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법 여전한 우려…전문가들 “규제 아닌 상생과 지원에 초점 맞춰야”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전 세계가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디지털 패권 장악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플랫폼은 소비자의 생활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군과 촘촘히 연관돼 국가 경제를 이끌고, 나아가 국제 정세를 변화시키는 한 축이 되고 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뿐만 아니라 국회 및 일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사전 규제 성격을 녹인 국내 플랫폼 정책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더 나은 경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지이지만, 그를 플랫폼 규제로 이뤄내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산업계와 학계에서는 플랫폼 규제 관련 법안들의 입법 논의 자체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높다. 플랫폼이 중소상공인을 돕고 혁신 활동 주체로 앞장서는 역할을 맡고 있음에도 이를 사전에 꺾으려고 하는 움직임 때문이다. 플랫폼 기업들은 플랫폼과 소비자, 플랫폼과 입점업체 사이의 관계를 정부와 일부 국회 등이 단편적으로 보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플랫폼 산업 생태계, 어떤 모습인지 명확하게 살펴보고 갈 필요 있어”=4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에서 ‘신 보호주의 속 플랫폼법으로 사라지는 것들’ 주제로 제89회 굿인터넷클럽(이하 굿인터넷클럽)이 개최된 가운데, 신순교 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 국장은 “플랫폼은 특히 중소상공인들에게 새로운 판매 경로를 열어주고 있으며, 입점사들은 이로 인해 수많은 이로움을 느끼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신 국장에 따르면 플랫폼은 중소상공인에게 기존 오프라인 영업 방식과는 다른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고,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오프라인에서의 영업이나 자체몰을 구축하는 비용, 인건비 등은 중소상공인 입장에서 큰 부담이 되지만 플랫폼에 입점한다면 비용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존재한다.
중소상공인들은 플랫폼에 입점한 뒤, 그곳들이 가진 인프라를 이용해 생계 활동이나 경제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기에 신 국장은 플랫폼이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으로, 플랫폼이 지속적이면서도 안정적인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신 국장은 “(플랫폼들이) 신규 사업자에게 수수료 혜택을 준다거나 입점에 대한 교육 등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입점사들이) 안정적이라고 체감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따라서 앞으로도 플랫폼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류푸름 국민대 플랫폼SME연구센터 실장도 신 국장의 의견에 공감했다. 류 실장은 “해외에서 유명한 사업자인 미니박스는 국내에서 자사몰 구축도 하지만 네이버브랜드스토어를 통해 도메인이나 호스팅 서버를 부담하지 않으면서 본인들의 아이덴티티를 뽐낼 수 있는 쪽으로 전개를 펼치고 있다”며 중소상공인들이 플랫폼 도움을 받은 실사례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민형 벤처기업협회 정책팀장 역시 창의적인 기업이 선정할 수 있는 비즈니스 수단은 플랫폼이 돼가고 있으며, 이로 인한 경제적인 가치가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새로운 앱들이 신규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것처럼, 벤처 기업들이 성장을 하는 한편 벤처 생태계가 더욱 활성화되는 중요한 역할을 플랫폼이 맡고 있다는 의미다.
◆“이해 당사자인 업계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플랫폼 규제’”…성급하단 지적도=하지만 이러한 배경에도 불구하고 공정위와 국회를 중심으로 플랫폼 규제 필요성의 목소리가 최근 들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앞서, 지난해 말 공정위는 ‘플랫폼 공정거래 촉진법’(가칭, 플랫폼법)을 추진했다.
해당 법안은 디지털플랫폼 영향력이 큰 사업자를 시장지배적사업자(게이트키퍼)로 사전 지정하고, 최혜대우와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경쟁사 거래 방해행위) 등을 금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다만 글로벌 기업과의 역차별 해소방안 부족, 과잉규제 가능성 등 업계 및 학계 반대에 부딪혀 올해 2월부터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날 굿인터넷클럽 패널로 나선 백지영 디지털데일리 디지털플랫폼부장은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같은 C커머스(차이나+이커머스) 위협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플랫폼 업계는 점점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설 때 처음부터 플랫폼 자율규제를 강조를 많이 했었는데, 사실상 이런 법안이 발의된다면 기존 국정 기조와는 많이 상반되는 모습”이라며 “플랫폼 업계에서는 어쨌든 이런 법을 (정부 및 국회에서) 추진하게 되더라도, 제대로 된 이해당사자 간의 어떠한 의견 교환 및 수렴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플랫폼 규제 법들이) 너무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22대 국회에 들어서면서부터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다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론 차원에서 플랫폼 규제 법안을 주도할 것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21대 국회 때 이미 20여개의 관련 법안이 발의가 됐지만, 폐기가 됐었다. 다만 22대 국회에서도 이 기조를 이어 입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다.
플랫폼법 도입 재추진 분위기 관측에 굿인터넷클럽 패널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특히 벤처 기업들의 혁신 활동 위축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민형 정책팀장은 “플랫폼법 도입은 가뜩이나 어려운 벤처 투자 시장에서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실제로 벤처 캐피탈 업계에서도 플랫폼법 도입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계속 말씀을 전하고 있는데, 이 업계에서는 플랫폼법이 도입이 되면 관련 스타트업들의 기업 가치가 굉장히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가치가 떨어지게 되면 이에 대한 투자 여력은 떨어지게 되고, 벤처캐피탈은 당연히 투자를 하지 않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며 “이렇게 된다면 기업들은 기술 개발이나 해외 시장 진출에 대한 동력이 크게 상실될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결국 창업이 성공하려면 자본은 당연히 투입돼야 되고 그 자본은 벤처 투자를 통해서 활성화가 돼야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신 국장 역시 “단순히 규제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 그리고 이용자 및 중소상공인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원 정책과 제도를 구축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글로벌 경제력을 갖추고 있는 토종 온라인 플랫폼을 육성해 수백만의 중소상공인들의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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