상장하면 21일 종가 기준 크래프톤(12조2100억원), 넷마블(5조6901억원), 엔씨(4조7311억원)에 이은 국내 4위 규모 게임사로 거듭난다. 최근 우호적인 공모주 시장 분위기와 게임사 주가가 탄력을 받은 상황은 몸값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달 들어 KRX 게임 톱10 지수는 12.68% 상승했다.

시프트업과 주관사단은 내달 3일부터 13일까지 국내외 기관 투자자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확정할 방침이다. 공모청약은 같은 달 18일부터 19일까지다.

다만 상장 일정이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고평가 우려가 상존하는 만큼, 자체 평가한 기업가치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금감원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청할 수 있다. 작년 뻥튀기 상장으로 논란이 된 ‘파두 사태’ 이후 보다 엄격해진 심사 분위기도 변수다.

한편 지난 2013년 설립된 시프트업은 작년 매출 1686억원, 영업이익 111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는 매출 374억원, 영업이익 259억원을 거뒀다. 영업이익률은 70%다. 2분기부터는 스텔라블레이드의 흥행 실적이 본격 반영될 예정이다.

김형태 대표는 “시프트업은 고품질의 게임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개발 역량을 통해 많은 유저들의 사랑을 받는 게임들을 만들고 있다”며 “이번 공모를 통해 확보할 자금은 현재 서비스 중인 게임들의 IP를 강화하고, 신규 프로젝트 IP 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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