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AI 서울 선언’ 빛바래지 않으려면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인공지능(AI) 글로벌 거버넌스 논의가 영미권 중심으로 추진되는 중에 대한민국에서 ‘AI 서울 정상회의’를 개최한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22일 ‘AI 서울 정상회의’를 마치며 영국 정부와 공동 브리핑을 연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번 AI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안전’하고 ‘혁신’적이며 ‘포용’적인 AI를 위해 협력한다는 내용의 ‘서울 선언’이 채택됐다.
이 장관 말대로, AI 규범에 관한 글로벌 논의를 영미권이 주도하던 가운데 한국이 AI 정상회의를 열게 된 것은 그 의미가 깊다. 실제 1차 회의가 영국 블레츨리에서 있었고, 이번 서울 2차 회의에 이어 내년에 이뤄질 3차 회의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개최국 중 한 곳으로 한국이 가지는 상징성은 남다르다.
지난 영국에서의 1차 회의에선 AI 기술에 따른 잠재적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안전’에 초점을 둔 ‘블레츨리 선언’이 장관급 합의 문서로 이뤄졌다면, 이번 2차 회의에선 ‘안전’에 이어 ‘혁신’과 ‘포용’의 메시지를 더해 3대 AI 규범가치를 완성한 ‘서울 선언’이 한·영 정상간 합의 문서로 격상돼 채택됐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다.
이번 정상회의에선 실제 AI 생태계를 주도하는 주요 기업들의 참여도 이끌어냈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를 포함한 16개 기업이 ‘프론티어 AI 안전 서약’을 발표했고, 함께 열린 ‘글로벌 AI 포럼’에서 이들과 삼성전자·네이버 등을 비롯한 14개 기업이 AI 혁신과 포용을 약속하는 ‘서울 기업 서약’에 서명했다.
다만 아쉬움도 나온다. 이번 서울 선언만 해도 종전의 블레츨리 선언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다. 안전·혁신·포용이라는 선언적 의미 외에 구체적 기준이 부재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AI 관련 거물급 인사들이 직접 발걸음한 영국 정상회의에 비해 가상회의로 진행된 서울 정상회의가 큰 주목을 받기 어려웠던 점도 있다.
무엇보다, 과연 대한민국이 제시한 AI의 ‘안전·혁신·포용’을 지속적으로 주도해나가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주고 있는지 확신하기 어렵다. ‘혁신’ 측면에선 해외 각국이 AI 기업들에 직접적인 보조금과 세제혜택을 주면서 연구개발(R&D)을 지원하고 있는 것에 반해, 우리 정부의 노력은 전반적인 R&D 예산 감축 기조로 인해 아쉬운 수준이다.
실제로 AI 생태계를 이루는 핵심 인프라 중 하나인 클라우드의 마중물이 되기 위해 추진했던 공공 클라우드 전환사업은 지난해 예산이 반토막됐고, 올해 고성능 컴퓨팅 자원 지원사업과 AI 바우처 지원사업도 축소됐다. 와중에 AI 데이터 구축사업 등 일부 정부 사업에서 관리 부실과 사업비 횡령 의혹이 따라붙은 사례도 있다.
‘안전’과 ‘포용’ 측면에서도 정작 국내에선 이를 다루는 명확한 제도가 없다. 섣부른 규제는 안되겠지만 법의 테두리조차 없다는 것은 불확실성이 크다는 얘기다. 선뜻 투자와 개발이 이뤄지기 어렵다. 현재 AI의 기본적인 정의 및 규율을 담은 AI 기본법이 오는 29일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이번 서울 정상회의에 이어 내년 파리 정상회의는 ‘AI 행동 정상회의’라는 명칭으로 개최된다고 한다. 그만큼 AI에 관한 보다 실천적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 전에 한국이 선제적으로 AI에 대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민간 주도 기술혁신을 독려하고 안전한 제도 기반의 AI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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