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FAST' K-콘텐츠 활로로 부상…문체부도 연구반 가동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새로운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는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지원에 나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역시 내년 글로벌 FAST 채널 구축에 나설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업계는 연이은 정부 부처의 관심에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밥그릇 싸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체부는 최근 방송영상콘텐츠 플랫폼 환경 변화에 따른 지원방안 마련을 위해 산·학·연 관계자로 구성된 연구반을 발족했다.
이번 연구반은 새로운 글로벌 유통채널 확보 차원에서 FAST의 활용 가능성을 분석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내외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제작비 등 투자 대비 저조한 수익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콘텐츠 수요와 공급 간 불균형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OTT 등 플랫폼에 콘텐츠를 편성하기 위한 제작사 간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매해 제작되는 콘텐츠 수는 계속 늘고 있는 반면, 플랫폼이 편성하는 콘텐츠 수는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 규모 제작사 경우 이미 콘텐츠를 제작해도 편성할 플랫폼이 없어 표류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FAST는 새로운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FAST는 ‘Free Ad-supported Streaming TV’의 앞자리를 딴 단어다. 즉, 광고를 보면 무료로 볼 수 있는 ‘광고형 VOD(AVOD)’를 스트리밍하는 서비스로, AVOD 콘텐츠를 하나의 TV채널 형태로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로쿠의 ‘더 로쿠 채널’, 파라마운트의 ‘플루토TV’, 컴캐스트의 ‘쥬모’ 등이 대표적인 글로벌 FAST 플랫폼이다.
국내에서 FAST의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FAST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아직까진 유료방송 요금이 비싼 해외 시장에서 수요가 높다. 북미시장에선 지난해 기존 선형 TV 시청률은 50% 미만으로 감소했는데, FAST 부상에 따라 이른바 ‘코드커팅’ 현상이 가속화된 것이 그 이유로 지목됐다.
업계는 규모의 경제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국내 디지털미디어기업들이 생존하기 어려울 것임을 지적하면서, FAST를 통한 해외 진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운영체제(OS) 점유율이 높다는 점에서, 국내 디지털미디어기업들이 보다 손쉽게 해외진출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제조사는 보고 있다.
관건은 킬러콘텐츠의 확보다. 제조사와 달리, CP(콘텐츠사업자)는 FAST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유통에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아직 FAST 시장에서 제조사의 가시적인 성과는 입증된 바 없는 상황이다.
자막 제작 등 수백억원에 달하는 글로벌 유통 비용과, 망사용료 분담 문제도 해결돼야 할 과제다.
국내외에선 CP와 ISP(인터넷제공사업자)가 망사용료 지급 문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대용량 콘텐츠의 유통으로 CP가 ISP의 망에 방대한 양의 트래픽을 유발하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은 “FAST도 결국 OTT와 같은 플랫폼”이라며 “장기적으로 (FAST로 인해) 트래픽이 급증하는 경우, 이에 따른 망사용료를 CP와 제조사가 어떻게 분담할지도 향후 과제”라고 밝혔다.
지난 5일 진행된 첫 회의에선 국내외 FAST 산업의 현황을 살피고, 향후 국내 FAST 산업 시나리오 분석 틀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일각에선 부처 간 밥그릇 싸움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문체부 뿐 아니라, 과기정통부도 내년 글로벌 FAST 채널을 구축하기 위한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신청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앞서 과기정통부와 문체부, 방통위 등 세 부처가 서로 OTT 컨트롤타워를 자처하면서 정책 마련에 혼선을 빚은 바 있다. 각 부처는 새로운 시장 질서와 진흥책이 필요하다는 명분을 앞세워 모두 소관법령에 OTT를 포함시키는 내용의 법 제·개정을 추진해 왔다. 문제는 OTT 사업자를 바라보는 각 부처의 시각이 달랐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플랫폼 활성화 측면에서 다양한 부처가 지원한다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최근의 미디어 시장은 단편적이지 않기 때문에 특정 부처만 (지원)해야 한다는 것은 어폐가 있다”라면서도 “부처들이 경쟁적으로 나서 실적으로만 사업을 운영하려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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