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모션] ‘페이커’ 이상혁 “G2전 내 실수 많았다… 믿고 이겨낸 것 의미”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치열한 혈투 끝에 상위 라운드에 진출한 ‘페이커’ 이상혁(T1)이 G2 e스포츠전 경험을 토대로 빌리빌리게이밍(BLG)과의 맞대결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T1은 10일 중국 청두 파이낸셜 시티 공연 예술 센터에서 열린 ‘2024 미드시즌인비테이셔널(MSI)’ 브래킷 스테이지 1라운드 G2와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대2로 승리했다. T1은 오는 12일 오후 6시 중국의 BLG와 승자조 2라운드에서 맞붙는다.
T1은 이날 예상과 달리 ‘유럽의 맹주’ G2를 상대로 힘든 승부를 펼쳤다. 1세트를 선취하고도 2·3세트를 내리 내주며 벼랑에 몰렸다. 그러나 뒷심을 발휘해 4·5세트를 승리로 장식했다.
<디지털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이상혁은 “되게 재밌는 시리즈였다”면서 “전반적으로 G2 경기력이 되게 좋았다. 여러모로 전략이 잘 준비된 인상이었다. 저희 팀 입장에선 좋은 경험이었다. 다음 경기 준비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시리즈를 돌아봤다.
그는 “최근 MSI에서 라인 스왑, 1레벨 전략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이 부분에 포커스를 하려 했다. 여러 변수를 가진 조커픽도 생각했다”면서도 “인게임에서 초반 손해를 보기도 했지만 밴픽적으로 예상치 못한 밴픽이 많이 나왔다. 대처가 미흡했던 부분도 있었다”고 짚었다.
이상혁은 3세트 경기 후에야 G2의 경기 패턴을 일부 파훼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대가 어떤 스타일이고 어떻게 준비했는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에 맞춰 잘 준비하려고 했다. 동료들과 이야기도 많이 나눴다”고 전했다.
이상혁은 이날 전반적으로 기복있는 경기력을 보였다. 솔로킬도 이례적으로 두 차례 허용했다. 이상혁 스스로도 “최근 치른 경기 중 2·3세트 경기력이 가장 좋지 않았다”면서 “초반 세트 같은 경우는 경기가 생각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기도 했고, 실수도 많았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평점심을 유지하고 4·5세트에 임한 결과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상혁은 “나도 실수를 할 수 있다. 긴 프로생활을 하다보면 경기력이 안 좋은 시리즈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이 또한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임했다”고 전했다.
실제 이상혁은 ‘아리’를 플레이한 5세트 당시, 잘 성장한 상대 ‘징크스’를 난전 속에서 제압하는 슈퍼 플레이로 경기 분위기를 바꿨다. 자칫 본인이 데스를 기록할 수도 있는 리스크 높은 플레이였지만, 특유의 승부사 다운 면모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이에 대해 이상혁은 “실수를 의식하면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움츠러들게 된다. 최대한 그런 부분에 흔들리지 않으려 한다. 실수하더라도 다음 경기에서 잘할 수 있다는, 나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그런 플레이들이 가능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혁은 G2전 혈투를 통해 스스로도, 팀적으로도 얻은 것이 많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내가 했던 실수들이 어떤 과정에서 비롯됐는지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다. 실수들을 이겨내는 과정이 내게 있어 자신감을 불어 넣어 줄 것”이라며 “예상보다 좋지 않은 경기력이었지만 그럼에도 동료들이 끈끈하게 믿고 이겨냈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혁은 밴픽 등 전략에 대한 팀적 논의도 지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선호하는 ‘트위스티드페이트’에 대해선 “다재다능하다. CC기가 필요할 때 선택하는 픽”이라면서도 “오늘 경기에선 잘 안풀렸는데 이런 부분을 복기해보고 좋은 결론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T1 다음 상대인 BLG는 중국 리그(LPL) 스프링 시즌 우승팀으로,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 후보다. T1은 이들에게 잔뜩 설욕을 벼르고 있다. 작년 MSI 당시 BLG와 맞붙었는데, 4라운드 최종전에서 1대3으로 패하며 결승 문턱에서 좌절했기 때문이다.
이상혁은 “BLG 역시 LPL 우승팀이기 때문에 다음 경기도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팀적인 움직임이 좋은 팀이라 그 부분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팀의 개인 기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컨디션 관리와 기량 유지에 신경 쓸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상혁은 컨디션 관리를 위해 운동과 휴식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호텔 내 수영장에서 종종 수영을 즐긴다는 후문이다. 그는 “꾸준히 운동하고 잘 먹고, 잘 자고 있다.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게 재밌다. 부상 때문에 쉬엄쉬엄 즐기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이상혁은 MSI 우승에 대한 열망도 드러냈다. 이상혁과 T1(당시 SKT T1)은 2017년 MSI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6년간 MSI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
이상혁은 “저희 팀에게도 MSI 우승이 오래 전 일이기 때문에 되게 중요한 대회라고 생각한다. 많은 팬분들이 지켜보는 대회인 만큼 우승하는 모습 보여드린다면 그것 만큼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 계속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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