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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BC-OK금융, '같은 듯 다른' 럭비 사랑

권유승 기자
지난 6월22일 ‘2024 아시아럭비 챔피언십’ 마지막 경기가 펼쳐진 홍콩 풋볼 클럽 경기장에서 대한민국 럭비 국가대표팀 주장인 이진규 선수(왼쪽)와 홍콩 국가대표팀 주장인 조슈아 허스티치(Joshua hrstich)가 양팀의 경기에 앞서 우승 트로피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아시아 럭비 연맹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 6월22일 ‘2024 아시아럭비 챔피언십’ 마지막 경기가 펼쳐진 홍콩 풋볼 클럽 경기장에서 대한민국 럭비 국가대표팀 주장인 이진규 선수(왼쪽)와 홍콩 국가대표팀 주장인 조슈아 허스티치(Joshua hrstich)가 양팀의 경기에 앞서 우승 트로피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아시아 럭비 연맹 페이스북 갈무리

-럭비 종주국 ‘영국’ 본사 둔 HSBC…인종·성별 차별 없는 ‘포용성’ 가치 전파 위해 럭비 후원 마케팅 전개

-럭비 볼모지 ‘한국’의 OK금융그룹… 비인지스포츠에서 인지스포츠로의 도약 지원코자 후원 사업 다각도로 펼쳐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지난 달 22일 홍콩에서 열린 ‘2024 아시아 럭비 챔피언십’ 3차전에서 대한민국과 홍콩간의 경기가 펼쳐졌다. 경기장은 관중들의 응원 함성으로 가득 찬 가운데 치열한 공방전과 함께 팬들의 눈길을 끈 건 두 국가대표팀 유니폼에 새겨진 후원사 로고였다. 접전을 펼치는 양팀 선수들의 유니폼에는 ‘HSBC(홍콩)’와 ‘OK금융그룹(한국)’의 로고가 각각 새겨져 있어 마치 금융그룹간 대결로도 비춰지며 럭비인들의 이목이 집중된 것이다.

럭비에 진심인 두 금융그룹의 행보를 면면이 살펴보면, 적극적인 후원 속 추구하는 방향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HSBC가 성별이나 인종에 따라 차별 받지 않는 ‘포용성’의 가치를 알리는 스포츠로서 세계 곳곳에서 럭비 후원에 주력한다면, OK금융그룹은 ‘럭비 볼모지’라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비인지스포츠로 취급 받는 럭비를 인지스포츠로 도약시킬 기반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후원 사업을 전개 중이다.

HSBC(홍콩상하이은행)는 영국에 본사를 두고 홍콩, 중국 상하이,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성장한 유럽 최대의 금융그룹으로, 서울 중구에 자리한 HSBC한국법인 본사는 사거리를 하나 두고 OK금융그룹 본사와 마주보고 있다.

HSBC는 1865년 홍콩에서 설립돼 1991년 본사를 럭비 종주국인 영국으로 옮긴 이후, 럭비 관련 스포츠 후원 및 마케팅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왔다. 특히 지난 2010년부터 15년째 남자 7인제 럭비 국가대항전 최상위 대회인 ‘SVNS(옛 월드 럭비 세븐스 시리즈, World Rugby Sevens Series)’를 후원 중이다. 2014년부터는 SVNS의 타이틀 스폰서로 나서 대회 공식 명칭에 HSBC(HSBC SVNS)가 들어갈 만큼 7인제 럭비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HSBC는 포용성의 가치를 전파하고자 여자 럭비의 저변 확대에도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201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여자 럭비 월드컵 세븐스를 후원하고, 여자 7인제 럭비의 정점에 있는 ‘HSBC 우먼스 SVNS(HSBC Woman’s SVNS)’의 지역단위 대회 수와 총 경기 수를 남자 선수들이 뛰는 HSBC SVNS와 동일한 규모로 확대했다. 이는 남녀 럭비간 인프라 격차를 줄이고 여자 선수들이 전문 선수로서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HSBC의 복안이다.

지난 6월22일 홍콩 풋볼 클럽 경기장에서 진행된 ‘2024 아시아럭비 챔피언십’ 대한민국과 홍콩과의 경기 모습. ⓒ아시아 럭비 연맹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 6월22일 홍콩 풋볼 클럽 경기장에서 진행된 ‘2024 아시아럭비 챔피언십’ 대한민국과 홍콩과의 경기 모습. ⓒ아시아 럭비 연맹 페이스북 갈무리

OK금융그룹도 럭비를 향한 애정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국내 금융그룹이다. 최윤 OK금융그룹 회장부터가 학창시절 7년간 럭비 선수로 활약하고, 현재는 제24대 대한럭비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뼛속까지’ 럭비인으로 통한다. 최윤 회장은 럭비를 통해 배운 원팀(One-Team) 정신과 협동·인내·희생의 3대 럭비 정신을 그룹의 경영철학으로 삼을 만큼, 럭비에 진심인 인물로 유명하다.

최윤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서 OK금융그룹은 2016년부터 국내 유일의 ‘럭비선수 특채’를 8년째 운영 중이며, 지난해에는 국내 금융사 최초의 럭비 실업구단인 ‘OK 읏맨 럭비단’을 창단했다. 이 같은 행보는 열악한 국내 럭비 환경 속에서 진로 선택의 기로에 선 선수들에게 새 활로를 열어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OK 읏맨 럭비단은 창단 때부터 남다른 구단 운영 모토로 럭비계의 주목을 받았다. OK금융그룹은 선수들이 직장인으로서 본연의 과업을 수행하면서도 일과 후나 주말 등의 시간을 활용해 럭비선수로서 활약하는 일하는 럭비선수’를 모토로 럭비단을 운영 중이다. 이는 젊은 선수들이 생계 걱정 없이 운동에 전념하며 선수로서 꿈을 펼쳐나가고, 직장인과 럭비선수로서 쌓은 경험을 양분 삼아 사회구성원으로서도 당당히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는 최윤 회장의 의지가 뒷받침된 결과다.

또한 럭비 꿈나무 육성과 교내 럭비 교육 활성화를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중·고등학교 럭비부가 훈련 및 지도 여건을 개선할 수 있도록 ‘OK!중·고 럭비 장학금’ 지원에 나섰으며, 지난 2022년부터 ‘OK금융그룹배 럭비 고교동창 노사이드 채리티 매치’를 개최해 유망주 육성을 위한 장학금 조성해왔다. 더불어 ‘운동하는 엘리트 학생’ 육성을 목표로, 대한럭비협회의 고교 럭비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 중인 자사고, 국제학교들간 정기 교류전인 ‘코리아 럭비 아이비 리그’를 지원해 엘리트 학생들도 정기적인 대회 출전으로 럭비에 대한 관심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체육계 관계자는 “두 금융사가 스포츠를 후원하는 이유는 각기 다를 수 있지만, HSBC와 OK금융그룹 모두 럭비 저변 확대에 진심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양한 기업들이 럭비와 같이 인기 스포츠로 나아갈 잠재력은 있으나 아직은 대중으로부터 관심 받지 못하는 종목을 찾아 저변 확대를 지원하고, 이 과정에서 기업의 가치와 이미지를 전하는 브랜딩 스토리를 써내려간다면 마케팅 측면에서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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