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 롤드컵 우승 스킨 공개… “왕의 귀환이 키워드, 선수 의견 90% 반영”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라이엇게임즈(이하 라이엇)가 자사 인기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이스포츠팀 T1의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우승 기념 스킨을 공개했다. 작년 국내에서 열린 롤드컵이 T1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뒤 약 8개월 만이다. 스킨은 오는 8월15일 출시된다.
롤드컵은 라이엇이 주최하는 이스포츠 국제대회 중 가장 규모가 큰 대회다. 각 지역별로 상위권 성적을 거둔 팀들이 한 데 모여 최강자를 가린다.
라이엇은 2011년 이후 매해 롤드컵 우승팀을 기념하는 스킨을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특정 테마를 기반해 지역·선수별 특징을 녹여낸 것으로, 소장 가치가 높아 인기가 상당하다.
특히 이번 우승 스킨의 주인공인 T1은 이스포츠 역대 최고의 선수로 통하는 ‘페이커’ 이상혁이 몸을 담고 있는 팀이라 전에 없이 관심이 뜨거웠다. T1의 롤드컵 우승 기념 스킨이 출시되는 건 지난 2017년(2016년 우승) 이후 무려 7년 만이다.
라이엇에 따르면 이번 T1 스킨은 ‘제이스(최우제)’, ‘리신(문현준)’, ‘오리아나(이상혁)’, ‘징크스(이민형)’, ‘바드(류민석)’ 등 5개 캐릭터를 대상으로 제작됐다. 선수 요청에 따라 흰색과 금색을 베이스로 삼아 선홍색과 청색을 적절히 섞어 멋을 냈다. 여기에 ‘왕의 귀환’, ‘고귀함’ 등을 주요 키워드로 수호신과 사방신 등 동양적인 요소를 첨가해 장엄한 느낌을 살렸다.
라이엇 멩 양 루 아트 디렉터는 24일 국내 취재진 대상으로 열린 화상 브리핑에서 “페이커의 유산과 T1의 로열티, 왕의 귀환이라는 느낌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이 젊은 선수들이라 깔끔하고 신선한 인상을 주려고 했다. 한국에서 우승한 키워드도 반영하려 했다. 천둥과 불곷으로 에너지틱한 느낌을 내면서 T1과 LoL을 잘 보여주는 색깔인 레드와 블루를 대비시켰다”고 부연했다.
스테파니 리엉 수석 게임 프로덕트 매니저는 선수 의견 90%가 스킨 제작 과정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라이엇은 우승 직후 1대1 인터뷰를 진행해 의견을 청취했고, 한 달 후 초기 콘셉트를 잡아 재차 회의를 진행했다.
1월 대면으로 귀환 모션 등 아이디어를 논의한 뒤엔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5~6월께 화상 회의를 열어 완성된 스킨을 보여주면서 선수들의 의견을 재점검하는 과정도 거쳤다.
스테파니 매니저는 “제우스는 시각적으로 잘 표현된 번개와 천둥, 오너는 무도인의 도복과 호랑이의 상처 자국, 페이커는 우승 횟수를 상징하는 4개의 별, 구마유시는 반려견 ‘둥이’, 케리아는 ‘럭스’를 주요 요청 사항으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제우스’ 최우제의 제이스는 일반 버전과 ‘프레스티지’ 버전으로 나뉘어 출시된다. 일반 버전은 하얀 도포에다 금색 갑주를 둘러 한국 전통미가 두드러진다. 제이스의 상징인 망치도 흰색과 금색이 어우러진 형태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프레스티지 버전은 흰색과 검정 베이스의 간결한 옷차림에다 전반적으로 황금색이 부각되는 형태다.
김승환 스킨 콘셉트 매니저는 “어깨 장식을 보면 우승 횟수와 같은 붉은 별 장식이 있다. 근접 전투 시에는 붉은 색상, 원거리에선 푸른 색상 중심으로 효과를 냈다”면서 “제우스가 좋아하는 ‘저항군 제이스’ 스킨의 특징인 심플한 디자인의 머리스타일과 복식 스타일, 강하고 둔탁한 타격감이 좋아보이는 망치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레스티지는 제우스와 비슷한 또래 분들이 좋아할 깔끔할 방향성을 갖추고 있다. 간결한 상의에 와이드 팬츠를 입고 있고, 등 부분엔 티원의 로고인 날개 형태와 번개를 섞은 엠블럼이 박혀있다. 근접에선 노란색, 원거리에선 보라색 효과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리신은 학창시절 태권도 수련에 매진한 ‘오너’ 문현준의 요청대로 무도가 콘셉트로 꾸며졌다. 여기에 강인한 호랑이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김 매니저는 “무도가 느낌이 나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었다. 또 가슴팍에 호랑이 발톱으로 인한 흉터 자국을 표현해달라고 했다”며 “호랑이 모양의 어깨 장식 뿐만 아니라 스킬 효과에도 호랑이의 특징을 담았다”고 전했다.
오리아나는 이상혁의 요청대로 복잡한 장식을 없애고 심플한 디자인을 취했다. 다만 4성 왕관과 붉은 날개 등 이상혁과 T1의 상징물은 두드러지게 표현했다.
김 매니저는 “페이커 선수가 선홍색 화염과 아트 뮤지엄과 같은 고급스러운 느낌을 선호한다고 구체적으로 말해줬다. 특히 인간의 모습을 닮아가는 AI(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도 해줘서 이를 적절히 구현하려 했다. 별명인 ‘불사대마왕’도 방향성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오리아나 스킨에는 적잖은 이스터에그도 숨겨졌다. 신타오 VFX(시각효과) 매니저는 “페이커의 4번째 우승을 기념해 스킨 모든 요소가 4로 귀결돼 있다. W 스킬이 4면으로 표현된 것을 포함해 여러 요소를 숨겨뒀으니 찾아 즐겨보라”고 주문했다.
이민형의 징크스는 그가 선호하는 스킨 ‘별수호자 징크스’와 유사하게 그려졌다. 다만 해당 스킨과 차별화하기 위해 헤어 스타일은 매듭 장식으로 바꿨다. 이외 징크스의 대표 스킬인 ‘빵야빵야’, ‘생선 대가리’는 각각 파란색 번개와 붉은 화염으로 표현했다.
바드는 류민석의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캐릭터는 좋아하는 가수 ‘뉴진스’의 마스코트인 토끼로 꾸며졌고, 귀환 모션에는 ‘최애’ 캐릭터 럭스가 홀로그램 형태로 등장할 정도다. 류민석은 선수단 가운데서 가장 적극적으로 스킨 제작에 임한 선수로 알려졌다.
김 매니저는 “케리아 선수가 직접 찾은 참고자료를 전달할 정도로 가장 적극적이었다”면서 “뉴진스를 좋아하는 케리아가 최대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캐릭터를 토끼로 만들었다. 토끼와 달에 관한 신적인 이야기가 바드와도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신 타오 매니저는 “W 스킬에서 수프를 마실 때 그릇에 럭스의 얼굴이 숨겨져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캐릭터별 귀환 모션은 역경을 이겨내고 승리한 T1의 서사를 기반으로, 선수단의 의견이 적극 반영돼 제작됐다. 제이스의 경우 롤드컵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거친 5번의 패배를 형상화해 5번의 번개가 내리친 뒤 승리를 자축하는 모습으로 귀환을 마무리한다.
리신은 T1의 전설적인 정글러 ‘뱅기’ 배성웅을 향한 문현준의 존경심을 담아, 과거 배성웅의 리신 스킨이 홀로그램으로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오리아나의 귀환 모션은 이상혁의 서사와도 맞물리는 1000년을 인내하고 용이 되어 승천하는 이무기의 모습과 함께, 지난 롤드컵에서 이상혁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표현됐던 ‘일월오봉도’가 펼쳐지는 방식으로 표현됐다.
징크스 귀환 모션은 이민형의 요청에 따라 반려견 ‘둥이’가 등장, 징크스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함께 사라지는 모습으로 표현됐고, 바드는 케리아가 선호하는 ‘전투사관학교 럭스’가 홀로그램으로 등장해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형태로 구현됐다.
스테파니 매니저는 “선수들이 개개인의 고난과 역경, 그리고 회복에 관한 이야기를 해줬다. 그 주제를 스킨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해 개인 맞춤으로 귀환모션을 그려냈다”고 설명했다.
스킨 제작 과정에서 T1 선수단의 끈끈한 결속력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스테파니 매니저는 “인터뷰를 하다보니 팀워크가 좋다고 느꼈다. 서로 간의 관계가 좋고 서로를 지지하고 있었다. 페이커를 ‘큰형’으로 부르면서 그가 원하는 것을 요구했다”고 귀띔했다.
라이엇은 앞으로도 품질 높은 우승 스킨 발매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스테파니 매니저는 “더 많은 아이디어를 실현시키고 싶다. 선수들의 여정을 스킨을 통해 알리고 싶다. 우승을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주시라 부탁드리고 싶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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