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취재수첩] '땅짚고 헤엄친' 케이뱅크… 무색해진 설립 취지

권유승 기자
케이뱅크 본사 전경. ⓒ케이뱅크
케이뱅크 본사 전경. ⓒ케이뱅크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케이뱅크가 '대출 갈아타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정부의 '대환대출 인프라' 시행에 적극 발맞춰 대출자들을 끌어모으며 역대급 실적을 경신했다.

케이뱅크의 담보대출 비중은 올해 1분기말 45%로 지난해말 대비 5%p 증가, 같은기간 아파트담보대출 잔액은 무려 1조원 가량이 늘어났다.

특히 전체 신규 아파트담보대출의 67%가 대환대출이었다는 점에서 케이뱅크가 얼마나 대환대출 수요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공을 들여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실제 케이뱅크 역시 "정부 대환대출 인프라 시행에 맞춰 신청 및 심사 프로세스를 개선한 결과, 금리 경쟁력과 편리한 이용환경을 자랑하는 케이뱅크의 아담대와 전세대출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며 많은 고객이 유입됐다"고 자평했다.

이는 순이익 증가로 연결됐다.

대환대출 등에 힘입은 케이뱅크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배 가량 증가하며 분기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경쟁사인 카카오뱅크(순익 9.1% 증가)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상승율을 보였다. 이 기간 이자이익의 상승률 역시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보다 2.9%p 높았다.

무엇보다 케이뱅크가 쓸어모은 아파트담보대출은 담보물을 전제로 대출이 이뤄지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작용한다는 이점이 있다.

즉, 만에 하나 대출자가 이자를 갚지 못하더라도 담보물인 아파트를 처분해 원금을 회수할 수 있어 웬만해선 손해를 보기 힘든 수익구조다. 은행권 내부적으로 '땅짚고 헤엄치기'라는 표현이 나오는 영역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케이뱅크로 '고신용자' 유입도 대폭 커졌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지난달 신규 신용대출 차주의 평균 신용점수(코리아크레딧뷰 기준)는 921.6점이다.

이 중 케이뱅크가 938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이는 전달 대비 41점이나 상승한 것으로, 5대 시중은행 중 한 곳인 KB국민은행보다도 신용점수가 높았다. 일반적으로 신용점수가 900점이 넘으면 고신용자로 분류된다.

이처럼 고신용자 비율이 높아진 것은 정부의 '신용사면'의 영향도 있다. 아울러 신용대출의 연체율 관리를 위한 고신용자 위주의 영업이 펼쳐진 복합적인 결과로 풀이 된다.

그러나 조금만 한 발 떨어져 생각하면, 이같은 케이뱅크의 성과는 정부가 당초 인터넷전문은행을 인가했을 당시의 취지와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이다.

물론 "케이뱅크가 연내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단기적인 실적 끌어올리기가 필요하기 때문 아니겠냐"는 상황론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이런 저런 이유로 담보가 없어 기존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중저신용자'들에게 금융(금리)의 문턱을 낮춰줌으로써 우리 공동체의 삶을 개선할 목적으로 도입됐다.

그런데 어느샌가 케이뱅크는 돈 떼일 가능성이 없는 든든한 '아파트담보대출'과 또 거기에 리스크가 적은 고신용자 위주의 영업으로 실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비록 1분기 호실적이 '일시적 요인'이라 하더라도 "중·저신용자 대출의 공급을 확대한다"는 케이뱅크의 당초 설립 취지가 크게 후퇴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실제 지난해말 케이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29.1%로 인터넷전문은행 3사 중 꼴찌를 기록했으며, 금융당국의 권고치에도 밑도는 모습을 보였다.

그나마 이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케이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상품의 금리를 내리고, 또 올해 1분기 전체 신용대출 잔액 중 중저신용자 신용대출의 비중이 평잔 기준 33.2%로 올라서는 등 긍정적인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아직 금융권의 평가는 유보적이다. 금융당국 역시 조만간 이 같은 한계점 등을 담아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중간평가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케이뱅크는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남다른 책임감과 사명감이 필요하다. 일반 시중은행들과 결국 같은 역할을 한다면 인터넷전문은행이 굳이 필요할 이유는 없다.

곧 제4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이 예고되고 있다.

다시 한 번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취지를 되새기며 '포용 금융'의 본보기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