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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계속되는데…"OTT 방발기금 부과 논의는 시기상조"

백지영 기자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최근 국회에서 제기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방송발전 기금(이하 방발기금) 부과 논의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인·허가권을 통해 진입한 레거시 방송 미디어사업자들도 기금 감경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적자구조인 OTT의 기금 부과가 논의될 경우 국내 미디어·콘텐츠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1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2대 국회에 바라는 OTT 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과제'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현재 티빙, 웨이브 등 국내 OTT 사업자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흑자 전환 전에는 기금 납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흑자로 전환한다고 하더라도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사업자는 기금을 납부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국내 사업자 역차별이 예상된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앞서 지난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소속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OTT 사업자에 방발기금을 징수하는 내용의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까지 방발기금은 배타적 사업권을 부여받은 레거시 미디어에만 적용돼 왔으나, 이번 개정안은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티빙 등 국내외 OTT 사업자에게도 매출액의 1% 이내로 방발기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OTT 등 새로운 미디어 사업자들의 영향력의 커진 만큼 이들 역시 그에 맞는 책임과 역할을 다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이미 유럽과 캐나다 등에선 OTT에 방발기금 분담을 의무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OTT 업계에선 높은 콘텐츠 수급비용과 이용자 선택권 확대 등으로 적자폭이 계속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발기금은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내 1위 OTT 사업자인 티빙의 경우, 2022년 1192억원, 2023년 142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고 있고, 웨이브 역시 같은 기간 각각 1217억원, 80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방발기금이 부과될 경우, 결국 부담은 토종 OTT만 지게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넷플릭스 지난해 매출액은 8233억원으로 티빙(3264억원)과 웨이브(2479억원), 왓챠(430억원) 등 다른 국내 사업자들의 OTT 매출액을 합친 것보다 높으나, 과거 선례를 봤을때 국내 법망을 빠져나가 결국 국내 사업자에 역차별이 발생할 우려가 클 것으로 내다봤다.

노 소장은 "유럽의 경우, 미디어 시장에서 해외 콘텐츠의 장악이 심화되고 있어 방발기금을 걷는 것이 국익차원에서 도움이 되기 때문인데, 국내의 경우 국내 사업자 피해를 볼 것이 자명해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지금처럼 기금 미부과 원칙 적용을 통해 OTT 사업자들이 투자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OTT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역설했다.

무엇보다 국내 OTT 사업자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이 제작 투자에 소요되는 비용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 OTT 펀드 마련 등 투자 재원을 지원하고, 요금 부담 완화를 위해 이용자 요금을 지원하는 복지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OTT 서비스의 이용자 특성과 시장 경쟁 환경을 감안해 유튜브도 OTT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소장은 "유튜브의 콘텐츠 수급 방식이 타 유료 구독형 OTT와는 다르지만, 실 사용자 입장에서 유사하게 이용되며 디지털 동영상 광고 시장에서 경쟁관계가 성립된다"며 "타 OTT와 동일 시장으로 획정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OTT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 현상과 보편적 시청권 개념에 대한 오해도 있다고 피력했다.

노 소장은 "넷플릭스, 아마존, 디즈니 플러스와 같은 해외 주요 OTT 사업자들은 2019년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요금을 인상하고 있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글로벌 트렌드"라면서 "오히려 국내 OTT 사업자들은 요금 정책 다양화 관점에서 이용자 기호를 고려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소비자들이 요금제 다양화로 이용자 취향에 따라 저렴한 광고 요금제부터 고가의 품질 높은 서비스까지 다양하게 선택하고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OTT 산업 발전에 더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업자들이 고객 맞춤형 편의 증대를 위한 자유로운 서비스를 구성할 수 있도록 정부가 요금 등에 대한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보편적 시청권 제도에 대해 "국내에선 올림픽, 월드컵과 같이 국가적 정체성과 관련된 스포츠 이벤트에 국한해 방송수단을 확보하는 개념으로 보편적 시청권 제도를 운영 중"이라며 "KBO와 같은 일반 스포츠와 인터넷 기반 중계는 방송이 아니므로 보편적 시청권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오히려 스포츠 중계권이 세분화돼 있어 지상파, 온라인 등 해외 모든 미디어 매체 유통 통로를 통해 시청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시청자 기호에 맞춘 접근성 향상에 주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보단 소외계층의 미디어 이용 부담을 국가가 어떻게 줄여줄 것이냐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어진 종합토론에선 방발기금과 같이 레거시 미디어 규제를 OTT에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교수는 "레거시 미디어와 OTT의 서비스 성격과 사회적 영향력을 동일한 개념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며 "공정한 거래 여부는 사후 판단이 원칙이며, 시장 실패보다 규제 실패가 시장에 더 큰 해악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또, 정부의 직접적 지원은 규제도 정당화할 수 있다"며 "시장 자율에 맡겨놓고 업계가 스스로 성장하도록 불합리한 나쁜 규제를 하지 않는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변상규 호서대 교수는 "미디어 기업 규모 확대가 더 큰 경제효과를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OTT 사업자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1위 사업자인 넷플릭스와의 격차가 감소해 시장 경쟁이 촉진돼 가격 인상의 유인이 없다는 설명이다.

OTT 스트림플레이션에 대한 관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성민 한국방통대 교수는 "OTT와 관련한 법제 개편과 규제 논의는 그동안 기존 미디어 산업이 건강성을 전제로 진행된 측면이 있다"며 "오랜기간 저가 시장으로 머물러 있던 국내 미디어 시장의 여러 한계들을 고려할 때, 지금이 미디어·콘텐츠 산업의 정상적인 성장의 기반을 고민하고 시장과 정책 역할을 적절히 나눠보는 접근이 필요한 적기"라고 말했다.

이어 방발기금과 관련해선, "기금 논의는 현재 시점에서 보면 너무 게으른 논의"라며 "산업에 쓸 수 있는 자율성과 정당성이 기금이 갖고 있는 가치인데, 이와 관련해선 보다 세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지영 기자
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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