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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또 안전…‘이중화’에 사활 건 카카오의 첫 데이터센터 가보니

이나연 기자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전경 [ⓒ 카카오]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전경 [ⓒ 카카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서울에서 약 1시간을 달려 도착한 경기도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ERICA) 캠퍼스. 이곳에 카카오의 첫 자체 데이터센터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이 있다.

지난 11일 찾은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은 계단식으로 공유 공간이 조성된 카카오 판교 아지트를 연상케 했다. 데이터센터가 보안상 폐쇄적으로 운영이 되는 것과 달리, 카카오는 안산시 주민과 한양대 학생들에게 일부 공간을 개방하기 위해 운영동과 전산동을 분리한 덕분이다. 데이터센터 입구인 운영동 곳곳에 꾸며진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도 친근한 인상을 더 했다.

올해 1월 가동을 시작한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은 연면적 4만7378 제곱미터의 하이퍼스케일(10만대 이상의 서버를 운영할 수 있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규모로 설계됐다. 4000개의 랙, 총 12만 대의 서버를 보관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6엑사바이트(EB)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24시간 무중단 운영 시스템과 자체적인 화재대응시스템 등이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카카오는 왜 하필 안산시의 대학 안에 데이터센터를 지었을까.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가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좋고, 산학협력 등 기업의 사회적 의무를 다하기 위한 우수한 파트너라는 점이 회사가 밝힌 이유다. 실제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는 카카오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소규모 첨단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해 지역 혁신 성장의 거점 도약을 계획 중이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전산동 3층 서버실 [ⓒ 카카오]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전산동 3층 서버실 [ⓒ 카카오]

◆24시간 무중단 운영 위해 전 시스템 이중화

카카오는 데이터센터 안산이 24시간 무중단 운영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해 더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전력회사로부터의 전기를 공급받는 전력망부터 서버에 전기를 최종적으로 공급하기까지의 전 과정 ▲통신회사에서 서버까지 통신을 제공하는 과정 ▲냉동기부터 서버실까지의 냉수 공급망 등 운영설비를 이중화했다.

데이터와 운영도구 등도 다중화해 일부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이용자가 체감하는 불편을 최소화하고, 복구 시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또 대규모 서버를 차질 없이 운영할 수 있는 무정전 전력망을 갖췄다.

전력 공급 중단에 대비하기 위해 주전력의 100% 용량에 해당하는 전력을 즉시 공급받을 수 있는 예비 전력망을 마련했으며, 두 곳의 변전소 모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비상 발전기를 통해 전력 중단없이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데이터센터 간 연결과 안정성에도 집중했다.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주 데이터센터 외에 물리적으로 이격된 최소 두 곳의 데이터센터에 데이터와 운영 도구의 사본을 만들고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고 있으며, 삼중화까지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각 데이터센터에 충분한 공간과 서버를 확보하고, 데이터센터 간 원활한 연결을 위해 약 10초당 테라비트(Tbps, 최대로 전송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의 대역폭을 확보하기도 했다.

데이터센터 안산 전산동 2층 배터리실 [ⓒ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전산동 2층 배터리실 [ⓒ 카카오]

◆“불 나도 걱정 없게”자체 개발한 화재대응시스템 특허 출원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은 화재나 지진, 홍수, 해일, 태풍 등 각종 자연재해와 재난에도 서비스가 무중단 운영될 수 있도록 강력한 재난 설계를 적용했다. 카카오는 화재 조기 진화를 위한 대응 시스템 마련에 중점을 뒀다. 무정전전원장치(UPS)실과 배터리실을 방화 격벽으로 분리 시공하고 모든 전기 판넬에 온도 감지 센서를 설치해 이상 온도 상승 시 즉각 대응하게 설계했다.

화재 진압이 매우 어려운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에 대비해 화재대응시스템을 자체 개발 및 적용했으며, 해당 시스템은 현재 특허 출원했다. 카카오가 개발한 화재대응시스템은 4단계로 이뤄졌다.

먼저, 배터리에서 화재 발생 시 내부 감시 시스템이 이를 자동으로 감지해 화재의 영향이 있는 배터리의 전원을 차단하고, 방염천 등으로 화재 전이를 막는다. 이후 단계적으로 소화 약제를 분사해 초기 진화를 시도하고, 방수천을 올려 냉각수를 지속 분사해 발화 원천을 차단한다. 그래도 불이 꺼지지 않으면 소방서와 연계해 데이터센터 맞춤형 화재 진압을 하게 된다.

지진 대응을 위해 특등급의 내진 설계도 적용했다. 이는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내진설계 기준에 준하는 수준으로, 리히터 6.5이상 강진을 견딜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그 외 안산시 지역 최대 풍속을 감안해 28m/s의 강풍도 견딜 수 있도록 대비했다.

홍수 피해로부터 데이터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도록 지상1층 바닥을 주변 지표면보다 약 1.8미터가량 높이 설계했고, 서버와 배터리, UPS 등 주요 설비도 모두 지상층에 배치해 침수 가능성에 대비한 것도 특징이다. 평균 해발 고도 10미터 지역에 있고, 시화방조제로부터 직선 거리로 18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어 해일 발생 때도 안정적인 데이터센터 운영이 가능하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전산동 옥탑 냉동기 [ⓒ 카카오]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전산동 옥탑 냉동기 [ⓒ 카카오]

◆친환경에 방점…물 사용량 98%·총 에너지 사용량 30% 절감

카카오는 설계 초기 단계부터 안정성과 더불어 친환경을 최우선으로 고려, 다양한 에너지 절감 기술을 적용하고 전력 효율이 높은 장비를 도입했다. 물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다는 설명이다.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에너지 중 물은 하드웨어의 열을 내리는 역할을 해 전력만큼 많이 사용되는 자원이다.

카카오는 국내 데이터센터 중에서는 드물게 물의 효율적인 사용을 평가하는 ‘물효율지수(WUE)’를 도입해 관리하고 있다. 물효율지수를 높이기 위해 계절의 변화에 맞춰 3가지 모드로 운전하는 고효율 프리쿨링 냉각기 시스템을 적용했고, 빗물과 비상시를 위해 구비하는 보충수는 조경용수, 소방용수 등으로 재사용해 일반적인 데이터센터 대비 상하수도 비용을 약 98%까지 절약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은 고효율장비, LED를 사용해 전기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한 것은 물론, 서버를 냉각하고 발생한 폐열을 난방에 재사용하고, 태양광 패널을 외장재 및 옥상에 설치해 전력을 확보하는 등 전력 사용도 효율적으로 하고 있다. ‘전력효율지수(PUE)’는 1.3 이하로,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가 보고서를 통해 발표한 국내 데이터센터 PUE 평균인 1.91보다 낮은 수치다.

카카오는 이를 통해 총에너지 사용량을 30% 감소시키고, 연간 에너지 비용을 약 31억 원까지 절감할 것으로 기대한다. 연간 30기가와트아워(GWh)의 전력을 절감함으로써 탄소 배출량 역시 15%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1년 동안 생산되는 리튬 배터리 총량(약 15GWh 수준)의 2배에 달하는 전력을 절약하는 셈이다.

한편, 카카오는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에 이어 AI 중심의 신규 데이터센터도 추진한다. 인공지능기술 기반 서비스 운영을 포함 미래 기술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데이터센터로 특화 설계할 계획이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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