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 ‘50만원 스킨’에 엇갈린 시선… “가치 충분” vs “선수 팔이”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라이엇게임즈가 ‘페이커’ 이상혁(T1)의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이스포츠 ‘전설의 전당’ 최초 헌액을 기념해 출시한 유료 상품 가격을 놓고 이용자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지난달 23일 전설의 전당 초대 헌액자로 이상혁을 선정했다. 전설의 전당은 여타 프로스포츠의 ‘명예의 전당’과 같은 것으로, 이스포츠 산업과 생태계에 굵직한 족적을 남기거나 긍정적인 영향력을 보여준 선수를 기리기 위해 마련됐다.
업계 베테랑과 각 지역의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 투표단이 국제적 지위와 국제 대회 및 지역 리그 우승 기록, 이스포츠에 대한 전반적 기여도 등을 고려해 헌액자를 선정했다.
2013년 데뷔한 이상혁은 LoL 이스포츠 역대 최고의 선수로 통한다. 한국(LCK) 프로리그 최다 우승자(10회)이자 최고 권위 대회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최다 우승자(4회)다. 이외 ‘미드시즌인비테이셔널(MSI)’,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 숱한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현역 선수라 향후 더 많은 기록이 쓰여질 가능성도 있다. 그는 당장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롤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데뷔 11년째를 맞은 현재도 정상급 기량을 유지 중이다.
국내외 팬들은 전설의 전당 1호 헌액자로 이상혁이 선정된 것에 이견이 없다는 입장이다. 은퇴 선수만 헌액된다는 일종의 공식을 과감히 깬 라이엇게임즈 결정에 호평도 잇따른다.
다만 라이엇게임즈가 헌액을 기념해 내놓은 스킨 가격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스킨은 LoL에 등장하는 챔피언 외형을 바꾸는 치장품으로, LoL 대표 유료 상품이다.
라이엇게임즈는 이상혁의 대표 챔피언인 ‘아리’, ‘르블랑’과 관련한 특별 스킨이 포함된 유료 상품 4종을 마련했다. 라인업은 ‘떠오른 전설 르블랑’ 스킨이 포함된 이벤트 패스, ‘떠오른 전설 아리’, ‘불멸의 전설 아리’ 스킨을 획득할 수 있는 3종의 컬렉션으로 구성됐다.
이중 논란이 된 건 ‘시그니처 불멸의 전설’ 컬렉션이다. 앞선 3종의 컬렉션 내용물을 전부 포함한 상품으로 고품질의 스킨 외형과 스킬 시각 효과, 이상혁의 시그니처 동작, 구조물 파괴시 등장하는 이상혁 사인 등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해당 컬렉션 가격은 5만9260RP로, 현금으로 환산하면 50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상품이다. 일부 팬들은 상품 품질을 호평하면서도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익 일부가 이상혁에 환원된다 해도, 라이엇게임즈가 그의 인기에 편승해 곳간을 불리려 한단 지적이다.
특히 게임 내 부분 유료 상품에 거부감이 높은 해외에서 이러한 목소리가 더욱 크다. 이상혁은 게임 내에서 스킨 없이 플레이하는 선수로 유명한데, 이 때문에 “라이엇게임즈가 스킨 없이 플레이하는 선수를 스킨으로 기리고 있다”는 비아냥 섞인 비판도 나온다.
해당 컬렉션 가격이 일부 국가에선 구매까지 엄두도 내지 못할 가격이라는 점도 논란을 키운다. 작년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근로자 월평균 소득은 약 790만 VND(약 42만9760원)다. 월급을 전부 사용해도 컬렉션을 구매하긴 역부족이다. 동남아 지역의 뜨거운 LoL 인기를 미뤄볼 때, 배려가 없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추후 전설의 전당에 헌액될 선수의 상품 가격 책정 등 형평성 문제도 거론된다. LoL 이용자 A씨(29)는 “이정도 가격의 컬렉션은 페이커라서 내놓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과연 추후 다른 헌액자에게도 고가의 컬렉션을 자신있게 출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상품 희소성을 고려하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게임 내 능력치나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는 단순 치장품에 불과한 만큼, 개인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떠오른 전설 르블랑’ 스킨은 2만원, ‘떠오른 전설 아리’ 스킨은 3만원, ‘불멸의 전설 아리’는 30만원대 컬렉션으로 획득 가능해 대안도 충분히 많다는 지적이다.
LoL을 8년간 즐긴 B(31)씨는 “현실 세계에도 명품이라는 것이 있지 않나.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구매하고, 그렇지 않으면 안 사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C(25)씨는 “내가 페이커의 팬이라면 거뜬히 지갑을 열 수 있는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LoL에서 스킨은 사도 그만, 안 사도 그만 아닌가. 왜 가격 얘기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내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LoL의 수익 모델은 따라하려 해도 따라하기 힘들다. 스킨과 같은 치장품은 게임 내 캐릭터 능력치에 영향을 주지 않아서 막대한 수익을 거두긴 쉽지 않은데, 스킨을 무척 잘 만들기도 하지만 게임의 인기가 높아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임사도 엄연히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이다. 라이엇게임즈가 비판 받는 것에서 게임에 대한 인식의 현 주소를 읽는 것 같아 조금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한편 라이엇게임즈는 이상혁의 헌액을 기념해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하이커 그라운드에 총 4층으로 구성된 ‘페이커 신전’을 조성해 이달 16일까지 운영한다. 지난달 29일 개장 첫날에만 3400명의 관람객이 몰리며 문전성시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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