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나 칼럼

[취재수첩] 토종 소프트웨어 기업 한컴의 사법 리스크

이안나 기자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대표가 지난 2023년 11월28일 기자간담회서 'AI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 한글과컴퓨터]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대표가 지난 2023년 11월28일 기자간담회서 'AI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 한글과컴퓨터]

[디지털데일리 이안나기자]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은 국내 소프트웨어(SW) 산업 자존심으로 불려왔다. 국산 워드프로세서 ‘한글’을 개발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당당히 경쟁하며, 특히 공공기관과 교육 현장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SW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최근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과 그의 아들이 연루된 비장금 조성 의혹은 국내 SW 산업 상징적 존재로 통하던 한컴 위상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 핵심은 한컴그룹 계열사 한컴위드가 참여해 만든 ‘아로와나토큰’이라는 가상자산과 관련 있다.

이 토큰 가격이 상장 직후 1075배나 치솟으며 김상철 회장은 시세조작 의혹과 함께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됐다. 현재 김 회장은 구속을 면한 상태지만 여전히 수사 대상이며, 그 아들은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김연수 한컴 대표는 아버지 김상철 회장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 많은 이해관계자들에 매우 송구스럽다면서도 이번 일은 한컴그룹과 연관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단 이번 사법리스크 여파는 한컴그룹을 넘어 국내 SW 산업 전체까지 미칠 수 있다. 김연수 대표가 비자금 조성 의혹과 한컴그룹을 아무리 선 긋는다 해도 한컴 대표 제품인 ‘한글’을 비롯한 여러 SW 제품 이미지 손상은 불가피하다. 특히 국민 SW로 통하는 ‘한글’을 오래 사용해 온 사용자들엔 한컴 브랜드에 대한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다. 이번 일로 한컴 내부적으론 인재가 유출되거나 신규 사업 진출에도 제동 걸릴 수 있다.

한컴 사법 리스크는 국내 SW업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신기술을 이용한 불법 행위 감시‧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우선순위에서 멀어질 수 있는 윤리 경영이 기업 성장에 꼭 병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일로 오너 일가 중심 경영 방식에서 벗어나 전문성과 투명성을 갖춘 지배구조로 전환 목소리도 더 높아질 수 있다.

김연수 대표는 변성준 대표와 빠르게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착수했다. 한컴 최대주주이자 한컴그룹 지배구조 상단에 있는 한컴위드 경영 참여를 위해 조만간 이사회와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하기로 했다. 두 각자대표가 한컴위드 사내이사로 참여하고, 변성준 대표를 한컴위드 각자대표로 선임할 계획이다. 전문성‧독립성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컴은 사업적으로도 남은 과제가 많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등 신기술을 접목한 솔루션 개발로 기업들 디지털전환을 지원하고 글로벌 시장도 개척해야 한다. 자체 체질개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결국 한컴 이번 위기는 기업 내부 혁신 뿐 아니라 토종 SW기업 책임과 역할을 재정립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번 한컴 경영쇄신 행보가 국내 SW 기업들에 윤리경영과 지속가능한 성장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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