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클로즈업] 큐텐·티메프 구영배發 ‘금융재난’에 속타는 PG사 “환불 책임 홀로 떠안을 판”
-PG사들, 금감원 만나 “정부 측 분담 절실” 의견 전달
-큐텐 구영배 ‘디폴트’ 경우 PG사 재정 부족 상황 우려도
-“정확한 피해 금액 추산 중”…재정 타격은 불가피 전망
31일 업계에 따르면 티몬·위메프에서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했던 PG사들은 최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을 만나 긴급 간담회를 열고 소비자 구제를 위한 피해액 분담을 촉구했다. 현재 금감원이 소비자 환불 책임을 PG사에만 지우기보다 카드사와 정부, PG사가 합심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간담회에 참석한 PG업계 관계자는 “이날 간담회에서 PG사는 티몬·위메프로부터 정산금이 제대로 회수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 요청했다”며 “더불어 현재 PG사에게 넘겨진 환불금 부담이 너무 커 감당이 어려울 수 있으니, 정부와 카드사 등 관계 기관이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달했다”고 전했다.
회의에 참석한 금감원 관계자는 검토 취지 답변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복현 금감원장도 이와 관련해 지난 30일 티몬·위메프 사태 관련 국회 현안질의를 통해 “(PG사 등 결제 관련 기업과) 카드사 간 상황 조정을 무시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챙겨보겠다는 것”이라며 “(PG사들에) 큰 피해 없게 노력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돈 부족” 시인한 큐텐…애꿎은 책임 공방에 동네북 된 PG사
업계에서는 티몬·위메프 모회사 큐텐 구영배 회장의 ‘디폴트’ 선언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 큐텐 그룹 내 800억원 규모 유동성을 보유 중이지만, 이마저도 전부 사용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구 회장 설명 때문이다.
정부 추산 티몬·위메프 5월분 미정산 금액만 2100억원이며, 최악의 경우 1조원 이상 미정산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직 구 회장이 인정하지 않았을 뿐 사실상 해결 의지와 능력 모두 부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구 회장은 국회 티몬·위메프사태(티메프사태) 현안질의 시간에 큐텐 자금 상황을 묻는 질의에 “그룹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은 800억원이지만, 이를 다 투입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상황이 악화되자 소비자와 소상공인 시선은 자연스레 피해자 환불 책임 공방에 쏠렸다. 카드사에서는 PG사에 공을 넘겼다. 지난 26일 카드사를 대변하는 여신금융협회는 “할부계약 철회·항변권 신청 때 신속히 심사하고 처리하겠다”며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할부계약 철회 및 항변권을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소비자로부터 해당 신청을 받아들이고, 해당 금액을 PG사로부터 구상권을 통해 받아 낼 수 있다. 그러나 PG사에서는 티몬·위메프가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해당 재정적인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대규모 환불 발생 때 PG사는 해당 금액을 카드사에 먼저 반환해야 하는데, 이 경우 PG사 유동성이 부족하면 재정적 부담이 커질 수 있으며 일시적인 자금 부족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같은날 금감원은 PG사들을 긴급 소집해 지난 24일부터 중지된 결제 취소 신청 재개할 것을 요청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제19조) 상 PG사 의무를 근거로 일차적으로 PG사에게 미정산 금액을 마땅히 부담할 것을 요구했다. 해당 법에는 ‘결제대행업체 경우 신용카드회원들이 거래 취소 또는 환불 등을 요구할 경우 이에 따를 것’을 명시하고 있다.
언론 브리핑에서도 PG사 책임을 강조했다. 지난 29일 박상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PG사가 티몬·위메프로부터 결제 수수료를 받았기 때문에 관련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PG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단순히 법에 근거한 책임 소재를 논하기보다는 ‘금융 재난’으로 인식하고 정부차원에서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PG업계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추산한 통계에 따르면, PG사에서 근 10년 동안 미정산 금액 등으로 인해 떠안은 피해 금액은 560억원 정도며, 이에 대해 부담 의무를 회피한 적은 없다”며 “피해자 환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미정산 피해액을 PG사가 떠 안게 된 상황을 정부가 재난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분담해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호소했다.
◆환불 절차 돌입한 PG사 “간편결제 피해 금액 추산 중”
지난 27일부터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NICE페이먼츠 ▲다날 ▲토스페이먼츠 ▲NHNKCP ▲NHN페이코 등 티몬·위메프와 연계해 결제 서비스를 운영하던 PG사들이 차례대로 환불 신청을 재개했다.
또 다른 PG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결제 취소 신청을 진행 중인데, 그 과정에서 몇몇 사람들이 서비스와 물품을 받고도 결제 취소를 신청하는 경우가 있어 확인 후 환불 절차를 거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환불 작업에 다소 시간이 걸리고 있으며, PG사에 돌아갈 피해 금액은 추산 중”이라고 말했다.
티몬·위메프 지급 불능 선언이 공식화될 경우 PG사가 막대한 손실을 떠안을 수 있는 상황인 만큼, PG사 자금 상황에도 관심이 쏠린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각사가 보유 중인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카카오페이 1조1368억원 ▲네이버파이낸셜 1조1201억원 ▲NHN KCP 2522억288만원 ▲나이스정보통신(NICE페이먼츠 모회사) 2868억4406만원 등이다.
최대 1조원을 바라보는 미정산 금액 규모가 각사로 분산될 경우, 회사 내 기존 부채와 매출 채권 등 유동자산 상황에 따라 상당한 타격을 입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민욱 DS증권 연구원은 “현재 당국 기조 역시 PG사 책임론을 강조하고 있어 구상권 청구를 통한 대금 회수 전까지 일부 손실 부담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셀러나 소비자 등) 구제를 위해선 공적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전자지급결제협회(PG협회)에서는 최근 성명을 통해 “올해 초 금융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PG사가 계약을 맺고 하위가맹점으로 서비스를 제공중인 영중소가맹점은 대략 171만여 곳으로 전체 PG 하위가맹점의 93%가 넘는 비중을 차지한다”며 “PG사 보유 현금 부족 사태를 야기해 130만곳이 넘는 영세 가맹점 정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2차, 3차 티메프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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