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솔루션

[취재수첩] 데이터센터 규제, 산업육성 함께 고려해야

권하영 기자

[Ⓒ 픽사베이]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해외에서 연일 빅테크 투자 유치 소식이 들린다. 바로 데이터센터 투자다. 일본과 싱가포르, 홍콩, 최근 말레이시아까지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에 이르는 투자를 받아냈다.

이들 빅테크는 그야말로 인공지능(AI) 전쟁을 치르는 중이고, AI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가 총알이라면 데이터센터는 총기 그 자체다. AI 혁명의 필수재가 된 데이터센터에 대한 일종의 군비 경쟁이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 대한 데이터센터 투자는 경색된 분위기다. 데이터센터 유치에 적극적인 다른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정부 규제가 강하고 반대로 지원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자파가 무섭다는 이유로 내가 사는 곳에는 데이터센터가 들어서지 않길 원하는 지역 님비 문제도 있다.

이해가 안가는 바는 아니다. 정부 입장에선 아무래도 데이터센터가 전기 먹는 하마라고 하니 수도권에 전력이 집중되는 것도 막아야 하고, 그 김에 지방으로 분산시켜 지역 활성화도 시켜야 한다. 게다가 과거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같은 대국민 서비스가 멈춘 일도 있으니, 안정성 규제도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그 전에 생각해봐야 할 게 있다. 데이터센터도 ‘산업’이다. 꼭 빅테크 투자 유치만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데이터센터 구축·운영 사업자는 물론 AI와 클라우드로 서비스를 하는 국내 모든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필요로 한다.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중심으로 전문인력 양성과 스타트업 지원 등 생태계 활성화는 덤이다.

그렇다면 규제를 할 땐 하더라도, 산업 진흥을 함께 고려한 규제를 해야 한다. 적어도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방향으로 가선 안 된다. 이미 국내 데이터센터 업계는 복잡한 인허가 문제는 둘째치고, 신기술을 다루는 데이터센터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경직적이고 일괄적인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도 종류와 목적이 제각각이다. 카카오 같은 대국민 서비스를 위한 데이터센터도 있고, 기업간거래(B2B)용 데이터센터도 있다. 특별히 클라우드 서비스만을 위한 데이터센터나 AI 특화 데이터센터도 있다. 각각의 중요도와 문제 발생시 영향력이 다른데, 똑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면 산업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저해하게 된다.

데이터센터의 지역 분산 정책도 그렇다. 수도권에 데이터센터가 몰리는 이유는 고객 수요가 그곳에 있어서다. IT 인프라와 인력이 다 수도권에 몰렸는데, 데이터센터만 덜렁 지방에 둘 수 없다. 그러려면 막대한 사업비를 상쇄하는 인센티브가 있거나 보다 근본적으로 열악한 지방의 인프라와 정주 여건이 개선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지역 분산 정책은 규제 일변도다. 올해 시행된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으로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의 의무가 된 전력계통영향평가를 예로 들어보자. 이 평가는 60%의 기술 항목과 40%의 비기술 항목을 뒀고, 비기술 항목으로는 ‘지역사회 수용성’ ‘지방재정기여도’ ‘지역낙후도’ ‘직접고용효과’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 시험에서 합격 커트라인은 70점이니, 낙제하지 않으려면 비기술 항목에서 점수를 꼭 따야 한다. 이 말인 즉 데이터센터 사업자는 최대한 낙후된 지역으로 가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달래면서,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지역 고용도 이끌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당근 없는 채찍으로 울며 겨자 먹기 신세가 되는 셈이다.

상기했듯, 데이터센터도 하나의 산업이다. 전력 문제나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AI 시대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산업을 다루는 일인 만큼 사전규제보다는 사후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 규제보다는 산업 발전을 염두에 둔 유연한 정책을 기대한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