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한 지붕 두 가족'된 SK이노-SK E&S, 재무 안정성·시너지에 초점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수평적 결합을 추진한다. 합병을 통해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확대 등 재무적 성과는 높이되, 서로 간 역량·조직 체제를 훼손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양사 간 공동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급변하는 에너지 시장에 대응하겠다는 전략도 제시했다.
◆"2030년 EBITDA 20조 목표…에너지 종합회사 도약"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SK E&S 합병' 기자간담회에서 "미래 에너지 사업의 성장기반을 만들고, 과감한 구조적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SK E&S와의 합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이번 합병은 향후 5~10년을 내다보고 추진했고, 양사의 역량을 결합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합병 배경을 밝혔다.
아울러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큰 변화를 겪고 있고, 전기차 캐즘과 전력수요 급증 등 상황에서 에너지 기업들은 넷제로나 토털 솔루션을 요구받고 있다"면서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을 감안할 때 두 회사의 통합이 주주가치 증대와 에너지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합병 회사는 석유/화학, LNG, 전력, 배터리, 에너지 솔루션, 신재생에너지에 이르는 핵심 에너지 사업들을 기반으로 현재와 미래의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을 선도할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갖고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장기 전략을 통해 2030년 EBITDA 20조원 규모 종합에너지 회사로 도약할 것"이라며 "회사 기업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동시에 주주환원을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양사간 합병 시너지 창출 효과가 연간 2조2000억원에 달하고 재무 및 수익구조도 한층 안정화될 것"이라며 "양사가 보유한 사업 포트폴리오 경쟁력 강화를 통해 아태 지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 일류 에너지 회사로 성장하기 위한 도전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지난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양사 간 합병 안건을 의결했다. 이번 합병은 SK그룹이 올해 초부터 본원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추진해온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Rebalancing) 방안 중 하나다. 합병안이 다음달 27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승인되면 합병법인은 오는 11월 1일 공식 출범하게 된다.
양사의 합병비율은 1대 1.1917417로 SK이노베이션과 SK E&S 각각 기업가치를 근거로 산출됐다. 합병비율에 따라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이 합병신주를 발행해 SK E&S 주주인 SK㈜에 4976만9267주를 교부한다. SK이노베이션 신주는 11월20일 상장될 예정으로, 합병 후 SK이노베이션 최대주주인 SK㈜ 지분율은 36.22%에서 55.9%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SK E&S 독립성 유지…"조직 시너지·안정화에 방점"
박 사장은 양사 간 합병에 따라 창출될 시너지를 강조하면서도 각자 사업의 독립성은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SK E&S) 분할상장은 전혀 계획에 없다. 또 법적으로는 흡수합병이지만 SK E&S가 가지고 있는 결집력, 역량이 훼손되면 안된다고 보고 있다"며 "양사간 시너지 포인트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형욱 SK E&S 사장도 "기존 E&S의 사업 운영 체제인 책임 경영 체제는 유지될 것"이라며 "합병 이후에도 지속적인 SK E&S의 수익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확보할 것"이라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각각 보유하고 있는 석유화학·배터리·액체 냉각, LNG·전력·분산발전 사업의 시너지를 모색하면서도 각각의 사업 영위를 위한 조직은 조정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 사장은 "SK이노베이션 계열 상황을 봐도 이번 합병은 상당히 큰 변화다.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 합병도 크기 때문에 상당기간 동안 현재 조직에 시너지를 내고 안정화하는 게 급선무"라며 "SK이노베이션 차원에서 변화를 추구하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당분간은 조직 안정과 시너지 확보에 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만년 적자' SK온, 재무부담 덜까…연내 분기 흑자전환 가능성 촉각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SK온도 합병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녈, SK엔텀 등 3사는 17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3사간 합병을 의결한 바 있다.
박 사장은 SK온,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 등 3사 합병과 관련해 "이번 3사 합병은 SK온의 경영 강화와 동시에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의 새로운 성장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SK온은 단기적인 원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주 원료인 니켈, 리튬 등의 소싱(Sourcing) 경쟁력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 갖고 있는 트레이딩 역량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SK온은 이번 합병으로 부족한 배터리 포트폴리오에 따른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 사업성을 보완·지속하기 위한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특히 트레이딩 사업과 탱크터미널 사업 등이 연간 5000억원 규모 EBITDA를 창출할 수 있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배터리 산업 전반의 사업 기회를 넓혀 가겠다는 계획이다.
이날 질의응답에서는 3사간 합병에 대해 SK온 재무적 투자자(FI)들의 반응이 어땠는지를 묻는 질문도 나왔다. SK온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설비투자 재원 확보 등을 위해 상장전지분투자(프리IPO)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MBK파트너스, 한국투자PE,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등이 SK온의 FI로 합류한 바 있다.
박 사장은 "현재와 같은 조치가 기존의 다른 주주들이 들어와 있는, 다른 FI들 입장에서 볼 때 긍정적인 조치라고 판단해주셨다"고 설명했다. 3사 합병으로 SK온에 투자한 FI의 지분율이 희석되는 상황이 됐으나, SK온의 자금 창출력 확대 등 투자 회수를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 긍정적이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울러 SK온이 목표로 내건 연내 분기 흑자전환에도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SK온은 이달 초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흑자전환 달성까지 모든 임원의 연봉을 동결하는 등의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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