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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밸류業 금융④] '관료출신 CEO'의 한계일까… 공교로운 농협‧우리금융 '내부통제‧실적' 부진

권유승 기자
(왼쪽부터)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5명중 3명(양종희, 진옥동, 함영주)은 내부 출신, 2명(이석준, 임종룡)은 관료출신이다. ⓒ각 사
(왼쪽부터)양종희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5명중 3명(양종희, 진옥동, 함영주)은 내부 출신, 2명(이석준, 임종룡)은 관료출신이다. ⓒ각 사

주요 금융지주사를 중심으로 올해 금융권은 '밸류업(Value Up)' 프로그램을 크게 강화하고있다. '주주 환원율'을 높이고 저평가된 시장 가치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숫자(주가)를 높이는 것만으로 밸류업이 완성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후진적 지배구조 뿐만 아니라 '홍콩 ELS사태' 수습과정에서 보여지고 있는 난맥상, 계속되는 배임·횡령 등 내부통제 문제 등 적지않은 과제를 해결해야 진정한 밸류업이 가능하다.

<디지털데일리>는 '2024년 밸류業 금융' 기획 시리즈를 통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각종 문제들을 짚어보고 전문가들의 다양한 해법을 제시한다.<편집자>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최근 우리은행 지점 소속 대리급 직원에 의해 저질러진 100억원대의 횡령 사고는 내부통제 부실의 문제가 금융회사의 대외 평판을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음을 실증한다.

2년전에도 707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가 드러났지만 이후에도 몇 건의 금융사고가 추가로 발생함에 따라, 우리금융측이 그동안 "크게 강화했다"고 강조해왔던 내부통제시스템의 실효성 자체가 무색해진 상황이다.

물론 그렇게라도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해왔기때문에 이번처럼 이상징후를 파악하고, 그나마 피해를 줄였다는 것이 우리은행의 입장이다. 납득되는 말이긴하지만 군색하다.

사고 발생에 대한 다양한 원인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사고가 되풀이되는 근본 원인을 최고경영자(CEO)의 조직 장악력과 리더십에서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CEO의 리더십' 역시 금융회사의 밸류업을 결정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공교롭게도, 현재 국내 5대 금융그룹중 이처럼 심각한 내부통제 문제와 함께 실적 부진이 두드러진 우리금융(회장 임종룡)과 농협금융(회장 이석준)의 두 CEO가 모두 고위 경제관료 출신이다.

사안을 넓혀 내부통제시스템의 기술적인 문제를 넘어 CEO 리더십의 문제, 그리고 그 원인을 제공한 ‘관치 인사’ 논란으로 관점이 옮겨질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관행처럼 되풀이되고 있는 '관치 인사'가 오히려 방만한 '관치경영'으로 흐르지 않았는지에 대한 문제 인식과 함께 이제는 과감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농협금융에서 발생한 내부통제 문제의 경우, 최근 금감원이 정기감사를 앞두고 밝힌 바에 따르면 부동산 브로커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농협은행 A지점 직원이 이들과 공모해 사문서 위조・행사(허위계약서 작성 등) 및 담보가액 부풀리기를 통해 거액의 부당대출을 취급했다.

또 농협은행 B지점 직원은 국내 실정에 어두운 귀화 외국인 고객의 동의없이 펀드 2억원을 무단 해지해 횡령했다. 특히 이 직원은 다른 금융사고로 이미 내부감사시 적발된 직원이었으나 적절히 관리되지 않아 추가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은행
ⓒ우리은행

◆관료출신 금융 CEO 임종룡·이석준 회장, ‘뒷배’ 든든한 리더십 주목받지만

… 내부통제 사고 등 조직기강 문제 빈발로 체면 구겨

‘관출신 CEO’로 쉽게 낙인을 찍지만 그렇다고 금융산업에 있어 두 사람의 전문성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능력과 경력으로만 놓고 따지자면 두 사람 모두 우리나라 금융·경제분야를 대표하는 최고 엘리트로 꼽힌다.

행정고시(24회) 출신인 임종룡 회장은 과거 이명박 정부에선 경제금융 비서관을, 박근혜 정부에선 금융위원장을 역임했었다. 역시 26회 행정고시 출신인 이석준 회장도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고, 윤석열 대통령후보 캠프에선 경제분야 영입 1호로 참여한 바 있다.

그러나 자신들의 화려한 커리어가 무색하게 중요한 분야에서 성과를 증명해내지 못하고 있다. 임기 2년차를 지나고 있는 현재까지는 그렇다.

특히 우리금융과 농협금융 두 회사 모두 심각한 내부통제의 문제, 그리고 외적으론 경영 실적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앞서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과 동시에 2년 이상 임기만료 CEO들을 전원 교체하는 등 두 차례에 걸친 조직개편을 통해 과감한 조직 혁신에 나섰고, 내부통제시스템 강화에 역량을 집중했지만 이번 ‘100억원 횡령’사고에서 보듯 정작 지점 대리급 직원의 일탈을 막는데까지는 한계를 드러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위 관료 출신의 외부 인사가 CEO로 내려오지만 어차피 보장된 임기를 채우면 나갈 사람이란 인식이 크다 보니 겉으로 나타나는 것 보다는 조직내 긴장감이 그렇게 크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료출신 CEO들과 비교해 금융그룹 내부에서 성장하면서 잔뼈가 굵은 내부출신 CEO들과의 성과지표 비교도 어쩔 수 없이 뒤따른다.

5대 금융지주사중 현재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은 모두 그룹 내부 출신 인사들이 CEO를 맡고 있으며, 이들 3명은 모두 그룹내 주력 자회사인 은행에서 성장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지금까지 나타난 지표로만 놓고 본다면 굳이 '낙하산 논란'까지 일으키며 외부에서 인사를 영입할 근거는 점점 더 빈약해지고 있는 셈이다.

ⓒ농협은행→
ⓒ농협은행→

◆우리‧농협금융, 경영실적도 부진

… ‘내부 출신 CEO’가 맡고 있는 KB‧신한‧하나금융 등과 대조

최근 몇 년간 농협금융과 우리금융은 5대 금융지주사 중 실적 경쟁에서 거의 하위권에 처져있다. 물론 이제 불과 2년차에 접어든 CEO에게 실적 부진의 책임을 오롯이 뒤집어 씌우는 것은 무리다.

회장 취임 이전부터 우리금융은 고질적인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문제에 노출돼 있었고, 농협금융은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농업지원사업비' 문제등 농협중앙회를 정점으로하는 지배구조의 문제로 고통을 겪어왔다.

특히 농협금융의 경우, 지난해는 4927억원의 농업지원사업비(명칭사용료)를 농협중앙회에 지불했는데, 이처럼 매년 적지않은 규모의 농업지원사업비때문에 타 금융지주사들과의 순이익 경쟁에서 크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두 CEO가 각각 당면하고 있는 고질적인 현안 해결에 있어 어느정도 성과를 보였는지는 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포스증권 인수를 선언하면서 우리종금과의 합병을 통해 10대 대형 증권사로 키우겠다는 전략을 제시했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협금융은 농협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선, 이석준 회장의 권한밖의 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황에 따라선 '농협법' 개정까지도 고려해야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편 올해 1분기 실적 결과, 당기순이익 증감폭을 비교해보면 신한금융이 리딩금융의 자리로 올라섰다. 신한금융의 올 1분기 순익은 1조321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8% 감소하는 데 그쳤다. 5대 금융지주 중 가장 낮은 감소폭이다.

하나금융은 올 1분기 순익 1조34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도 9.8% 감소한 8245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그런데 우리금융의 경우, 우리은행이 홍콩H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충격에서 다른 은행들과 비교해 자유로웠는데도 불구하고 실적이 여전히 부진했다는 점에서 시장을 실망시켰다.

작년 실적에선 5대 금융지주 중 최고실적을 기록했던 KB금융은 ‘홍콩 ELS’ 충당부채(8620억원)를 올 1분기에 대폭 반영한 결과, 순이익 1조49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0.5% 감소했다. 농협금융도 같은 이슈로 무려 31.2% 급감한 6512억원의 순익을 시현하는 데 그쳤다.

만약 ‘홍콩H ELS’사태에 따른 충당부채 변수를 제외할 경우, 단순 순익 증감폭만 보면 공교롭게도 관치 논란이 있는 농협금융과 우리금융의 실적이 가장 저조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의 실적이 무조건 수장의 책임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수 있는 부분은 실적이기 때문에 향후 연임 결정시에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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