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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대어’ KT 낚은 MS, AWS가 장악한 韓시장서 반격 나서나

권하영 기자
MS 빌드 2024 무대에 선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 마이크로소프트]
MS 빌드 2024 무대에 선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 마이크로소프트]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국내 3대 통신사 중 하나인 KT에 자사 클라우드 ‘애저’ 서비스를 대규모 공급하기로 했다. 글로벌 최대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CSP)인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장악하다시피 한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에서 만년 2등 MS가 반격에 나서는 기회가 될지 주목된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MS는 최근 KT에 5년간 자사 클라우드 ‘애저’ 서비스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1억2000만달러(한화로 약 1658억원)다. 이는 KT 내부시스템 일부와 외부 고객에 공급하는 용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KT는 우선 MS 애저의 가상데스크톱인프라(VDI)인 ‘애저 버추얼 데스크톱(AVD)’을 도입해 자체 시스템 전환에 나설 전망이다. 이 외에도 ‘애저 MCFS(금융 클라우드)’, ‘애저 데이터 브릭스(분석 플랫폼)’, 애저 오픈AI(생성형AI 서비스), ‘애저 센티넬(보안 서비스)’ 등 MS 애저 제품을 전방위적으로 이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양사는 지난달 3일(현지시간) 미국 MS 본사에서 ‘한국형 인공지능(AI) 및 클라우드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포함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바 있다. 이번 클라우드 공급 계약은 이러한 협력관계를 본격화하는 첫 단추인 셈이다.

MS는 AWS에 이어 글로벌 2위 CSP지만, 최근 생성형AI 선도 기업 오픈AI에 선제 투자한 것을 기점으로 전세계 AI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힘입어 AWS가 차지해 있는 클라우드 왕좌도 호시탐탐 노리는 분위기다.

이런 구도는 국내 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2년 말 발표한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AWS가 70% 내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2위 MS 애저는 약 12% 점유율로 아직은 AWS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번 빅딜을 통해 MS는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클라우드 인프라 운용 규모가 가장 큰 삼성전자가 AWS에 매년 5000억~6000억원의 클라우드 사용료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감안하면 단일 계약으로 1600억원 이상 규모면 빅딜”이라며 “MS 입장에선 국내 단일 계약으로 최대 규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섭 KT 대표(왼쪽)와 사티아 나델라 MS CEO 겸 이사회 의장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KT]
김영섭 KT 대표(왼쪽)와 사티아 나델라 MS CEO 겸 이사회 의장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KT]

특히 KT가 국내 공공과 금융 시장 등에 클라우드 서비스와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제공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MS로선 든든한 우군을 확보한 셈이다. MS가 KT와의 협력을 레버리지 삼아 공공과 금융 등 규제가 강한 시장에서도 훨씬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지난달 업무협약 당시 양사는 AI 및 클라우드 연구개발 외에도 MS의 기술을 활용해 국내 공공과 금융 분야 고객을 대상으로 AI 및 클라우드 주권을 확보하는 ‘소버린 AI’와 ‘소버린 클라우드’를 개발해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었다.

이 때문에 MS 입장에선 KT를 통해 자사 기술이 적용된 소버린 AI 및 소버린 클라우드로 한국 공공 시장에 우회적으로 진입할 기회라는 해석도 나왔다. 클라우드의 경우 국내 공공 시장에 공급하려면 클라우드보안인증(CSAP) 등을 필수로 획득해야 하는데, 이게 해외에 서버가 있는 외산 CSP에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왔기 때문이다. AI 역시 언제든 국회에서 관련 규제가 만들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KT 입장에서는 오픈AI를 품고 있는 MS와의 협력이 기업 비즈니스(B2B) 등 결합 상품 판매 확대에도 용이해졌다는 평가다. 장기적으로는 KT 내부 시스템을 MS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당장 KT가 구매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스크톱 가상화 서비스(AVD)는 내부 시스템에 우선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미국이나 중국에는 미치지 못해도 디지털 전환 수요가 상당히 큰 시장이라 그동안 MS가 국내 시장에서 영업 활동을 굉장히 활발하게 해왔는데 그 성과를 거둔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AWS 대형 고객들이 워낙 굳건하게 있어 아직은 판을 흔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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